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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26 (20230824~20230830)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26 (20230824~20230830)

여해® 2023. 9. 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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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4. 목요일
코펜하겐, 흐림

오전에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집에 갔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싶었는데 한시간 반 지연 돼서 더 힘들었다. 공항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더웠다. 정말. 정말. 덥다.



코펜하겐은 생각보다 가깝고 금방 도착했다.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니 가슴이 뛰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또 잠시 샘솟았다. 이렇게 바다를 좋아하는 난데 대륙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여행 첫날은 가는 데에만 하루가 꼬박 걸려 요즘 체력 같아선 아무 것도 못한다. 숙소가 정말 괜찮아서 마음이 놓였다. 수퍼마켓 물가에 깜짝 놀라 라면을 끓여먹고 누웠다. 대화할 힘도 남지 않았다.



2023.08.25. 금요일
코펜하겐, 흐림

어김없이 5시에 눈을 뜨긴 했지만 계속 졸았다. 간만에 9시에 눈을 떴다. 언니는 먼저 나갔다.

이 병은 언제 낫는가. 마음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몸이 말썽이다. 이렇게 아플 거면 살이라도 빠져주지 옷 핏은 그대로다.

정로환을 먹고 인스턴트 커피를 타 마시고 바나나를 먹었다. 멍하니 앉아 음악을 듣다가 12시 다 되어서 밖으로 나왔다.


북유럽은 네모와 직선을 좋아하는구나.

 

필그림, 에르메스에 들렀다가 언니와 글립토테크 미술관에서 만났다. 고갱, 모네, 고흐의 작품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나는 오후에는 시내에 머무르다 숙소로 돌아갔다.

 

 


2023.08.26. 토요일
코펜하겐, 흐리다 맑음

아침에 언니는 먼저 나갔고 나는 멍하니 누워 있었다. 시원하니 살 것 같다.

 

어제보다는 일찍 나왔고 로얄코펜하겐에 들러 셀프 선물, 동료에게 줄 선물을 하나씩 샀다. 일본인이 엄청 많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A.P.C가 있길래 예전 추억 생각하며 들어가 구경했다. 세일하길래 옷을 두 벌 샀다.

 

언니와 만나서 티볼리파크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목이 말라서 만원짜리 생맥주를 마셨다. 짐이 많이 무거워서 힘들었다. 사람들이 화관을 쓰고 다니길래 뭔가 했는데 무료로 만들어 볼 수 있대서 만들어 쓰고 다녔다.

 

배를 한 번 더 탔다. 바다까지 나갔는데 번지 점프하는 사람 위로 무지개가 떠 있었다.

 

저녁에는 all you can eat 초밥집에 가서 배터지게 먹었다.

 

 

 

 

2023.08.27.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숙소에서 아침까지 먹고 나왔다. 웬일로 지연이 안 되어서 부다페스트에는 제때 도착했다.

 

미뤄둔 일이 마음에 걸려 집에 가방 내려놓자마자 회사에 갔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새벽이 되었다.

 

 

 

2023.08.28.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다가 천둥번개

 

아침에 라이파이젠에 갔다가 허탕쳤다. 저번 주부터 재차 확인한 일인데 당일 약속 시간 되자마자 전화가 와서 안 된다고... 은행 애들은 똑부러진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점심은 중국집에서 먹고 저녁은 약속이 있어 부다까지 건너갔다. 얼마 안 먹었는데 많이 취했다. 폭풍이 몰려오려는지 천둥번개가 멀리서부터 보였다.

 

 

2023.08.29.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비 온 뒤라 기온이 한풀 꺾였다. 점심에 마리나파트 Gyugi's bistro에서 언니와 점심을 먹었다. 시원하니까 살 것 같다.

 

오후에 회사에서 기막힌 상황을 보았다. 이게 뭐냐고 몇 마디 물었더니 보복성 이메일이 왔다. 평소 좋게 보고 안쓰럽게 여겨 나름 잘해 준 현지인 직원인데 기가 찼다. 내가 몇 개월 아프면서 얕보인 탓 같다.

 

집에서 잠시 졸다가 비빔면을 끓여먹었다. 일찍 잤다.

 

 

 

 

2023.08.30.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맑음

 

점심에 선물을 가지러 집에 잠시 다녀왔다. 피곤해서 침대에 잠시 누웠는데 또 기운 없고 슬퍼지려 해서 정신을 차렸다. 다시는 아프지도, 기운 없어 하지도 않겠다. 한 번 그러기 시작하면 내가 내 늪에 나를 가두는 꼴이다.

 

내일이면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저녁에는 까마귀 식당을 가기로 했다. 에르메스 트윌리를 두 개 사서 커플로 하자고 하려고 준비했다.

 

까마귀 식당 음식은 모두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것들이었다. 나는 코메체즈소이가 더 좋아서 두 번 갈 생각은 없다. 먹고 싶지도 않은 디저트를 일부러 시켜놓고 에르메스 쇼핑백 꺼내니까 언니가 울었다. 누가 날 달래주는 것만 익숙했지 내가 누굴 달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라 그냥 웃었다.

 

저녁 먹은 게 느끼해 집에 와서 매운고추 넣고 진라면 끓여서 언니랑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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