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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14 (20230306~2023031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4 (20230306~20230312)

여해® 2023. 3. 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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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늦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알람이 아주 작은 소리로 울리고 있었고, 유튜브가 그대로 틀어져 있었다. 여행 다녀온 게 피곤해서도 있고, 알람 소리가 너무 작아서도 있는 것 같다. 15분 정도 지각했고 놀라서 택시를 탔다.
 
7시 정도까지 야근을 했는데, 회계법인에서 기장한 내역 중에 부가세 공제 부분이 추측조차 되지 않아서 혼자 뻘짓 하다가 결국 질문 메일을 보냈다. 여기는 한 번 메일을 보내면 그냥 무시당하기 일쑤라, 며칠을 기다리거나 리마인더를 여러번 보내야 한다. 궁금한 게 바로 풀려야 하는 내 성격으로는 정말 견디기 어렵다.
 
저녁에 시내 나간 주임에게 연락해서 같이 비빔밥에 갔다. 배가 터지게 삼겹살, 계란찜, 냉면에 맥주까지 먹고 소화시킨다고 걸었는데 한시간을 걸었다. 예전엔 두세시간을 걸어도 끄떡없었는데 확실히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마지막에는 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2023.03.07.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알람 소리가 또 작았다. 그래도 어떻게 잘 일어나서 다행히 늦지 않았다. SAUSKA에서 사온 와인을 옆 법인 이사님께 드렸다. 지난 번 선물받은 것도 있고, 양조장 소개해 주신 분이기도 하고.
 
전날 먹은 저녁이 소화가 다 안 돼서 점심은 간단히 먹기로 했다. 오후에는 출장 오는 직원을 픽업하러 가야 하므로, 오전을 바쁘게 보냈다.
 


저녁에 Mazel Tov라는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다같이 갔는데 가는 순간까지 중동요리인 줄을 몰랐다. 언젠가 코엑스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기억이 나서 간만에 맛있게 먹었다. 가게 분위기도 좋았고,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다.
 
 
 
 
2023.03.08.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오후에 또 공항 픽업을 갔다. 잘 모르는 임원분이라 긴장했지만 대화를 편하게 해 주셨다.
 
라이파이젠 은행과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서 일을 보고 나니 5시 30분쯤 되었다. 저녁에 우리팀 전부 모여 비빔밥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막걸리 한 병 정도를 기분 좋게 마시고, 메리어트 바에 가려다가 문을 열지 않아 노상 테이블 놓고 파는 식당에 가서 커피를 한 잔씩 했다. 
 
 
 
 
2023.03.09.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저녁에 전체 회식이 있어 바쁘게 보냈다. 서울하우스는 처음 가보는데, 또 삼겹살을 먹었다. 불판이 김치를 굽기 딱 좋게 되어있어서 아주 좋았다. 2차로 여자 직원들끼리 리츠칼튼 근처 바에서 와인을 마셨다.
 
 
 
2023.03.10.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오전에 여자 임원분이 막스마라 아울렛을 가보고 싶다 하셔서 동행했다가 거의 50만원을 쓰고 나왔다. 이래서 돈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점심에는 강남에서 비빔냉면을 먹었는데 아주 매웠다.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갈까 하다가 마땅한 데가 없어 그냥 사무실로 돌아왔다. 날씨가 요즘 아주 좋다. 일하기 싫게.
 
마감을 하려고 보니 다 됐다던 마감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마감 개념이 나와는 다른 거겠지. 현지인 직원은 벌써 나와 세달째인데 아직도 물어보면 다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안 된 부분을 지적하면 당황한다. 일부러는 아닐 거라고 알고 있지만... 너무 답답하고 앞으로가 막막해서 또 눈물이 났다. 날 이렇게 가지각색으로 힘들게 하는 회사는 정말...
 
더글로리 스포를 피하느라 인터넷을 거의 못하니 불편할 것 같아 맘잡고 봤다. 와인도 한 병 땄는데, 중간이 기억나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는지 새벽에 눈 뜨니 침대 위였다.
 
 
 
2023.03.11.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고 강풍
 
해는 맑은데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곳곳에서 정전 소식이 들렸다. 하루종일 꼼짝않고 누워서 넷플릭스만 봤다. 어디 나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2023.03.12.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늦게 일어나 출장 온 직원과 함께 센텐드레에 갔다. 저번에 갔을 땐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웠지만, 이번에는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적당히 있어서 좋았다. 주차 때문에 애먹을 뻔 했는데, 이제 슬슬 주차가 두렵지 않아지려고 한다. 일자주차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점심으로 먹은 파스타는 꾸덕하고 맛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벌써 오후 다섯시쯤 돼서, 직원은 집에 내려다 주고 나는 5 elements spa에 두 시간짜리 스톤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데이스파 패키지도 있어서 마사지부터 체험해보러 간 곳인데, 이제 하도 마사지를 받다보니 첫 시작에 발바닥 누르는 압력부터 망했는지 대박인지 안다. 약간 망한 마사지였다. 두 시간이 지루했다.
 
그래도 소득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국회의사당 명당 자리를 발견한 것이다.


차를 멈추고 내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한국인이 두 명 있었고,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굉장히 한가했다. 내가 지금껏 본 것 중에 제일 선명하고 아름다운 정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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