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부다페스트 첫 주말, 타이 마사지, Pasta bazar 본문
9월 중순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숨가쁜 일상을 보냈다. 겨우 숨돌리게 된 첫 주말, 비즈니스 탑승 (폴란드 항공 비즈니스 탑승기 클릭) 효과는 하루만에 날아갔고 피곤한 몸을 달래주려 마사지샵을 검색해 봤다.
부다페스트는 여행으로도 와 본 적 없는 곳. 모든 게 낯설었다. 구글맵에 마사지샵 검색해보면 번듯한 샵도 있지만 개인 가정집에서 하는 것 같은 비주얼도 많이 보였는데, 괜찮아보이는 곳은 다 예약이 되어 있었다. 겨우 한 군데 찾아서 걸어 보았다. 전전날 쇼핑몰에서 믿고 산 나이키 신발을 신고서.
부다페스트는 야경이 멋지고 아기자기한 옛 건물을 자랑하는 도시이지만, 회사 근처에서 맞이한 건물들은 좀 느낌이 달랐다. 10분쯤 걷다보니 이런 공원이 나왔다. 이때쯤부터였다. 신발이 날 고문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히 사이즈 변환표에 맞춰서, 심지어 한 치수 더 크게 샀는데 이상하게 걸을수록 발이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10분도 채 안 돼서 뒤꿈치는 물론이요 엄지발가락 뼈쪽이 몹시 쓰라렸다. 15분 더 걷다가 볼트 앱을 켜서 택시를 불렀다.
새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는 13구역의 Tui Professional 타이 마사지 샵.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사무실 건물인듯 했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옛날 미용실 같기도 하고.
내부는 단촐하지만 곳곳에 신경 써둔 흔적이 있었다. 버젓이 있는 저 건조대를 보고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나는 한시간 반 오일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 돈으로 3만원이 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일 마사지는 종종 부드럽기만 하고 압이 약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만족스러웠다. 옆 방이 방이 아니고 커튼으로 막아놓은 수준이라 싸아아 싸아아 하는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부담스러웠던 것 빼고는 괜찮았다. 재방문 의사 너무나 있는데 독일에서 언제 돌아갈지를 몰라 그립기만 하다.
물 한 잔이 귀한 유럽이라 끝나고 받은 차 대접이 참 반갑다.
13구역까지 나온 김에 가장 번화한 5구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마사지를 받으니 왠지 출출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혼자서 해보고 싶었다. 기내식으로 먹은 파스타에 자꾸 미련 남아서 라구 소스로 만든 꼬독꼬독한 펜네 파스타 생각이 났다.
구글 맵에 검색하면 파스타 집이야 뭐 너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가장 실내 분위기나 음식 사진이 마음에 드는 곳이 바로 여기 Pasta Bazar였다. 그러나 갔을 때는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고 이제 다들 막 식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웨이팅이라도 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40분쯤 뒤에 와보라고, 그때 자리가 있으면 앉혀주겠단 소릴 하였다.
신발이 점점 나를 미치게 하고 있었으므로 어디 돌아다니고픈 마음도 안 들고. 밖에 비는 오기 시작하고. 이제와 호텔로 돌아가자니 5구역까지 온 시간과 내 발 부상이 아깝고. 다른 카페에 대충 앉아있다가 50분쯤 뒤에 갔다. 직원이 나를 기억하고 약속대로 빈 자리에 앉혀 주었다. 내 바로 다음에 두 명이 들어왔는데, 뭔가 혼자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기 미안해서 일어설까 했지만 직원이 괜찮다고 했다.
내 맘에 쏙 들었던 식당 내부. 아늑하고 좋았다. 옆 테이블에는 몰랐는데 테이블 밑에 대형견이 앉아있었다. 며칠 지내보면서 느낀 건데 부다페스트는 정말 강아지들이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행복해 보인다. 잔디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엄마아빠 집에 있는 우리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조금 슬퍼진다.
펜네 말고 더 큰 게 먹고 싶어. 스파게티 메뉴에 있는 볼로네제를 리가토니로 만들어 줄 수 있냐고 하니 흔쾌히 그렇다고 한다. 치즈도 아낌업이 뿌리고 고생한 내 몸에게 와인 한 잔 공급해 주고. 그냥저냥 평범한 맛이었지만 이상하게 저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 또 가려고 한다. 물론 독일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식사를 마치고 나와 볼트를 켰는데 택시가 안 잡히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에 한 번 이사님과 택시 잡다가 30분을 흘려보낸 기억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대중교통 티켓은 기계에서만 살 수 있어서 아예 10장 묶음을 사두었다. 걸음 걸음 고통이었다. 나중에 동생한테 들으니 유럽은 발볼이 좁게 나온단다. 그래서 치수를 10~15 높여 사야한다고.
호텔에 돌아와 양말을 벗는데 단단히 잘못됐단 느낌이 들었다. 양말하고 까진 살이 붙어서 떼어낼 때 아주 죽음이었다. 이 상처가 2주를 갔는데 중간에 항생제 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곪기도 했다. 어쨌든 다음날 DEICHMANN에 가서 큰 신발을 샀다.
여러모로 멍청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 초보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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