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02 (20221204~20221207) 본문
2022.12.04.
부다페스트, 맑다가 흐리고 비
하루종일 나가 돌아다녔다. 일상글에 쓸만한 사진과 에피소드를 많이 건졌으므로 오늘의 일기는 일상글로 대체: https://mynextdoor.tistory.com/m/11
저녁은 피자헛에서 미디움 사이즈 피자 두 개 세트를 주문해와서 먹었다. 출근이 두렵다.
2022.12.05.
부다페스트, 흐림
부다페스트 오고나서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졌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컨디션 문제인 건지 모르겠다. 독일에서보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더 찌고 있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 걸까.
아침에는 화상으로 한국에 계신 지원지 분과 면접을 봤고 점심에 법인장님이 중국집에 가서 볶음밥을 사 주셨다. 진반점이라고 가오픈한 한국식 중국집인데 맛이 괜찮았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오늘은 이비인후과에 가야 하는 날이라 4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시내를 통과해야 했다. 길이 많이 막혔지만 택시기사가 노련하게 골목 골목을 지나갔다. 이틀 뒤면 내 차가 나올 텐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널리고 깔린 이비인후과인데. 예약까지 해야했고 왕복 두 시간이다. 인보이스 나온 것을 보니 Language fee라는 것이 붙어 있었다. 영어를 쓰는 값을 내라는 거다. 그럼 내가 번역기 써서 말하면 이 돈은 안 붙는 건가. 보험사에 내기 곤란한 내용이라고 하니 총액으로 수정해 주었다.
집에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두나 플라자에 들러서 플라잉 타이거에서 빨래바구니와 위스키 스톤(처음보는데 신기해서 샀음)을 사고, KFC에서 치킨 포장을 하는데 한국인이 많았다. 한국 vs 브라질 경기하는 날이라 그렇다. 나도 그래서 사러 간 거고. 거의 20~30분을 기다려서 포장을 해왔는데... 어렵게 틀자마자 한 골 먹는 것을 보고 속상해서 꺼버렸다.
다른 법인에 있는 과장님과 일얘기 사는얘기 하면서 통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열두 시가 되었다. 확실히 여기 오고나서부터 하는 일이 많아 늦게 자고, 그래서 일어나기 어려운 듯 하다. 내일은 운동도 하러 가는 날이니 이젠 진짜 건강하게 살아야지.
2022.12.06.
부다페스트, 비가 많이 오다가 맑음, 또 흐림
날씨가 아주....... 재미있다.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살아서 비가 오는지 아예 몰랐는데, 그래서 출근길에 아주 낭패를 봤다. 폭우 수준으로 쏟아지는 건 아니지만 우산에 쿨한 외국인들도 다 우산 들고 다닐 정도는 되었다. 그러니까 한국 편의점에서 팔던 5천원짜리 우산은, 비닐떼기를 그 값 받는다고 욕할 수가 없는 게 그 값어치 이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쫄딱 젖어서 출근하다가 회사 직원을 만났다. 뭔가 창피했다. 그리고 막스마라 코트를 안 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번에 버스정류장에서 서로 번호를 교환했던 마리나 파트 커플이 수요일 저녁에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해왔다. 이렇게 우연한 인연과 친구가 하나둘씩 생기다 보면 나도 좀 숨통이 트일까? 회사 일이 너무 많이 정신없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기분이라서 사실 많이 막막하다. 회사에는 내 시간을 빌려주고, 나는 그 대신 돈을 받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하려고 무던히 노력해 봤지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다 여기 와서 살아갈 수 있는 근거가 회사가 되다보니 쉽지가 않다.
오늘 대면으로 면접을 보고 사원 포지션을 채용하였다. 조금씩 갖춰나가다 보면 괜찮을 거야. 그래 괜찮을 거야.
헝가리에 기름이 없다. 주유소마다 기름 없다고 써붙여놓고 간혹 기름 재고가 있는 주유소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서있다. 내일 차가 나오는데 타이밍 참. 차 받았으니 주말에 근교로 놀러라도 가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자제해야겠다.
새로 들어올 직원 자리 마련을 하느라 퇴근이 조금 늦었다. 필라테스 가는 날인데 택시나 버스나 시간 차이가 조금밖에 안 나서 버스를 기다렸다.
필라테스는 재밌고 수월했다. 처음 해보는 거라니까 감안해준 듯 하다. 문제는 예약이 어렵다는 것이다. 빈 자리가 나면 연락달라 하고 나왔다.
하프프라이스에 가서 치즈도마, 빵 그릇 세트를 샀다. 정작 필요한 건 안 사고 맨날 이렇게 별 희한한 것만.
광장에서 사람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을 들고다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를 팔고 있었다.
안 그래도 뱅쇼가 생각났었는데 잘됐다 하고 한 잔 마셨다. 영상 3도인데 춥지 않았다.
2022.12.07.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어제 채용한 분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늦잠을 자서 출근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어제 다른 직원들까지 책상이랑 세팅한다고 조금씩 늦게 집에 가게 됐는데. 참 쉬운 게 없다. 오늘은 리스 차량이 나오는 날이라 더욱 바빴다. 차를 수령해보니 기름이 한 칸도 안 되게 들어있었다. 안 그래도 기름 구하기 힘들어서 난리인데 몹시 걱정됐다. 떨리는 마음으로 주유소를 찾아갔는데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았다. 가득 넣었는데 얼마나 탈지 모르겠다. 다들 차 나온 거 축하한다고 좋냐고 묻는데 난 기분이 그저그렇다. 한국에 두고 온 아뜨가 보고싶다.
퇴근 후 저번에 마리나파트 정류장에서 만났던 커플 중 여자와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 한국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편하게 영어로 실컷 수다 떨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알게 모르게 내가 외롭구나 지금.
오늘 회사에서 있던 황당한 일이 액땜이었는지 정말 오래 기다렸던 소식을 한국으로부터 들었다. 여기 적을 순 없지만, 생각보다 기쁘지 않고 차분했는데 어쩌면 당연하게 받을 자세가 되어있어서 그랬나 싶다.
올해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다 지나간 것 같다.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고 여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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