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10 (20230206~2023021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0 (20230206~20230212)

여해® 2023. 2. 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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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일 끝나고 치과에 갔다. 스케일링 할인 이벤트를 한다고 하여 예전에 예약해뒀던 곳인데, 치주염이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치주염 치료를 예약하였다. 한국에서 받던 것처럼 끝나고 완전히 개운한 느낌 없는 게 느낌 탓인지.

한인마트가 근처에 있길래 들러서 샘표 비빔국수를 10개나 샀다. 계산을 하던 직원도 웃었다.

그나저나 치과 근처 주차 자리가 널널한 곳이 하나 있어 차를 댔는데 왠지 불안하다. 또 모르고 불법 주차한 것은 아니겠지... 독일에서 하도 뜯겼더니 불안하다.



2023.02.07.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일 마치고 진도에서 곱창전골을 포장해다가 동료와 함께 먹었다. 진도 식당은 양념이 내가 먹기엔 조금 달지만, 애호박을 뺐더니 한층 좋아졌다. 헝가리에서 곱창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디인지. 국물까지 싹싹 먹었다.

밥먹으면서 한 병 사이좋게 나눠마시자고 시작했다가 그게 두 병이 되고... 또 과음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데.



2023.02.08.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밀렸던 일을 집중해서 했다.

체카푸, 위지펠카푸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직원 도움을 받아 드디어 해결했다. 이 간단한 걸 갖고 거의 2시간을 썼다. 이럴 때마다 홈택스가 너무너무 그리워진다.

요즘은 정말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8시쯤 퇴근을 했다.



우리 직원이 강남에서 국밥을 먹다가 내게도 사다주겠다 하여 순대를 부탁했다. 사진은 조촐해보여도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막판엔 꾸역꾸역 먹다가 한조각 남기고 말았다.



2023.02.09.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내일이면 본사에 보고서를 보내야 하는 날인데 회계법인에서 계속 회신이 없고, 외부감사 얘기만 해대서 온종일 전화통화만 붙들고 늘어졌다. 하는 수 없이 금요일까지는 못낼 것 같다고 본부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우리 팀끼리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인데 예약해야 하는 것도 깜빡 잊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끝날때까지 전화통 붙들고 싸우는 나를 보는 직원들이 오늘 회식은 포기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일 때문에 약속 깨고 회식도 못 가고 하는 거, 다 부질없다는 거 안다. 늦게라도 출발해서 다행히 즐겁게 식사했다.

회식 후에 한국인 직원과 또 골드핑거 마사지에 갔다. 웬일로 남는 시간이 없대서, 11시에 받기로 하고 근처 칵테일바에서 기다렸다. 뭐 하나 하고 싶으면 끝까지 하고 마는 거 정말 웃긴다. 시간만 때우려고 간 곳인데 의외로 피나콜라다가 아주 진하고 맛있었다.




2023.02.10.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감기기운과 어지럼증이 도져서 또 일어나지 못했다. 정말 체력이 거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점심에 요즘 꽂혀서 매일 먹는 쌀국수를 먹으니 좀 기운도 돌고, 기침도 나지 않았다. 내 몸이 나를 속이는 그런 꾀병인가 싶다.



오늘은 회사 근처 1인 마사지샵 예약일인데, 퇴근 시간에 마사지를 받고 돌아와서 10시 넘어서까지 일했다. 오랜만에 두뇌 풀가동하는데 자료가 완전히 오지 않아 끝난 것은 없고. 나도 점점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되는대로 하고, 내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어차피 내가 다 할 수 없으니... 이런 생각들만 든다.

동생 결혼식이 내일인데, 결국 거주증 때문에 가지 못한다. 괜찮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자려고 누우니 울컥하고 심장이 답답해졌다.




2023.02.11.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이모에게 전화가 와서 깼다. 영상통화로 아주 짧게 결혼식을 봤다. 동생이 입장을 하면서부터 우는데 미안하지만 솔직히 너무 웃기고 이해가 안 됐다. 가족 모두가 바쁘고 정신이 없어 영상통화를 붙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생각처럼 오래 볼 수가 없었다. 나 빼고 모두 저기 있구나. 한국 떠나던 비행기에서도 울컥하지 않던 마음이 이제와 터졌다.

엄마와 통화를 간만에 길게 하고, 오후에는 도수치료를 받기 위해 30분 운전해서 갔다. 운동(이랄것도 아닌... 스트레칭 수준)을 하나도 안 하고 갔는데, 티가 났는지 치료사가 굉장히 한심해하는 얼굴을 지어서 속상했다. 다음 예약은 3월로 잡았다. 그때까진 시킨 운동 열심히 해야지.

삼겹살을 먹으러 모임을 갈까 하다가 시내까지 나가는 것도 다 피곤하고 귀찮고, 또 훅 줄어든 통장잔고를 보니 차라리 그 돈으로 식료품을 더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부다에 있는 박서방네 슈퍼를 갔다. 그리고 뭐가 허해서 그랬나 5만 포린트 넘게 질렀다. 그냥 식당 가는 게 나을뻔 했다.

 


리들에서 통삼겹을 샀다는 사람 글을 보고 부다 리들에 가봤는데, 1키로짜리 통삼겹을 팔길래 사왔다.




통마늘도 샀는데 삼겹살 소분하고 나니 깔 기운이 없어서 그냥 삼겹살에 김치만 구워서 먹었다. 엄청 맛있었다. 이제 웬만하면 집에서 먹어야지.



2023.02.12.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느즈막히 일어나서 12시에 김치볶음밥을 볶아 먹었다. 냉장고에서 김치나 반찬 냄새 나는 게 정말 싫어서 억지로 처분한 것인데 충김볶 레시피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나서 갈증이 심하게 나 물을 몇 잔이나 마셨다.

두나플라자 마사지샵에 선불권 끊어둔 게 생각나 예약이 되는지 물었더니 6시에 된다고 하여, 누워서 닌텐도 스위치로 쥬라기 레볼루션을 하고 놀다가 갔다. 영어가 하나도 안 돼서 예약도 힘들고, 계산도 힘들고. 실력도 위치도 너무 좋은데 언어 장벽 때문에 또 선불권을 끊을지는 모르겠다.

안 끝낸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밤에는 사무실에 갔다. 가기 전에 야경 보면서 걸을 요량으로 차를 끌고 국회의사당까지 나갔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곧장 사무실로 달려왔다. 블로그 글도 좀 쓰고 이런 저런 개인 용무도 보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갔고... 회사 일은 9시에나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뭘 위해서 이렇게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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