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삶/생각이 너무 많아요 (3)
옆집
WSET 공부 중 인상 깊었던 구절. 비옥한 토양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의 와인은 보통 품질이 좋단다. 의외여서 기억했고 일상에서 틈틈이 떠오른다. 특히 요즘처럼 마음이 많이 불안할 때. 살아볼수록 강함은 strong이 아닌 endured에 가깝다고 느낀다. 10년 전보다 지금은 견뎌내고 이겨낸 일들이 더 많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밟고 다음 장으로 도약한다. 스트레스를 반길 수는 없겠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도, will make good wines.
제목을 뭘로 하지 생각하다가 단순하게 적었다. 여긴 아직 1월 1일이다. 산 날이 늘어갈 수록 크리스마스도, 내 생일도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심지어 이번 생일에는 케익도 안 했다. 혼자 있어도 절대 빼먹지 않던 것인데.) 유일하게 유의미하게 남은 건 새해 첫날. 매년의 마지막과 시작이 여느 날과 다름 없는 그냥 아무 날인 것도 잘 알고 있다. 사실 리셋이라는 게 인간이 지어 갖다 붙인 날짜라는 개념 때문에 가능할 리 없다는 것도 매번 생각한다. 새해 다짐은 늘 그렇듯 한 달도 못 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는 그냥 그대로 나로 산다. 언젠가 일기장을 들춰보면 이런 걸 다했었어? 하고 드는 머쓱함이 싫고 내 자신한테 한 번이라도 더 실망하는 것이 싫어 이젠 새해 다짐을 안 한 지도 꽤 됐다. 올해도 특..
헝가리에 산 지 이제 1년이 넘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고, 나름 처음에는 듀오링고로 넴바굑욜 (몸이 안 좋아요) 따위를 배우며 기초 문장은 헝가리어로 해 보려고 노력한 기억도 난다. 1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헝가리에 사는 것은 더욱 감흥이 없고, 내 생각이나 감정의 톤이 많이 바뀐 게 느껴진다. 유럽에서 계속 살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초반 거주증이니 코로나니 회사 구조니 필수 퀘스트같은 일들을 깨고난 후, 내가 일상에서 중요성을 부여하던 건 전부 내 제어권 밖에 있는 문제들이었다. 포기하거나 기적같은 행운을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그 일들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결론인 포기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 후 내 속에 남은 건 허무함뿐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