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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13 (20230227~20230305)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3 (20230227~20230305)

여해® 2023. 3. 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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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일주일만에 출근한 것치고는 그럭저럭 평화로운 오전 시간을 보냈다.
 
신규 입사자가 있어 점심에 마리나파트까지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지난 번에는 싹 비웠는데 확실히 몸이 다 낫지 않아서인지 절반 정도 남겼다.
 
저녁에 신입분 이사하는 것을 도와주고, 본부 주임과 두나플라자에서 저녁을 먹었다. 새로 생긴 팟타이 음식점인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8시쯤 집에 돌아와 한참동안 누워있었다. 책을 읽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카톡 보다가 무한 반복. 어떻게 취미생활 하는 것도 이렇게 산만한지 알 수가 없다.
 
중간중간 졸다가 깨고 반복하다가 결국 열두시를 넘겼다. 또 잠을 못 잘까봐 불안했다.
 
 
 
2023.02.28.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6시 30분부터 눈은 떠있었는데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다행히 지각은 안 했다. 아침에 멍해서 잠깐 불리 사이트에 들어가 쇼핑을 했다. 리켄데코스 오일이 계속 품절이다가 이제야 풀렸다. 날도 따뜻해지니 이제 코코넛은 그만 쓰고 이끼 냄새로 돌아가야지. 배송비가 14.25유로나 해서 어이가 없었다.
 
점심에 처음으로 KFC에 온라인 오더를 해보았다. 양파, 오이 빼달라는 주문도 나름 다 들어주어서 편리했다. 이제 영어가 안 될까봐 두근거릴 일이 하나 더 줄었다.
 
칼퇴 후에 Padma massage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강제로 핸드폰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마사지 받을 때는 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해 생각하는데, 나보고 슬퍼보인다고 해서 이를 꽉 물고 웃음을 참았다. 한 10분 정도 졸았다.
 
집에 와서 맥북으로 뭘 좀 보다가... 맥북을 너무 아래에 놓고 봐서 그런지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이 좀 믿을 수 없게 엄청나게 컸다.

크다기보다는 약간 이런 느낌?
 
본부 주임과 매일 술먹고 밥먹고 하다보니 살이 찌긴 쪘겠지만서도, 지난 주 내내 아팠고 심지어 점심은 샐러드를 먹었는데 이런 모습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지난 번 한국 돌아가는 학생에게서 만원 주고 산 체중계는 아직 차 뒷좌석에 굴러다니는데 (사람들이 볼때마다 이이거 뭐냐고 물어봐서 대답도 안 했다) 이제 진짜 관리해야겠다.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2023.03.01.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뭘 했다고 3월인가. 날씨는 아주 맑았다. 저녁 늦게 도수치료를 가야하므로 야근할 것을 감안해서 여유롭게 일했다. 신입이 아주 똑부러지고 성격도 좋아 보여서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늘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 왜 벌써 다섯시야? 했는데. 뭔가 많이 안정된 느낌이 든다. 저번주에 푹 쉬어서 그런가. 나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오는가.
 
회사에 개인경비 청구 안 한 걸 따져보니 약 150만원 정도 되었다. 어쩐지 통장 잔고가 심하게 없더라. 그거 정리할겸 이거저거 할겸 야근을 두시간 정도 했고 저녁 8시에 도수치료를 갔다. 운동은 커녕 침대에서 거의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자세는 좋아졌단다. 역시 회사에서 오래 앉아있는 게, 그리고 그게 잘못된 자세라는 게 큰 요인인듯 하다. 
 
그나저나 목소리가 언제쯤 돌아올지 이제 슬슬 걱정이 된다. 벌써 3주째 이런 목소리로 살고 있는데.
 
 
 
2023.03.02.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일 끝나고 신입 친구와 출장자를 데리고 이케아에 갔다. 이날 점심을 굶었기 때문에 이케아 핫도그를 두개 먹을까 고민했지만 자제하고.

 

대신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기계가 자동으로 쏴주는 식인데 굉장히 불친절했다.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쇼핑 끝에 식물코너에서 열매까지 달린 나무를 봤다. 라임 아니면 레몬같은 시트러스류로 보이는데, 정원이 있었으면 한그루 갖다 키웠을 텐데. 씨앗부터 키워 어엿한 나무가 된 내 레몬들은 엄마 아빠 집에서 잘 자라고 있는가.

 

이케아 쇼핑을 마치고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메리어트 바에서 기다리며 뱅쇼를 마셨는데 알콜 안 날아가게 잘 끓인 한 잔이었다.


머그컵은 판촉물처럼 생겼는데 개선했으면. 친구와 피자를 두 판이나 먹었다. 내 목소리가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잠들었다.
 


2023.03.03.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하루종일 나라를 구했다. 금요일이라 그런가 사무실은 내내 조용했다.

점심시간에 자주 가던 쌀국수집에 갔는데 공사중이었다.


번역기를 돌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현지인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동안 해장 음식으로 참 잘 먹고 있었는데.


저녁에 팀원들 데리고 어제 갔던 바에 또 갔다. 몰랐는데 예약 사이트가 있길래 예약을 하고 가니 좋은 자리를 내주었다. 이렇게 20분만 택시 타고 나오면 유럽다운 풍경이 있는데. 조금 더 자주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술을 잘 먹지 못해 한잔씩만 마시고 일어났다. 나름대로 즐거웠다.



2023.03.04. 토요일
빌라니, 맑음

다음주에 평일 일정이 내내 바쁘므로 치과 예약을 토요일 오전으로 옮겼다. 생각보다 일어날만 했고, 일자 주차도 드디어 혼자서 성공했다. 이제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다.


미룰수만 있다면 늘 미루고픈 치과. 생각보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치주염 치료도 금방 끝났다. 마취한 게 오래 가서 조금 불편했다. 입술이 바짝 말라있다가 찢어졌는데 물을 잘 안 드시냐고 또 잔소리 들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나만 보면 물 좀 먹으라고 한다.

오늘은 빌라니 1박 2일 여행가는 날.

Dm에서 치간칫솔, 오늘 쓸 칫솔과 치약을 사서 바로 빌라니로 떠났다.

운전은 평화로웠고 날씨는 맑은데 차 썬팅이 너무 약해 뺨과 손이 뜨거웠다. 숙소 도착하자마자 지쳐서 누워버렸다. 아, 나의 넘쳐나던 체력 어디갔느냐.

 

잠시 쉬다가 Sauska 48 양조장까지 걸어갔다. 간단히 와인이나 한두잔 하려던 것이 코스 메뉴를 먹게 되어버렸는데 모든 맛과 서비스가 매우 훌륭했으니 자세한 건 별도로 포스팅하기로 하고.

 

 

 

2023.03.05.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알람이 깨우지 않아도 7시면 눈을 뜬다. 오늘도 그래서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조식으로 그 특유의 신맛나는 유럽 빵(?)에 버터 한 조각,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집 가는 길에 Sauska 48 양조장에 들러서 전날 마셨던 와인을 한 병씩 샀다. 한 상자에 120유로 정도 나왔으니 저렴하게 잘 샀다. 각 와인마다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을 정하면서 운전했다. 집으로 곧장 가려다가, 페치 Pécs 라고 아기자기한 도시가 30분 거리에 있길래 그쪽으로 운전해 갔다. 페치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

 

페치를 떠날 때쯤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한시간 정도 운전을 심심하지 않게 했다. 그런데 전날 술 때문인지, 잘 때 베개가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뭔 문제가 있는 건지 얼굴에 자꾸 저린 느낌이 나서 무서웠다. 

 

 

 

부다페스트로 올라가는 길에 굉장히 뜬금없는 곳에 한국 식당이 검색되길래 들러봤는데, 한국 업체 대상으로 숙박/한식부페를 하는 곳이라 그쪽도 나도 많이 당황하였다. 

 

 

 

그래도 올라갈 때쯤엔 컨디션이 좋아져서, 내친 김에 늘 가보고 싶었던 실비네 한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집주인이 내일 집을 한 번 체크하러 올 것이라고 하여, 집을 싹 청소했다. 이렇게 누구라도 와야 가끔 청소를 한다. 조만간 홈클리닝 서비스를 불러서 구석구석 다 청소를 해야겠다.

 

전날 받은 마사지가 성에 차지 않아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비싼 돈 주고 warm coconut oil 마사지를 받았건만 촛농 고문마냥 뜨거워서 너무 힘들었다. 여러모로 일요일은 갖은 발악을 해봐도 정말 지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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