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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몬테카를로 2박 3일 2024년 5월 (마르세이유에서 니스, 조성진 리사이틀, 생폴드방스, 와이너리) 본문
니스, 몬테카를로 2박 3일 2024년 5월 (마르세이유에서 니스, 조성진 리사이틀, 생폴드방스, 와이너리)
여해® 2024. 5. 15. 02:27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옛날 사람..) 조성진 리사이틀 공연날. 금요일 1일 연차 내고 잠 2시간 자고 새벽 4시 공항 도착.
새벽 다섯 시 사람이 이렇게 많다. 부다페스트 공항 치고는 진짜 많은 편.
인프피 울컥하게 만드는 여권 첫 페이지. 십 수 년 여권 들고 다니면서도 이런 문구가 있는지는 작년 되어서야 알았다. 그냥 괜히... 괜히.. 나도 나라 있는 사람 같고 (맞음) 괜히 좋아.
부다페스트-마르세이유 항공편. 왜 마르세이유편을 탔냐면... 니스 가는 비행기는 금요일에 없어서. 한국 휴가 10월에 또 가려면 남은 연차가 너무 없어서..
중간에 터뷸런스가 엄청 심한 구간이 있었는데 비몽사몽 중이라 차라리 다행이었다. 새벽 비행은 진짜 웬만하면 안 해야겠다고 또 다짐하지만.. 시간으로 보나 비용으로 보나 유리한 면이 많아서 결국 하루만 고생하지 뭐 하면서 타게 된다.
마르세이유 공항. 크로와상과 커피를 주문해서 먹었다. 나는 왜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은 서유럽 가면 아메리카노 시키며 쭈그러드는지 모른다. 그래도 요즘엔 메뉴판에 아메리카노가 대놓고 쓰여있는 곳도 많은데..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만 아메리카노를 시키니 조금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저 앞에 놓인 짐은 내 것이 아닌데, 어떤 현지인 아저씨가 나한테 프랑스어로 뭐라뭐라 하길래 여기 앉아도 되냐는 질문인줄 알고 예스 했더니 짐을 나한테 맡기고(?) 가버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와서 걱정했는데 아저씨는 곧 샌드위치와 함께 돌아왔다. 동양인이고 여자이면 소매치기나 도둑질에 관한 한 최고의 신뢰를 얻는다더니 정말인듯.
아무리 찾아도 플릭스 버스가 오는 곳을 모르겠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았다. 버스정류장에 번호가 굉장히 많은 편이고, 전체 스케줄표를 띄워주는 모니터에서 내 버스 번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는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텅텅 비어있던 플릭스 버스..... 가면서 대여섯 군데 정류장에 섰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찼다. 간만에 수학여행 가는 버스 탄 기분이었다. 그만큼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뜻. 나중에 아는 동생이 말해줬는데 마르세이유-니스 가는 기차도 있다고... 다음에 또 이런 일정으로 갈 일은 없겠지만, 혹시 마르세이유로 들어가게 되면 꼭 기차를 알아봐야겠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니스.
무작위로 찍은 사진.
프랑스인들의 꽃 사랑. 예전에 미국에서 프랑스 출신 오페어 친구가... "우리 호스트 가정은 낭만이 없어. 식사 때 꽃도 안 놓고.." 하더니 정말 그 호스트 가정집에서 나와서 다른 데로 가버렸었다. 너무 충격적인 이유라 아직도 기억한다.
숙소 옆에 있던 피자집. 묘하게 불친절한데 묘하게 친절.
피자 주문해 놓고 옆에 있는 작은 마트에 들어가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비둘기가... 되게 비둘기친화적인 가게다 싶은 게 곡물이랑 견과류를 컨테이너에 담아 파는 코너에... 새들이 막 쪼아먹고 있었다.
와인도 있었는데 제대로 된 와인샵에서 사자 마음 먹고 맥주 하나 사서 나왔다.
화덕 덕분인지 진짜 피자가 미친 맛이었다.
피자들고 방 입성. 위치가 최고였고 방 컨디션은 그저 그랬다. 이정도면 혼자 여행하기에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다.
방 뷰.
피자 사진은 못 찍었고 어디에서도 못 본 디자인이라 신기해서 상자만 찍었다. 맥주도 맛있었다. 오랫동안 탄산이 가시질 않는 게 신기했던 밀맥주. 피자 슬라이스를 안 해 준다는 것을 열고 나서야 알았지.
늦은 아침이자 점심을 먹고 한숨 잤다. 공연까지 두 시간 정도 남겨놓고.
니스에서 몬테카를로까지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시간도 짧고 표를 사면 자유석으로 타는 것이라 그냥 전철 타고 옆 동네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몬테카를로 도착해서 난생 처음으로.... 천박해서 이런 식의 생각은 좋아하지 않지만.. 남의 부에 주눅이 들었다. 웬만해야 그런 기분이 안 들 텐데 사람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너무 귀족같이 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걸친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손과 머릿결, 구두, 옷감이 그렇게 달랐다.
이번 달 카드값만 아니었어도 들어가봤을 부쉐헝... 헝.. 그냥 가볼걸..
입 떡 벌어졌던 카지노 건물. 딱 여기가 공연장이었는데 얼마나 헤맸는지.
진짜 예쁘다.
뭔가 내 스타일이라 찍어본 동상.
몬테카를로 공연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이 도시가 거리끼리의 고도 차이? 언덕이 많다기엔 그냥 거의 절벽을 깎아지른 듯이 차이가 많이 나서, 승강기를 타고 아래 위로 다녀야 하고 아무튼 너무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한참 헤매서 겨우 공연장 비슷한 것을 찾았는데 조성진 공연은 다른 공연장이라고... 안내도 잘 안 되어 있고 거의 포기하고 싶었을 때쯤 혹시나 하고 카지노 건물에 가보니 그쪽에 한국인 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안심했다.
왼쪽 문이 공연장 입구. 여기는 라운지.
스파클링 아닌 화이트 와인을 달라고 했더니 계속 파든 파든 해서.. 저스트.. 와잇 와인.. 애니띵.. 하고 받은 와인. 그냥 그랬다. 샴페인 마실걸.
또 내 앞에 짐을 두고 가신......... 그런데 이 분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분이셨다. 참하게 예쁜 얼굴이 호감이라 계속 내 앞에 와서 앉아라 앉아라 했는데 진짜 내 앞에 와서 앉았다. 유럽에서 일하는 분이었고 잠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부다페스트 오라고 못하겠다 성진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멋있어..
우연히 구한 표로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 공연 봤을 때가 언젠지. 한국에서 원정 오신 팬 분들에 비하면 나의 열정은 반의 반의 반도 안 되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보려고 노력 중이다. 클래식 잘 모르고 평소에도 뉴에이지 듣는 나라도.. 다르다. 진짜 저러다 숨 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게 연주한다. 손은 그냥 감정을 따라가는 것 같고, 조성진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피아노 위의 배우 같다는 느낌이다.
볼살이 다 빠지고 이제 완전한 어른이 된 성진쓰... 이런 엄청난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이런 말 양심 없지만.. 내년엔 부다페스트로 와줄 수 있어?ㅠㅠ
벌써 몇 년 전 얘기지만 예전엔 공연 끝나고 기다리면 싸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혹시 가능할까 싶어 로비에서 서성이는데 한국분들이 많이 보였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니 세상에.. 한국에서 여기까지 이 공연 보러 오셨단다. 아마 싸인은 안 되지 않을까요 하고 수군수군하고 있는데...
조성진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백팩 메고 본인 수트케이스를 손에 들고 유령처럼 인기척 없이 지나갔다. 너무 놀라서 히익! 했는데 왠지 그쪽도 많이 당황했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는 체 하면 절대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미련도 없다. 웃긴 건 그렇게 지나가는 조성진을 본 게 나랑 다른 한 분 뿐. 너무 웃겼다. 진짜 그야말로 유 령 처 럼 스르르 지나가서 코앞을 지나가는데도 아무도 모를 수가...
한국분들과 몬테카를로역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11시가 넘은 밤이라 걱정이었는데 훨씬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잠시라도 동행이 있는 상태로 여행하는 기분이라 따스함을 느꼈다.
다음 날 생폴드방스와 와이너리, 시장을 가는 투어를 시작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폴란드인 가이드 아저씨, 영국 젠지 둘, 네덜란드 출신의 이모와 조카, 그리고 은퇴한 경찰 슬로바키아인, 나. 이렇게였다.
니스와 앙티브 (Antibes), 그리고 깐느까지 한 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가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어릴 적에 디카프리오 미모에 홀려서 몇 번이나 재탕했던 철가면 영화의 그 섬이 여기에 있단 말에 다시 니스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주어진 시장에서의 자유시간. 드디어 발견한 회향. 그놈의 회향 냄새가 어떻게 와인에서 난다는 건지 좀 맡아봤다.
치즈들... 헝가리였으면 쓸어담았을 텐데.
시장 근처 골목 골목이 다 너무 예뻤다.
커피랑 크로와상 또 먹었다. 맛있었다.
아 맞다 여기 바닷가였지.
들어가면서 깰까봐 조마조마했던 엄청난 와인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작약.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가 생각나던 장면.
시장이 이런 곳에 있다니 정말...
정말.. 말이 됩니까.
다음 행선지는 생폴드방스. 가면서도 어딘지 몰라서 내려서야 겨우 네이버 찾아봤는데 예술인 마을이라고. 흥.. 흥미없는데 했다가 너무 좋아서 또 와야지 하고 떠난 곳.
유럽인들은 제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많이 팔아주십시오.
꼭 망고나 라즈베리 이런 거 섞어서 파는데 제발 그냥 순수한 요거트를 꼭 좀 팔아주십시오. 이거 맛있어서 두 번이나 먹었다.
마을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마을을 둘러싼 담벼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런 풍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
되게 더워보이는데 안 더웠다.
이게 랜드마크인지 마그넷도 이 분수 모티브로 만든 것을 많이 보았다.
자유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주어져서 점심은 대충 핫도그랑 맥주를 사먹었다. 한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있었다.
다음은 와이너리 투어.
와인 스쿨 다녀왔다고 눈이 높아졌나 아님 그냥 진짜 별로였나 내가 가봤던 와이너리 중 최악이었다. 테이스팅도 진짜 성의없고 아무 설명도 없고 무엇보다 와인이 너무 별로라 심지어 테이스팅 사진도 안 찍었다.
겟유어가이드에서 보고 신청한 투어인데, 와이너리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와이너리 빼고 다 좋았던 투어라니 재미있다.
투어 마지막 코스였던 곳. 저게 무슨 스위스 양식의 건물이라는데 이때 너무 피곤하고 햇빛에서 도망가고 싶어서 잘 안 들렸다. 투어 그룹에서 제일 부러웠던 사람들은 바로 이모와 조카. 나도 이모랑 여행 다니고 그러고 싶다.
투어 마치고 숙소 앞 와인샵에 갔다. 불친절하면서 친절했던 주인 아저씨의 추천을 믿고 방돌 와인을 샀다. 몇 잔 마시고 뻗어버렸고 해산물 식당 가려던 계획은 무산. 눈 뜨니 9시여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구시가지까지 가보자 하고 나갔다.
그러나 밤이 너무 어두웠고 어제 조성진 리사이틀에서 만난 한국분들이 니스가 밤에 치안이 안 좋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생각나 그냥 가까운 스시집에서 초밥만 몇 개 주워먹었다.
집에 가면서 산 츄러스. 이게 여행 마지막 사진이라니 믿을 수 없지만.... 다음날은 부다페스트 서둘러 돌아가느라 별 것 없었다.
결국 구시가지도 못 봤고, 와인도 생각보다 많이 접하지 못했고, 여러 이유로 니스는 가을에 꼭 다시 한 번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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