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가시손 (3)
옆집
한국에서 자취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난감했던 게 한 스푼씩 필요한 여러가지 양념장의 부재였다. 찬장 열면 배경화면처럼 당연하게 있었던 것들이 이젠 없다니. 한 번 사다놓으면 몇 년이 지나도 소비가 안 될 것 같아 부담이 컸다. 거기에 해외살이까지 더해졌으니 그 난감함은 두말할 것 없다. 그래도 1년정도 사니 야금야금 늘어난 살림. 고추장삼겹살은 나가서 사먹어본 적도 한 번 없는데 왜 갑자기 2023년 마지막 날에 먹고 싶었는지. 김치 구워서 먹는 조합이 질려서인 듯 하다. 헝가리는 고기가 싸다. 그래서 굳이 삼겹살 말고 앞다리살 이런 거 할 필요가 없다. 700그램짜리 통삼겹을 사다가 반만 했다. 350g 기준, 큰 수저로 양념: 고추장 3, 물엿 3, 양조간장 1, 고추가루 2, 소주 1, 마늘 다진 ..
한국 살 때는 쌓아놓고 쳐다도 안 봤던 게 라면인데 요즘은 내 주식이 되어가고 있다. 짜파게티는 하나만 끓이면 허하고 두 개 끓이면 후회하면서 꾸역꾸역 먹게 된다. 혹시 맵고 부드러운 까르보불닭면이랑 섞으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이미 사람들이 시도해본 조합이다. 준비물: 짜파게티, 까르보불닭볶음면, 그리고 계란 물 따라버리기 귀찮아서 후라이팬에 물 자작하게 부어 끓이기 시작. 포인트는 짜파게티의 건더기 스프를 넣지 않는 것이다. 난 원래도 콩고기 들어가있는 짜파게티 건더기 스프를 좋아하지 않고, 까르보불닭볶음면이랑 저 건더기가 절대 안 어울린다. 짜파게티 가루, 올리브유 먼저 투하. 어느정도 볶아지면 불닭볶음면 소스와 가루 투하. 이 가루는 금방 뭉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볶아줘야 한다. 그리고 취향껏..
곰아저씨 한인마트에 이거저거 주문을 하는데 쌀엿이 보였다. 떡볶이떡 구워먹는 게 소소한 일상이 된지라 조청 찍어먹으면 딱이겠다 싶어 구매했는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할인을 해 주셨다. 떡에 찍어먹는 거야 간장종지만큼이면 끝이고. 이 많은 걸 어쩐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걸로 엿을 만들어먹을 순 없을까 싶어 (왜 그랬니) 검색을 해봤다. 물엿은 조청으로 이걸 졸여서 그대로 굳히면 갱엿(갈색빛 도는, 농협 장터 이런 데서 종종 보이는), 그걸 쭉쭉 잡아 늘리며 공기를 주입하면 하얀 가락엿이 된단다. 평소에 슬라임 영상 보는 것도 좋아했고 힘이라면 자신이 있어서 시작을 했다.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쌀엿만 쏟아붓는다. 이걸 끓이면 점점 진해지면서 갈색이 되는데, 찬물에 한방울 떨어트렸을 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