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61 (20240527~2024060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61 (20240527~20240602)

여해® 2024. 6. 3. 22:58
728x90
반응형

 
 
 
2024.05.27.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단백질 셰이크를 드디어 먹었는데 계속 머리가 멍하고 아프다. 탄수화물 금단증상이 이럴 거라더니 딱 들어맞는다. 손이 떨리거나 하진 않지만 물속을 걷는 기분이다.

점심시간에 비뇨기과에 갔다.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물이나 많이 마시라고 할 줄 알았건만 결과지를 보더니 추가검사를 해야 한단다. 다른 것보다 이 땡볕에 병원 다녀오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겨우 씻고 누워 8시도 안 돼서 잠에 들었다. 카페인도 밥도 안 먹어서다.




2024.05.28.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개운했다. 머리도 어제만큼 멍하지 않고. 아침에 비뇨기과에 다시 가서 샘플을 제출하고 회사에 와서 단백질 셰이크를 먹었다. 어제만 해도 짜파게티 생각이 간절했으나 오늘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점심에 테스코에 가서 장을 봤다.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그 짧은 거리에도 숨이 턱턱 막혔다.
 


저녁에는 신입과 Gym Beam에 가서 곤약쌀을 샀다.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싶었지만 모레부터 추가될 운동이 감당이 안 되어 미리 나갔다. 집에 돌아와 제로콜라로 반숙계란장을 만들었다. 양념만 살짝 먹어봤을 땐 양파, 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맛없거나 그렇진 않았다. 파 써는 것까진 어떻게 했는데 계란 까는 게 너무 귀찮았다. 내친 김에 유청과 우유를 섞어 리코타 치즈를 만들었다. 우유가 끓어넘쳐 쿡탑이 조금 타버렸는데 화낼 기운도 없었다.
 
 
 
 
2024.05.29.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더 자고 싶었는데 6시에 눈을 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운동이나 하고 오자 싶어 나갔다. 6시 30분에는 해가 강하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분다. 선선하다 못해 춥기까지 했지만 빠르게 걷고 뛰기 시작하니 금방 더워졌다. 집에 돌아와 누우니 출근하기 너무 싫었다.
 
디카페인 커피도 커피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간보고서 막바지라 서명할 것이 한가득이다. 회계법인에서 본인들이 늦은 주제에 황당한 소릴 해서 화가 날 뻔했는데 기운도 없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집에서 밥을 하는데 애벌레가 나왔다. 지어둔 곤약밥을 전부 버렸다. 아까웠다. 찾아보니 화랑곡나방이라는 벌레로.. 성충인 나방은 며칠 전부터 한 마리씩 보이던 그것이었다. 인터넷을 계속 찾아보다가 막막해서 울음이 터졌다. 오늘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놓고 새벽 세 시까지 못 잤다. 살아갈 힘이 없다.
 
 
 
 
 
2024.05.30.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눈 뜨며 나방 사태가 제발 꿈이었길... 바랐지만.. 그저께부터 농담으로 내 세상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진짜 무너진 기분. 겨우 기운 차리고 일어나 출근했다. 괜찮다. 그깟 벌레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
 
요즘 팀원과 점심시간에 운동삼아 테스코에 간다. 테스코와 DM에서 나방 트랩을 사고 내일 먹을 식재료를 샀다. 집에 가자마자 나방 두 마리를 전자모기채로 때려잡았다. 부엌 서랍부터 청소했다. 애벌레 시체로 추정되는 것이 서랍 구석에 있었고, 심장이 쿵쾅쿵쾅 빨리 뛰었다. 아래 서랍들과 오븐청소까지 마치고 나니 세 시간이 지나있었다. 땀으로 푹 젖었다. 트랩 끈끈이가 손에 묻어 고생했다.
 
 
 
 
 
2024.05.31. 금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퇴근하고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탕청에 갔다. 친구와 통화하면서 집에서부터 걸어갔고 해만 없으면 참 괜찮은데 해가 미친 듯이 내리쬐는 구간이 좀 있었다. 식단 중이라 정말 새 모이만큼 먹고... 돌아갈 때 또 걸을까 생각했지만 전날 다 못 끝낸 부엌 청소를 생각하니 시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각종 양념과 물엿을 넣어둔 찬장을 열 때 정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백퍼 여기일 거라고 확신했는데 없어서 살짝 서운(?) 하기도 했다.
 
 
 
 
 
2024.06.01. 토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홈트레이닝을 했다. 발라톤에 다녀오면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비가 막 쏟아지기도 하고 계속 흐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양조장에 도착했을 무렵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 우리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많았고, 거의 1년만에 찾은 양조장은 여전히 너무 좋았다. 그동안 와인자격증도 따고 바빴다고 하니 주인 아저씨가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와인 여섯 병을 샀다. 예전같으면 이거 한 달도 안 돼서 다 먹을 텐데 했겠지만 지금은.. 다 먹을 날이 오기는 올지. 그런다 해도 그때까지 와인 보관을 잘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예전에 엄마아빠랑 티허니 갔을 때 갔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비가 그야말로 양동이 퍼붓듯이 와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홀딱 젖을 뻔했다고 엄청 다행스러워했다. 카페라도 갈까 했지만 급 피곤해져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또 청소를 했다.
 
 
 
 
2024.06.02.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 필라테스.. 9시.. 생각보다 눈은 빨리 떠져서 여유있게 나갔다. 회원들은 나이대가 다양했고 내 옆에 있는 분이 정말 고수같았다. 계속 도와주고 얼레벌레 하는 나를 알려 주고 해서 고마웠다. 예전에 1:1로 했을 때는 내가 너무 초보이다 보니까 빡세게 안 한 게 분명하다. 진짜 죽을 거 같아서 모두가 "알유 오케이? 벗 유 돈 다이" 해 주고.. 다신 안 가고 싶지만 다시 갈 것이다. 안 쓰던 근육 쓰니까 몸이 드디어 운동한 기분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 또 청소를 했다. 청소하다가 드디어..! 나방의 최고 서식지를 발견했다. 바로 청소기 먼지통 속. 그... 가득한.. 그것들에.. 진짜 기절할 거 같았는데 흡입구에 에프킬라를 뿌려 다 죽이고.... 먼지통을 바로 분리해 싹 다 세척했다. 드디어 마음이 놓인다.
 
낮에 지인분을 초대해 같이 샐러드를 먹었다. 원래는 훠궈를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어쩌다가.... 닭가슴살을 500g이나 구워서 내가 거의 400g을 먹었다. 질려버려서 좀 큰일인 것 같다. 손님은 맥주를 마시고 나는 옆에 앉아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고....... 손님을 보내고도 밖에는 해가 쨍쨍하고 아침 필라테스+청소 연타로 더 이상 활동은 안 하기로 하고 오래간만에 닌텐도를 켰다. Hundred Days라는 양조장 운영 게임을 새로 구매했다. 분명히 해가 밝았는데 정신 차리니 11시라 깜짝 놀라 얼른 자리에 누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