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06 (20221230~20230110)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06 (20221230~20230110)

여해® 2023. 1. 11. 06:01
728x90
반응형

 

 



2022.12.30.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다른 팀은 오전에 일을 끝내고 간다고 했다. 점심을 걸렀다. 흐름 끊기고 점심 먹느라 어영부영 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저녁 7시에 처음으로 일어나 화장실을 갔는데 눈앞이 아찔했다.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다른 팀과 함께 퇴근했다.

집에 와서 잠시 누웠다가 우리 팀 스탭에게 전화가 와서 한동안 일을 봐주고,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장을 보러 나갔다. 리들, 테스코를 들렀다. 회사 근처 리들이 꽤 크다고 들었는데 물건이 많지는 않았다. 다신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생강청이 너무 먹고 싶어서 생강 1kg를 사왔다.

생강을 따뜻한 물에 불렸다가 티비를 보면서 티스푼으로 벅벅 밀었다. 30분이 넘어갈 때쯤 질려서 그만두었다가, 다시 벅벅 밀었다. 진이 다 빠졌다. 내 때도 이렇게 열심히 벗긴 적이 없거늘.

지난 번엔 250g이었는데 이번엔 1kg로 했더니 꽤 많이 나왔다.

식는 것을 기다리다 소파에서 잠들었다.



2022.12.31. 토요일
부다페스트, 날씨모름

하루종일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나는 어서 2022년이 가길 바라서 그런지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저녁쯤 겨우겨우 샤워를 하고 청소를 했다. 연말은 늘 뭔가 쓸쓸했지만 이렇게 집에서만 보낸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딜 나가기도 싫었고, 나가면 풍경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게 싫었다. 아마도 회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하는 게 싫은 것 같다. 혹은 준비가 덜 되었거나.

요즘은 서툴지만 베이킹에 재미를 붙였는데 아무래도 나만 잘하면 결과도 원하는대로 나와주는 깔끔한 과정이 좋아서인듯 하다.

날이 저물어갈때쯤 한국에서 새해복 많이 받으라는 카톡이 많이 왔다. 한국 시간으론 이미 2023년이 된 것이었다.

저녁에 입소문이 자자한 더글로리를 틀었는데, 이걸 보다가 자정을 놓칠뻔 했다. 밖에서 계속 폭죽소리가 들렸는데 유난히 뻥뻥 터질 때에 시계를 보니 딱 자정이 되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2022년이 드디어 끝났다.



2023.1.1. 일요일
부다페스트, 날씨모름

오늘도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사실 시내 나가볼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새벽까지 꿍꿍대는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하는 이웃 주민 때문에 강제로 더글로리 시즌 1을 끝까지 다 보고 말았기 때문에 오후 두시에 일어났다. 눈을 뜨기는 정오에 떴으나, 계속 잠을 잤다. 얼마전부터 계속 꿈에 꽃게가 떼로 나온다. 무슨 꿈일까 찾아봤지만 딱히 해당되는 내용이 없었다.

회사를 나가지 않는 날에는 이렇게 생활 패턴이 흐트러진다. 늦게까지 자고, 집에 들어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몸은 개운해도 마음은 찝찝하기 그지없다. 몸과 정신이 내게 약간 경고하는 중인 것 같다. 지금 우울함. 매우 우울함. 이렇게.

원래는 곰아저씨 마트에 직접 가려고 했는데 해가 벌써 저물어버려서 처음으로 배달 주문을 시켜보았다. 6시쯤 시켰는데 한시간만에 왔다.
(상세 후기: https://mynextdoor.tistory.com/18)

월초라 한국에서 돈이 많이 빠져나가는 날이다. 천천히 정리를 해보았다. 당분간은 융자 금액이 월세보다 적어 괜찮을 것 같다. 조만간 아빠 생일과 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그게 조금 걱정이다. 어서 워크퍼밋이 나와야 월급을 받고 생활이 안정될텐데.


2023.1.2. 월요일
부다페스트, 안개

하루종일 일했다. 밤 11시에 퇴근했다. 너무 지쳐서 입맛이 없고 이상하게 다리가 운동 많이 한 다음날처럼 쑤신다.

내일 회계법인과 미팅 있는데 준비도 못했다. 오늘 좋았던 거 하나, 점심에 먹은 kfc 멕시칸 샐러드가 맛있었다.



2023.1.8.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친구와 드라이브로 티허니에 다녀왔다. 가는 길을 자꾸 국도로 안내해줘서 더 오래 걸렸다. 가자마자 해가 지는 시간이 되었는데, 비수기 관광지 특유의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부다페스트 돌아와서는 모임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양이 확실히 많이 줄었다는 걸 느낀다.




2023.1.9. 월요일
부다페스트, 비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짧게나마 줄글을 쓸만한 시간도 없었다.

오전에 모든 회로가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주말에 겨우 다잡고 출근했는데... 상사께 전화를 걸어 퇴사 통보를 했다. 대뜸 인수인계를 묻는 말에 상처 받았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뵙고 말씀드리기로 하고, 저녁에는 옆 법인 부장님이 고기를 사주셨다.


느끼하지도 않고 굉장히 맛있었다. 막걸리도 여러 병 마셨다.


2022.1.10. 화요일
부다페스트, 비

어제부터 비가 많이 온다. 오늘은 점심에 중국 음식점에 갔다. 약속 장소가 진반점인줄 알고 택시 타고 갔다가 아무도 없어 당황했다.

간만에 일찍 퇴근했다. 9시면 이제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하고 바쁘니 가족들에게 연락도 못한다. 날 걱정할 가족이 더 걱정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