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58)
옆집
2024.05.06.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날씨가 선선해졌다. 저녁에 두나판다에 가서 고구마를 사고 근처에서 훠궈를 먹었다. 도로 생긴 것도 이상하고 신호 체계도 엉망인 구역이라 주차 자리를 찾다가 진을 뺐다. 중간에 어떤 사람들이 뜬금없는 데서 우르르 나와 차 주변을 둘러싸고 걸어가는데 눈빛이 텅 비어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성이라 조금 무서웠다. 푸주를 욕심 내서 두 접시나 시켰더니 나중에는 반 이상 남겼다. 2024.05.07.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하루종일 쉬지 않고 뭘 하긴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 별 성과도 없이 회사에 오래 남아 있었다.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전혀 못했다. 한국은 어버이날이 되었으므로 동생들과 곗돈 모은 것 중 일부를 엄마아빠에게 이체했다. 엄마아빠는 우리 셋보다 ..
2024.04.29.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덥다. 에어컨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다. 2주 연속 와인 학교 때문에 주말에 못 쉬기도 했고, 이런저런 일로 심신의 피로감이 무겁다. 점심에 테스코에서 늘 먹는(누가 보면 건강하게 먹는 줄 알겠지만 아님) 샐러드와 치즈케익 재료를 샀다. 블루베리가 생각보다 값이 나가서 세일을 하는데도 고민하다가 겨우 250g짜리 팩 하나를 사 왔는데, 신입이 500g짜리 팩을 사 와서 씻고 있었다. 웃으며 물어보니 가격도 안 보고 샀단다. 내가 왜 신입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사는지 정말 알 수 없다. 작은 돈만 아끼고 큰돈은 생각 없이 쓰니까 그렇겠지. 오후에 블루카드 결정문이 왔다. 거절 통지였다. 7페이지나 되는 결정문에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차곡차곡 적혀 있었다. 순간..
2024.04.22.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해는 길어졌는데 날씨가 쌀쌀하다. 두꺼운 가디건 정도는 입어야 하는 날씨다. 다음 주까지는 춥다고 한다. 오후에 저번 주에 있던 일 관련 회의를 했고 실망스러웠다. 이에 대해서는 더 별로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오후에 해야 할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주식. 저번 주 금요일 고꾸라쳤던 미국 주가가 많이 회복되어 있었다. 저녁에 비빔밥으로 삼겹살을 먹으러 신입과 함께 갔다. 내가 핍박(?) 받는 게 안쓰러운지 화장실 간다 해놓고 계산을 해버렸다. R&D TEA에서 버블티를 사 먹었다. 얼마 이상 계산을 하면 인형 뽑기를 시켜주는데 당연히 안 됐다. 구글 리뷰를 쓰고 아보카도 펜을 받았다. 일찍 자려고 누워 brainscape로 wset..
2024.04.15.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린 뒤 비 해가 쨍쨍 내리쬐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선선했다. 매일 이런 날씨면 좋을 텐데. 아빠한테 건강검진 결과 얘기를 했는데 걱정이 많았다. 혈당계를 사서 혈당부터 매일 체크해 보라는 말에 바로 alza에서 구입했다. 유전이니까.... 솔직히 관리한다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진짜 유전이 발현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와닿는다. 아침에 예전에 인턴했던 회사 차장님께 (지금은 최소 부장은 되셨을 것 같지만..) 연락을 드렸다. 엄청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9월에 베를린에서 보자고 하여 바로 예매했다. 어릴 땐 그렇게 저도 해외출장 보내주세요 보내주세요 토롱거리곤 했는데, 내가 유럽에서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본부장님 돌아가신 때 장례식에서 ..
2024.04.08.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새벽에 계속 배가 아파서 깼다. 아무래도 전날 훠궈 먹은 것 때문인 듯했다. 그리고 기분이 몹시 더러운 꿈을 꿨다. 출근해서 사무실에 들어오니 큰 벌이 방 안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공포 그 자체.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침착하게 창문을 열어두니 다행히 곧 나갔다. 아우디 서비스센터에 가서 회사 차를 맡겼다. 사람도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받아야 하니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 땐 참 사람 몸이 기계랑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오후에는 내가 직접 운전해 와야 해서 착잡했는데 다행히 부장님이 같이 가 주셨다. 너무 크고 너무 비싸서.. 내가 건드리기 싫다. 엔진오일 값도 엄청 많이 나왔다. 햇빛 때문에 등과 뒤통수가 타버릴 것 같다. 괴롭다.... 암막 커튼을..
2024.04.01.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나는 정말 아침잠 때문에 큰일이다. 평소에는 새벽에 잘만 깨더니.... 일어나니까 10시였다. 한국 시간 17시. 12월부터 고생고생하며 해온 학점은행제 전 과목 기말고사 미응시가 되어버렸다. 너무 황당해서 욕도 안 나왔다. 국회의원 선거 국외부재자 투표 기간이 오늘까지라 그거라도 하려고 주헝 대사관에 갔다. 부활절 연휴라 그런지 아직 시내에 차가 많지 않았다. 대사관 대문에 너무 징그럽고 크고 색깔이 있고 무섭게 생긴 개미가.... 줄지어 기어 다녀서 손대기가 정말 싫었다. 투표장소에는 사람이 나밖에 없고 직원만 7~8명 되었다.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한 것인지 얼굴이 다들 어렸다.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엄청나게 길어서 새삼 놀랐다. 오늘은 팀원이 부활..
2024.03.25.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회사 일을 하다가 갑자기 삘이 와서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콘서트를 검색하니 과연 12월 일정이 풀려 있었다. 밀라노에서 하는 콘서트를 예매했다. 여러 번 갔던 곳이라 그런지 그냥 갔던 데가 편하다. 숙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부활절 때 아무 데도 안 가려니 아쉬워 계속 비행기며 기차며 찾아보다가 바리를 가보기로 했다. 작년에 나만 거주증 없어서 친구들 가는데 못 따라갔던 곳이다. 한국인 후기만 보고 해변 앞 숙소를 잡았다. 블루카드 신청서를 다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에는 에이전트 없이 꼭 성공해서 더 불안할 일 없게 하리라. 솔직히 에이전트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작년 이맘때쯤 덕분에 심적안정 찾은 것 때문에라도 ..
2024.03.11~2024.03.20. 이스탄불 여행, 한국 휴가 기간으로 여행기 별도로 작성. 2024.03.21. 목요일 인천->부다페스트 인천-프랑크푸르트-비엔나-부다페스트 미친 여정을 어찌어찌 소화하였다. 비엔나-부다페스트 경유시간이 너무 짧아 당연히 짐은 같이 안 왔다. 이상하게 비행기만 타면 나는 우울하고 답 없는 걱정과 생각을 많이 한다. 긴 시간 인터넷 없이 단절되어 있어 그러나 싶어 FlyNet까지 구매해서 카톡 신나게 쓰면서 왔는데도 그랬다. 그냥 습관인 듯. 이번 생각의 주제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정말 몇 번 못 뵐 것 같은 할아버지의 건강악화, 그리고 엄마아빠, 이모가 늙어간다는 것, 또 예전 같은 시절은 다신 안 온다는 그런 당연한..
2024.03.04.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운전하는 길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았다. 부다성 겹벚꽃은 언제 피려나. 한국 다녀와도 볼 수 있을까. 작년에 거주증 때문에 힘들 때 거의 유일하게 위로가 되어준 추억인데. 4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올해는 더 빠를 듯하다. 점심으로 맥치킨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집에 고추장 삼겹살도 많이 남아서 그것부터 먹었어야 하는데.. 윗집이 점점 도가 지나치게 굴어서 새벽에 힘이 든다. 어제는 새벽 세 시에 고의적으로 쿵쿵쿵쿵 발을 아예 제자리에서 구르는 소리가 났다. 천장 몇 번 쳤다고 새벽마다 저 난리인 거면 정말 양심도 없다. 저 미친놈들 머리에 이고 사느니 이사를 가긴 가야겠지만, 가끔 집안 살림을 돌아보면.........
2024.02.26.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은 듯 흐린 듯 아침에 돼지갈비 얼린 것이랑 치즈케익을 들고 회사에 왔다. 귀찮아서 또 길에 차를 대고 그냥 올라왔다. 아침에 직원들 먹으라고 부엌에 케익을 놔두었는데 금방 동이 났다. 맛있어서 먹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먹어보라고 웃는 낯으로 권해서 억지로 먹는 건지, 남 입맛이야 난 몰라도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다. 재료가 간단하고 정직하니 맛이 없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예전에 만든 게 더 맛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어쩌고저쩌고 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 일찍 나왔다. 부사장님을 KHAN에서 만났다. 점심 먹고 나서 자동차 검사하러 서비스센터에 갔다. 원래 뽑은지 1년 or 15,000km 중 먼저 도달하는 시기마다 해야하는 의무 검사로, 내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