옆집

난중일기 028 (20231003~20231009)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28 (20231003~20231009)

여해® 2023. 10. 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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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휴가 가기 전이라 일은 정신이 없는데 머리가 따라와 주질 않았다. 이럴 때는 처절하게 to-do list를 손으로 쓴다. 원래 매일 이래야 맞지만 나는 애초에 계획이라곤 없는 사람이라서.
 
다신 내 방에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울고 싶으면 나가서 울었다. 다 지나가겠지, 지나가겠지, 하는데 괜찮아지기까지 너무 멀어 보여서 막막했다. 자주 가던 젤라또 가게가 문을 닫았다. 여름이 끝났다는 뜻이다.
 
가을이 왔다지만 아직 26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라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 지 모르겠다.
 
 
 
2023.10.04.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저녁에 이사님과 저녁을 먹기로 하여 강남에 갔다. 몇 주 안 온 사이에 뭐가 많이 바뀌어 있었는데 저녁에는 안 되는 메뉴가 많았다. 늘 먹던 순댓국을 먹었다. 성당 앞 PLATZ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야외에 앉기엔 이제 추웠다. 집에 조금 늦게 오기도 했고 피곤해서 짐을 정말 대충 쌌다.
 
 
 
2023.10.05. 목요일
부다페스트->인천, 맑음
 
하려던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간당간당한 시간까지 앉아 있다가 집에서 겨우 짐만 챙겨갖고 나왔다.
 
minibud라는 셔틀 서비스를 처음 이용해 봤는데, 차 멀미 심한 나한테는 최악이었다. 시내 곳곳을 찍으며 사람들을 태우고 공항으로 출발하는데 차라리 일직선으로 메트로 타고 내려가 한 번에 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가 낫지 싶었다. 다음에는 그냥 택시 타야지.
 
비즈니스로 운 좋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는데 공항 라운지는.... 난 이런 라운지는 정말 처음 봤다. 포크, 나이프도 다 떨어졌고 어디에도 앉기 싫게 음식물이 너저분했다. 게다가 왜 안 들여보내 주냐는 어떤 한국인의 무지성 고함에 출발도 전에 질려버렸다.
 


LOT 비즈니스는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누워서 갈 수 있으니 그게 편하다. 아주 편하게 비행했다. 몸이 편해서 마음으로는 별 생각이 다 났다.
 
 
 
2023.10.06. 금요일
수원, 맑음
 
1년만에 오는 한국. 공항도 안 변한 듯 뭔가 또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는 느낌. 난 얌전히 줄을 서 있는데 뒤에서 자꾸 미는 그런 다급함. 어쨌든 다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게으름에 아침부터 일어나서 머리를 하러 갈 리는 없고, 꽉 찬 일정을 보니 안 되겠어서 바로 미용실을 예약해 두었다. 수원까지 가는 길이 정말 오래 떠나있던 것 같지가 않아서, 내가 유럽에 있던 게 꿈인가 싶었다. 사실은 헝가리로 돌아가면 지금이 꿈이었나 할 텐데도.
 
미용실은 유명한 맛집 건너편에 있었다. 사람들 줄 서 있는 걸 보고 택시 아저씨가 설명해 주었다. 한 번쯤 먹어보라고. 그래도 수원 산 게 몇 년인데 아직도 내가 모르는 맛집이 있다니. 그것도 칼국수인데.


머리를 다 하고 칼국수집에 가서 줄을 서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인데도 맛있었다.
 
집에 돌아오니까 그냥 해외여행 다녀온 것 같다. 비행기에서 이미 한국 시간에 맞추어 시차적응까지 해놨는데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건지 자꾸 졸리고 잠이 왔다. 원래 눕던 침대에 누우니 기분이 묘했다.


저녁에 다들 늦는다고 하여 내 최애 맛집 알쌈쭈꾸미에 가서 밥을 먹었다. 정말......... 감탄만 나왔다.
 
5월에 봐서 그런가 엄마아빠랑 다시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남동생이 머플러를 기쁘게 받았다.
 
 
 
2023.10.07. 토요일
변산반도, 흐림
 
이러다 저러다 너무 늦게 출발해 버렸다. 중간에 군산에 들러서 아는 집에서 꽃게랑 가리비를 사는데 펜션에서 전화가 왔다. 바베큐 시간 마감 되어가는데 언제 오냐고.
 
숙소는 넓고 바다도 보이고 대체로 좋았지만, 들어가자마자 새끼 바...........를 봐버렸다. 오래된 건물이라 벌레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든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에 기가 막혔다. 다른 데로 옮겨봤자일 것 같고, 어차피 만실이라 그냥 조용히 있었다. 바베큐는 정말 맛있었다.
 
 
 
 
2023.10.08. 일요일
수원, 맑음
 
아침에 산책을 하고 채석강도 다녀왔는데, 그쪽은 강아지 출입 금지라 제부, 동생, 강아지, 나는 넷이서 그냥 근처 카페에서 놀았다. 이제 누구랑 다같이 MT처럼 누워 자는 것도 못하겠고, 이래저래 무슈 바때문에 나는 하루도 더 자기 싫어서, 저녁에 체크아웃 하자고 졸라서 그냥 나와버렸다. 밤 운전이라 아빠한테 미안하긴 했지만, 내심 엄마아빠도 편한 집 안방에서 자는 게 좋은 눈치였다.
 
 
 
2023.10.09. 월요일
수원, 맑음
 
늦게까지 잤다. 시차적응에 성공한 듯 하면 또 늦잠 자고 반복이다. 저녁에 영등포에 헝가리에서 만났던 친구를 보러 갔다. 회사에 잘 적응했고 한국도 좋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갈 때는 가지 말라고 붙들었지만, 익숙하고 살기 좋은 곳에서 잘 살면 그만이지. 요즘은 괜찮으냐는 친구 말에 거짓말은 못했다. 그리웠던 한국까지 왔지만 아직 안 괜찮은 게 맞다.
 
초밥이랑 커피를 간단히 먹고 일어났다. 기차가 연착이 몇 분 된다는 말도 없이 그냥 지연이라고 떠있길래 큰 사고가 났나 했더니, 인명 사고가 있었단다. 이모부가 코레일에서 무슨 일 하시는진 몰라도 가끔 기차도 모는 모양인데, 그래서 이런 일 보면 죽은 사람 마음도 불쌍하지만 일하는 사람들 생각해서 마음이 안 좋다.
 
기차는 많이 늦지 않았고 집에 잘 도착했다. 저녁을 간단히 먹기도 했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막창이나 혼자 먹고 들어갈까 했는데 월요일 휴무래서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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