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63 (20240610~20240616) 본문
2024.06.10. 월요일
부다페스트, 비
아침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차가 있어 다행히 편하게 출근했다. 회사 앞 골목에 차를 대놨다가 비가 그치고 다시 주차장에 갖다 두었다.
점심시간에 스위스클리닉 비뇨기과에 갔다. 지난번 소변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것이다. 결과지 보고 예상은 했지만 아무 문제없단다. 내 소중한.. 2만 포린트... 이럴 때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 할걸 그랬나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깐 해보지만 택도 없는 것이다.
저녁에 본부장님이 호텔에 맡겨둔 서류를 찾으러 갔다가, 지인 분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영화관에 갔다.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아주 작고 클래식한 영화관인데 너무 좋았다. 영화는 패스트라이브즈. 나 포함 여섯 명이 관람했다. 처음에는 배우들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너무 웃겨서 꼭 내 교포 친구가 연기하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지만 갈수록 영상미와 잔잔한 내용에 공감이 갔다. 그렇지만 인연 (꼭 저 'ㅕ' 음운을 힘 줘서 인이연! 하는...) 발음은 좀... 못 참겠다.... 중요한 단어인데..
2024.06.11. 화요일
부다페스트, 비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우산을 갖고 나왔다. 그래, 비나 계속 좀 와라.
바이올린을 리턴하였다. 아무래도 너무 진도도 안 나가고.. 그러다 보니 흥미를 잃었고.. 운동하느라 바빠서 더는 바이올린 수업을 못 듣겠어서. 그래도 몇 개월 했는데 또 끝까지 안 하고 이렇게 중도 포기하는 나 자신이 싫지만.. 싫을 틈이 어딨어. 난 지금 매일 운동하느라 바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배추와 계란을 부쳐 먹고 간단히 운동, 샤워 후에 MA 공부를 시작했다. 금요일에 오페라 아이다가 예약되어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번 주는 정말 쉴 틈이 없다.
2024.06.12.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한국에 두고 온 차를 처분하려고 하니 그렇게 팔라고 하던 가족이 이젠 또 말린다. 그렇지만 이제 보험료도 그렇고.. 자꾸 세워만 두는 게 마음이 아파 안 될 것 같다. 좋은 주인에게 보내야지.
오늘부터 학점은행제로 한국어교원 과정을 시작했다.
저녁에 수영을 갔다. 우리나라 수영 강습이랑은 너무 다르고 강사가 마치 어린 애 다루듯이 메일로 다 보냈잖아? 읽어! 라고 해서 순간 황당했으나.... 그냥 영어 쓰기가 민망해서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두나 아레나는 겉으로 보기엔 번쩍번쩍하고 수영장 레인 자체는 참 좋아도, 탈의실이나 샤워실은 한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1:1 강습 피케팅을 하든지, 초보만 가르치는 곳을 가야지 강사가 물밖에 내내 서있으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방식도 처음이고, 그마저도 나한텐 아무 코칭도 안 해 주어서... 또 돈 내고 왕따 당하는 기분...
집에 돌아와 정말 너무 하기 싫지만 꾹 참고 앉아서.. MA 공부를 했다. 루트 보고 뒷걸음질 쳤던 공식이 이해하고 나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수학 쪽으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나라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어제는 한 시간 반, 오늘은 두 시간, 내일도 두 시간 이렇게 서서히 늘려서 하루 순 공부시간 3시간을 습관화해야겠다.
여름이라서 문 열어놓고 음악을 크게 틀거나 영화를 큰 소리로 틀어놓고 보는 집이 많아 시끄럽다. 폼 형태의 이어 플러그도 충분히 소음 차단이 되지만 자꾸 두통이 생겨서 좋은 것으로 새로 사야겠다.
2024.06.13.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어제 고민했던 룹 이어 플러그를 샀고, 저녁에 필라테스를 갔다. 집에 와서는 공부했다. 하루종일 바쁘다.
2024.06.14.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부장님과 커피 한 잔을 하다가 크로아티아 여행이 급... 땡겨서 신입을 꼬셔 내일 가기로 했다. 엄청 저렴한 가격의 해변 숙소가 있어서 급히 예약을 했다.
점심에 마마스에 가서 오랜만에 밥을 먹었다. 마마스에서 밥 먹으면 꼭 가곤 했던 닉 카페가 하루아침에.. 사라져있었다. CIA나 FBI 이런 사람 아니겠냐고 농담했는데 진짜 임무가 끝나고 가버린 것처럼. 몇 번 가지도 못해서 더 아쉽다. 홀연히 사라져버린 마지막까지 서사가 완벽한 주인 아저씨.
저녁에 오페라하우스에 아이다를 보러 갔다. 그런데 자리가 너무...... 너무 말도 안 되는 자리인데다가 (도대체 뭔 생각으로 예약했는지 모를 자리..) 에어컨을 안 틀어줘서 공연 보는데 맥박이 여기저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진짜 쓰러지겠네 싶어서 1막 끝나고 그냥 나와버렸다. 공연 보다가 포기하고 집에 간 건 처음이다.
나와서 조금 걷는데 또 햇빛 때문에 힘들어서.. 한국어 간판이 보이는 마사지샵을 발견하자마자 들어가서 한 시간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와 내내 누워 있었다.
토~일은 여행 포스팅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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