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50 (20240304~20240310) 본문
2024.03.04.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운전하는 길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았다. 부다성 겹벚꽃은 언제 피려나. 한국 다녀와도 볼 수 있을까. 작년에 거주증 때문에 힘들 때 거의 유일하게 위로가 되어준 추억인데. 4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올해는 더 빠를 듯하다.
점심으로 맥치킨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집에 고추장 삼겹살도 많이 남아서 그것부터 먹었어야 하는데..
윗집이 점점 도가 지나치게 굴어서 새벽에 힘이 든다. 어제는 새벽 세 시에 고의적으로 쿵쿵쿵쿵 발을 아예 제자리에서 구르는 소리가 났다. 천장 몇 번 쳤다고 새벽마다 저 난리인 거면 정말 양심도 없다. 저 미친놈들 머리에 이고 사느니 이사를 가긴 가야겠지만, 가끔 집안 살림을 돌아보면......... 어떻게 이사를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그 많은 짐 어떻게 다 정리할지.
의사 선생님과 또 긴 이야기를 했다. 2~3주 안에 꼭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아 내가 또 그런 상태구나, 싶었다. 한국 다녀오자마자 다시 진료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힘들 때마다 선생님이랑 했던 얘기를 생각했다고 하니, 선물이라고 원석을 하나 줬다. 힘들 때마다 보고 본인과 했던 얘기를 떠올리라는 뜻이다. 의대에서 정석으로 가르치는 방법인지 아니면 그냥 선생님과 내 취향(?)이 통하는 건지, 나에게도 힘들 때마다 쥐고 소원 비는 돌이 있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헝가리 와서 만난 모든 사람을 통틀어 날 제일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잘생겨서 눈도 편안. 그러나 선생님도 타인일 뿐이니 너무 의지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전날 잠을 거의 못 자 두나플라자에서 마사지를 받고 집에 바로 갔다. 피자가 먹고 싶어서 피자도 시키고, 누워서 TV를 보다가 문득 지금 살고 있는 건물 페북 그룹에 가입신청 해둔 게 생각 나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글을 봤다. 우리 집 호수를 정확히 써두고는, 우리 집 개가 매일 짖는다는 것이다. 우리 강아지는 한국에 있는데? 그 밑에 강아지 짖는 소리를 1월부터 참았다며 사람들이 악플을 마구 달아두었다.
2024.03.05.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전날 페이스북 포스팅 때문에 여전히 어이가 없다. 약간 이 건물과 이웃 자체에 정이 떨어진달까. 아무 근거도 없는 내용인데 거기다가 경찰을 부르라는 둥, 무개념이라는 둥 온갖 험담이 있던 걸 떠올리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집주인에게 이런 일이 생겨 몹시 황당하다고 메일을 썼다.
점심은 KFC에 가서 버거를 사다 먹었다. 월급 들어오는 날이라 돈 쓰면서도 마음이 조금 넉넉했다. 저녁에 가계부 정리를 하는데 세상에 카드값이며 뭐며 출금 내역이 얼마나 많은지 진짜 그야말로 통장을 스치기만 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도수치료 예약이 있어서 회사에 남아 못 마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주식 계좌 보면서 욕도 하고(?) 시간을 때웠다.
다음 주면 한국에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한국 가서 가족과 친구들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좋지만, 휴가 다녀와서 하겠다고 미뤄둔 일 (이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한다던지, ACCA 수험 계획을 짠다던지)을 착착착착 진행할 생각에 더 들뜨는 것도 있다.
회사에서 나오니 오늘 저녁은 날씨가 살짝 쌀쌀했다. 도수치료를 갔다가 집에 와서 인도커리를 시켰다. 이걸로 내일 점심까지 해결할 생각이다. 와인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수강생이 거의 다 차고 있으니 빨리 와서 결제하란다. WSET 2 자격증도 받으러 갈 겸 내일은 꼭! 점심시간에 다녀와야지.
세종사이버대 수업은 그냥 틀어놓고 있는데 과목마다 교수님들 느낌이 다 다르고 또 과목이랑 어울려서 신기하다. 생각보다 점수 잘 받기가 까다롭겠다 싶어서 조금 긴장된다. 학은제랑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2024.03.06.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점심 시간에 와인 학교에 가서 수업료를 내고 와인 그리고 WSET 레벨 2 합격증을 받아왔다. 카드기가 안 돼서 카드를 몇 개나 꺼내고 카드기 여러 개 꺼내와서 겨우 결제했다. 처음에 내 카드 한도를 의심 받았는데 조금 억울했다. 점심은 어제 배달시킨 인도커리를 데워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신입이 그놈의 szamla 때문에 뉴욕 카페 갔다가 비빔밥에 가서 비빔냉면 먹겠다고 해서..... 너무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이제 진짜 휴가가 코앞이라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들을 처리했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내가 3월에 한국으로 휴가 가겠다고 한 게 잘한 짓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의사 선생님이 준 돌멩이를 본다. 내가 너무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라는 말을 할 때 격하게 고개를 흔들던 장면이 떠오르고 안심이 된다.
2024.03.07. 목요일
부다페스트, 비
저녁에 신입을 데리고 멀리 있는 이케아와 오샹에 갔다.
오랜만에 이케아 구경도 하고 핫도그, 아이스크림도 먹고 오샹에서는 한국에 선물로 가져갈 간식거리를 샀다.
이케아에서 파는 파인애플이 너무 귀여워서 사오고 싶었는데 지금은 좀 감당이 안 될 느낌이라 일단 참았다. 몇 개 안 샀다고 생각했는데 선물로 가져갈 와인 값 빼고도 간식비만 10만원이 넘게 나왔다.
비가 와서 축축하게 추웠다. 집에 오니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건조기 돌리고 간 빨래가 하나도 안 말라서는 썩은내가 났다.
2024.03.08. 금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여성의 날이라고 옆팀 직원이 꽃을 한 송이씩 주고 갔다. 정신없는 와중에 고마웠다.
본사 어른들이 가시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내일 가는데 짐도 안 싸고 집은 엉망이고 빨래는 쉬었고... 왜 항상 가기 전에 아무 준비도 안 해놓고 막판 되어서야 숨도 못 쉬고 몰아쳐서 허둥대는지 잘 모르겠다.
집에 오자마자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한 시간도 안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드러누웠다. 어찌어찌 대충 마쳤다.
2024.03.09. 토요일
이스탄불, 비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새벽에 깼다. 위에서 또 쿵쾅쿵쾅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났다. 다행히 비행기 시간에 늦지는 않게 깼다. 나름 여유 있게 커피도 마시고.
부다페스트에서 이스탄불은 생각보다 가깝다. 공항에서부터 피곤했다. 비까지 와서 춥고 힘들었다. 이젠 정말 체력이 안 되는 것이 느껴진다.
잠들려 할 때 자꾸 헛생각? 꿈? 같은 것이 어지럽게 뒤엉킨다. 수면 장애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이런 증상이 보이면 너무 무섭다. 제발 그냥 넘어가라.
2024.03.10. 일요일
이스탄불, 맑음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오늘 일기는 여행기로 대체.
또 선잠+꿈을 꾸고 화들짝 놀라서 깬다. 기분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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