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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27 (20230926~2023100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27 (20230926~20231002)

여해® 2023. 10. 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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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은 한 달이 지난 10월 24일이다. 바로 건너뛰고 10월부터 시작할까 했는데, 그래도 기억 나는 만큼 적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8월말~9월말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여기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사적이며 지리멸렬하고 뻔한 이야기들뿐이다. 이제야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쓸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튼, 독일로 출근한 날부터 적으려고 한다.
 
 
 
 
2023.09.26. 화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 7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자동차 계기판에 타이어 경고등이 떴다. 다녀오는 동안에는 괜찮겠지.
 
어떻게 된 게 예약할 당시 비즈니스가 이코노미보다 저렴해서 비즈니스를 타게 됐고, 부다페스트 공항 라운지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부다페스트 공항은 주말에 가도 공항 도착해서 보안 검색대 통과하기까지 3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대기하고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즈니스라고 그 짧은 비행 시간 동안 아침을 준다. 호텔 조식같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는 이사님이 마중 나와 주셨다. 겉옷 하나도 안 갖고 왔는데 프랑크푸르트 공기가 선뜩하게 차가워서 걱정이 되었다. 1년 만에 보는 곳인데 어쩌면 그냥 엊그제 온 것처럼 익숙했다. 사무실 도착해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일을 좀 보다가 점심에는 중화루에 가서 간짜장을 먹었다. 낮 되니까 공기는 금방 더워졌다.
 
다음날 저녁에 이사님까지 회식을 하려 했는데 어찌저찌 안 맞아 직원들끼리만 저녁에 송학에 가서 막창을 먹었다. 이사님이 예산을 정해주셔서 거기 맞춰서 먹는다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더 나오면 내가 낼 생각이었는데, 배불리 먹고도 딱 그만큼이 나왔다. 막차가 8시면 끊기는 걸 뒤늦게 알아 버스 시간 3분 남기고 호다닥 나와 숙소로 갔다.
 
아직은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나고, 화장실에 가서 울고는 했다.
 
 
 
2023.09.27. 수요일
에쉬본, 맑음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지난 주 있던 일에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서 마음이 힘들었다.

다같이 복작복작 있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혼자 있고 싶기도 해서 저녁에는 송학에 다시 가서 한참동안 혼자 맥주에 밥을 먹었다.

숙소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울었다.
 
 
 
2023.09.28. 목요일
에쉬본, 맑음
 
회사 일 때문에 나는 점심은 가지 못했다. 어차피 입맛도 없었다. 이사님께 버블티 하나만 사다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오후에 대충 일정을 마치고 결혼식을 보러 프랑크푸르트 시내까지 갔다. 이사님과 둘이 있는데 대화거리가 좀 떨어져가서 어색했다. 결혼식은 정각에 시작했고, 한국과는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 하루에도 저렇게 여러 사람들이 결혼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결혼식을 마치고 피로연장까지 30분을 걸어갔다.
 
피로연장 음식이 맛있었고 대화도 즐거웠다. 숙소 돌아오니 너무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니, 잠들면서는 그리운 꿈을 꾸었다.
 
 
 
2023.09.29. 금요일
프랑크푸르트, 맑음
 
이 날은 연차를 내고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구경했다. 직원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마라탕 집에도 혼자 가 보았는데, 내가 너무 재료를 많이 담아 그런지, 면이 조금이라도 푹 익으면 싫어서 그런지 먹다가 다 남겼다.
 
중간에 호텔에 셔츠를 놔두고 온 것이 생각나 바로 가지러 가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세상에 없댄다. 청소하는 사람이 가져갔을 수도 있는데, 그 청소하는 사람은 월요일에나 출근한다고. 믿을 수 없는 대처에 또 문화 충격. 노르웨이에서 샀던 셔츠인데 딱 두 번 입은 것이다. 애초에 노르웨이 갔던 기억은 다 잊고 싶어서, 잃어버려도 별 수 없지 싶었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까 연락이 왔다. 찾았다고.
 
부다페스트 공항 같으면 2시간 전에 가도 충분했겠지만 혹시 몰라 3시간 전에 공항에 갔는데, 정말 다행이지 싶었다. 줄이 그렇게 많이 서있는 걸 나는 또 처음 봤다. 게이트 하나 열어두고 한 명 한 명 보딩패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집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그러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나마 대기줄이 좀 짧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길래 파스타를 시켜 먹었다. 공항 음식이 그렇듯 그저 그래서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내 비행기 취소됐다고.
 
어머 이게 뭐야? 하면서 보니까 계속 챗봇으로 연결을 해 주며 원하는 항공편을 고르란다. 모든 건 루프트한자가 내겠다는 당연한 소리와 함께. 뭔가 나 말고도 지금 다른 사람들이 마구 항공편을 고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져서 계속 새로고침을 해보며 머리를 굴렸다. 직항은 없고, 경유만 있는데 그 와중에 혹시 경유 시간이 길면 관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뮌헨과 취리히 둘 중 고민하다가 취리히를 골랐다. 취소 문자 받고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밤이 늦었다고 호텔까지 예약해 주었다. 아주 많이 낡은 ibis 공항 호텔에서 묵었다.



호텔에서 저녁까지 주었는데 치킨 버거는 아주 맛있었지만 꾸역꾸역 먹은 파스타 때문에 다 먹지는 못했다.
 
 
 
 
2023.09.30.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취리히 행 비행기는 또 아침 7시쯤이었고, 호텔에서 5시 첫 차를 타고 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항은 사람이 무척 많았다.
 
탑승하는데 좌석표가 다시 나왔다. 비즈니스였다. 그래봤자 의미는 별로 없는 게 어차피 좌석은 똑같고 아침이나 주고, 3-3 배열에서 가운데에 아무도 안 탄다는 정도다. 아침식사는 시리얼에 우유 한 병으로 단출했다. 커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취리히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30분 남짓 걸렸다. 대략 오후 세 시까지 놀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점심까지 먹고 공항 가면 딱이었다.

 

취리히 여행 포스팅은 여기:

https://mynextdoor.tistory.com/60

 

 
재밌게 놀고 부다페스트로 돌아왔다.
 
 
 
2023.10.01.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늦게까지 자고, 집에서 일했다. 한국 갈 날이 며칠 안 남았다.
 
 
 
2023.10.02.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회사에 나왔다. 며칠만 버티면 되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종일 내 방에서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집에 와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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