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15 (20230313~20230319)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5 (20230313~20230319)

여해® 2023. 3.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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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3.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부터 정신없이 나라 구했더니 힘이 든다. 주말에 본부 직원과 대화하고 나서 내가 회사 외의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해야 마음이 나아질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ACCA 등록부터 했다.
 
부다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필라테스를 받아야 하므로, 다섯시에 일을 마치고 서둘러서 갔다. 예전에 아파서 갔던 Firstmed 근처였다. 강변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올라갔다. 
 
자꾸 단전?을 끌어당기라는데 난 정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선생님은 굉장히 냉정한 편인데, 어떤 식이냐면 본인은 하와유 해놓고 내가 앤유? 하면 "물어봐줘서 고맙지만 우린 잡담할 여유 없어. 내가 물어본 건 니 몸상태야." 라고 와다다다 차가운 말을 쏟아놓는다. 그래서 더 좋다. 도수치료사와 콜라보해서 내 몸상태를 봐주는 것도 좋고.
 
저녁에 진도에 들러서 간단히(?) 초밥이나 먹을까 하다가 곱창 구이를 선택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반쯤 먹다가 남겼다. 운동한 보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 조금 후회되었다.
 
 
 
 
2023.03.14. 화요일
부다페스트, 비
 
직원들과 뉴욕 카페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주 늦은 시간에 테이블 예약이 되길래 두 명 예약을 했다. 점심시간에 맥도날드에 가서 기다리느라 시간을 다 썼다.
 
저녁에 집에 들러서 뭔가 쎄한 마음에 우편함을 처음으로 열어봤는데, 오늘 아침에 온 등기우편물 알림이 있었다. 뭘까? 헝가리를 비롯 유럽은 아직도 실물 우편을 참 잘 써서, 이런 것들이 오면 무시할 수가 없다. 좋은 소식이길 바라면서 목요일에 가보기로 했고.
 
내일이 휴일이므로 저녁에 본부 직원과 함께 한국관에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소맥이 아니라 꿀주라고 소주를 더 많이 해서 먹는 건데, 꿀떡꿀떡 잘 넘어가다가 금방 취한 것 같다. 2차로 달밤에 가서 영업 종료시간까지 마셨다.
 
 
 
2023.03.15.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고 강풍
 
전날 술마신 게 깨질 않아서 힘들었다. 월요일에 사다놓고 다 못먹었던 곱창을 마저 구워먹었는데 아무래도 두번 구우니 냄새가 나고 질겼다. 저녁에는 밖에 나가 한참 걸었는데 피크민블룸이라는 게임 덕분이다. 나는 뭐든 금방 질리는 편인데 위치기반 게임을 이상하게 좋아한다.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 년째 꾸준히 하고 있는 세계의 안개도 그렇고.
 
밤에 배고파서 진짬뽕을 먹었는데 소고기까지 볶아서 먹어봤지만 영 맛이 없었다. 면이 흐물거려서 그런 것 같다. 먹고나서 너무 후회돼 다시 밖에 나가서 한시간 정도 걸었다.
 
 
 
2023.03.16.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평일 가운데 하루 쉬는 날이 있으니 이렇게 몸과 마음이 가뿐할 수가 없다.



점심시간에 Posta에 등기우편을 찾으러 가니 저번에 독일에서 걸렸던 주차 위반에 대한 벌금 용지였다. 지겨워 진짜.

저녁에 옆 팀 대리님과 함께 코메 체즈 소이에 또 갔다. 이번에는 오일 파스타와 스테이크, 소비뇽 블랑을 한 병 마셨는데 병을 자꾸 어디 숨겨놨다가 다 마셔갈 때쯤 따라주니 매번 "벌써?" 하면서 끝나게 된다. 결국 샤도네이를 한 잔씩 더 마셨다.

패션스트리트를 걷다가 사탕 가게에 들어가서 이거저거 담았다. 아주 어릴 때는 롯데월드 이런 데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사탕 가게. 그때나 지금이나 보기에만 예쁘고 맛은 그저 그렇다.
 
 
 
 
2023.03.17.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점심에 간만에 진반점에 갔다. 일자 주차를 하는데 거의 15분이 걸렸고 같이 간 대리님한테 너무 미안하고 민망했다. 나의 주차 수난기..... 탕수육이 아주 맛있었고 고추간짜장이 굉장히 매워졌다.
 
본부로 출장 보냈던 신입 직원이 비행기를 놓쳤다고 전화를 해왔다.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체크인을 했는데도 놓쳤다는 것이었다. 그거 때문에 여행사에 전화하고 난리를 쳤는데, 다행히 잘 해결은 되었지만 직항이 더이상 없어 경유해서 온다고 하니 고생이 심하겠다 싶고 걱정되었다.
 
회사 마친 후에 대리님이 놀러가자고 해서 저녁먹으러 나눔에 갔다. 자리가 없어서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시고는 금방 마련해 주시겠다고 했다. 뭔가... 내가 귀한 손님까진 아니겠지만 뿌듯했다.
 
떡볶이, 야끼우동, 새우튀김을 시켰는데 고소한 청주랑 정말 잘 어울렸다. 배가 터지게 먹고 메리어트 바에 갔는데, 여기가 언제 이렇게 또 입소문이 났는지 맨날 텅텅 비어있던 곳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디제잉 하는 안쪽엔 앉지도 못했다.
 


술 한잔씩만 마시고 나와서 거리를 걷다보니 시민 사진전 같이 전시를 해놨길래 사진들을 구경했는데 이런 사진들이 인상 깊었다. 눈이 은은하게 돌아있는 새 사진이 내 마음속 베스트.
 
 
 
 
 
 
2023.03.18.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본부 이사님이 내 생각을 해서 막창을 싸서 보내주셨다기에 신입 직원과 대리님을 저녁에 집으로 초대하고,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했다.
 
오후에 Tui Professional 마사지 샵에 예약해 둔 게 있어서 두 시간 타이마사지를 받았는데.... 내가 살면서 마사지 시간이 빨리 끝나길 기도한 건 정말 처음이다. 굉장히 성심성의껏 해주시는데 손 힘이 너무 세다 보니까 진짜 이러다가 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아프다고 몇 번 말했지만 몸이 많이 굳어있어서 풀어야 한다고... 받을 땐 고통이었는데 끝나고나니 진짜 팬케익 반죽처럼 몸이 늘어진 느낌이었다. 
 


리들에서 통삼겹 1.2키로를 사면서 너무 많나 싶었는데, 먹다보니 막창이랑 삼겹살이랑 김치랑 아주 술술 넘어가서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중간에 아이스크림도 배달시켜먹고, 그뒤로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예전에 선물받은 아이스와인을 따서 신입직원에게 먹으라고 가져가라고 강요하는 추태..를 부린 것은 정말 꼰대스럽다.
 
 
 
 
2023.03.19.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전날 먹다가 남은 고기, 김치를 볶아서 김치볶음밥을 해먹었다.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이 먹었다.
 
저녁에 오페라하우스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기로 되어있었는데, 시간이 7시니까 그전에 근처 가서 쇼핑도 하고 어쩌고 했던 계획이 아주 무색하게 겨우 시간 맞추어 도착했다.



예전에 오전 공연 봤던 거랑 다르게 식음료도 팔고, 샴페인을 유리잔에 따라 주는데 (물론 돈은 내야함) 뭔가 진짜 어.. 귀족된 거 같고 그랬다. 이때까진 기분 좋았는데.
 
중간에 인터미션이 너무 길어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2막, 3막 사이에 40분 정도 쉬었는데 뭔가 일이 있기는 했던듯. 이멀전씨가 있었다며 방송하는데 잘 모르겠고... 3막, 4막 사이에 또 30분 쉬어서 정말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지막엔 거의 집중이 안 됐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갑자기 진짜 갑자기 마라탕이 먹고 싶었다. 거의 생전 처음으로 드는 식욕이었다. 앞으로 일요일 저녁 공연은 절대 예매하지 않아야지.
 


끝나고 나오니 11시 10분. 배도 고프고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12시까지 여는 식당을 검색해 일본식 라면을 먹으러 갔다. 매운 미소라멘이라고 하는데.... 하나도 맵지 않았고 너무 짰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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