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프랑크푸르트 장기출장 중 본문
요즘 헝가리 취업 비자 받는 게 오래 걸린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정보가 부족해 알 수 없지만, 가서 얼굴을 보여주고 신청서를 내는 일정을 잡는 것조차 언제 될 지 모른다고 하니. 일정을 바꾸어 우선 프랑크푸르트로 넘어왔다.
회사와 호텔이 있는 곳은 정확히 프랑크푸르트는 아니고, 그 근처에 붙어있는 조금 더 규모가 작은 도시인데 편의상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프랑크푸르트라 한다. 오자마자 차를 받아서 운전하고 다니는데 운전 6년차에 아직도 번화한 시내 주행과 주차가 서툴러 진짜 프랑크푸르트에 갈 생각은 차마 안 했다.
독일에 넘어온 지 2주째에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나가 볼 마음이 생겼다. 나에게 인수인계 해주던 회사 직원분의 퇴근길을 따라 S bahn을 타고 출발.
우리나라 전철과 비슷한 에스반. 다른 점이 있다면 좌석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있다는 것과 내부 혼잡도. 자리가 남아 있어도 그냥 서서 가는 사람들 덕분에 자리가 널널하다. 콩나물 시루같은 서울 전철을 생각하면... 아니 사실 생각 안 난다. 다니는 내내 회사에서의 9시간보다 전철에서의 왕복 2시간이 더 힘들었으니. 안 좋은 기억은 잊기로 한다.
역에서 내려 일부러 갤러리아 백화점을 통해 올라왔다. 1층에서 전회사 브랜드 매장도 발견하고 (그만둔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썩 반갑지는 않더라) 익숙한 화장품, 가방 브랜드를 보면서 그냥 걸었다.
마인강.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은 마인강 앞에 있는 프랑크푸르트라는 뜻이란다.
예전에 프랑크푸르트는 공항만 스치듯 지나가봤기 때문에 마인강은 이번이 처음. 회사 직원분이 날씨가 좋은 때는 강변을 걸으면 참 좋다고 뿌듯한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동료분을 먼저 보내고 강변을 걸어보았다. 쌀쌀하긴 해도 오랜만에 해가 난 하늘 아래 산책하니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부다페스트에서도 다뉴브 강가를 걸으며 반드시 마리나 파트에 집을 얻으리라 결심한 바 있는데 그 마음 다시 한 번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람선 뒤로는 유명한 다리.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자물쇠를 그렇게 건다고.
독일 전통 주택이 잘 보존되어 있는 시내. 어딘가에 괴테 생가도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와보기로 했다. 가까우니까. 그러다가 뉴욕에서 센트럴파크 한 번도 안 가봤던 것처럼 영영 안 가게 될 수도 있겠다. 가까우면 급할 거 없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그렇게 허무하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곧 열릴 샤갈 전시회 포스터도 눈여겨 봐두었다. 파리 오페라하우스 천장의 샤갈이 그렸다는 그림은 문외한인 나도 감동시켰다. 꼭 봐야지.
kein Verkauf 판매용이 아닙니다. 하니 뭔가 더 탐이 났던 장난감 기차.
프랑크루프트 시내는 옛날 건물, 요즘 건물이 섞여 있어서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한 잔 하고 싶었지만 회사 앞에 세워둔 차를 끌고 집에 가야 했으므로 참았다. 해가 지면서 아주 쌀쌀해졌지만 밖에 앉아 맥주나 와인 한잔씩 하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역으로 돌아가기 전 심심해서 돌아본 백화점 지하 1층의 식료품들. 백화점 지하 1층에 아주 정갈한 마트가 있는 건 한국과 아주 비슷하다. 신기하고 탐났던 식물 키우는 냉장고.
아주 짧았던 프랑크푸르트 나들이를 마쳤다. 샤갈 전시회 할 때쯤 다시 가 볼 생각이다.
한국을 떠난지 이제 한달 정도가 되어가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대한 불안함, 지속되는 호텔 생활로 인한 피곤함, 또 회사에서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 같은 것이 슬슬 머리를 채우고 있다. 11시도 안 되어 불 끄고 눕고, 아침 7시면 눈이 떠지는 기적적 변화도 이뤄내는 중이다.
생각했던대로인 것도 있고, 생각과 다른 것도 있고. 이 모든 변화, 새로운 환경과 사건들이 조금은 부담일지라도 유럽에 나온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감히 한 번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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