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08 (20230119~20230129)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08 (20230119~20230129)

여해® 2023. 1. 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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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목요일
부다페스트, 비

꿈에서 동생네 집을 찾아가려는데 반대편 정류장에 서있다가 사람들이 알려주어 건너갔다. 늦은 김에 과일 가게에 들러서 참외를 사는데 참외는 없고 멜론이 있다며 아주 커다란 노란색 멜론을 두팔 가득 받았다. 깨고나니 태몽인가 싶어서 동생에게 물어봤으나 그냥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 아니냐고 하였다.

이력서 몇 개를 받았는데 평범한 경력이나 배경의 사람이 많이 없고 하나씩 특이하였다. 나도 썩 평범하진 않으니... 어서 사람이 뽑혔으면 싶다.

20일이 부가세 신고일이라 밤 10시가 다 되어가도록 스탭이랑 고생했다. 당장 해 줄 수 있는 건 없고 집에 태워다 주는데, 가는 길에 국회의사당과 부다성이 보여서 기분전환이 되었다. 집에 와서 컵라면을 먹고,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늦게 잠들었다.




2023.01.20 금요일
부다페스트, 눈

부다페스트에 눈이 왔다. 진눈깨비 수준은 한 번 봤었는데 제법 굵은 눈송이로 내렸다. 얼마전에 눈 한 번 못 보고 겨울이 지나가나 아쉬워했는데 내일 에게르로 여행을 가야 하니 걱정이 된다. 저녁에 친구와 비빔밥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기로 해 정말 오랜만에 칼퇴했다. 온천에서 입을 수영복이 없어서 데카트론에 들르는데 버스 그거 잠깐 탔다고 몹시 피곤했다.


삼겹살은 언제나처럼 맛있었다.

삼겹살 먹고 메리어트 스카이 바에 갔다. 몇 번 시도했으나 갈때마다 문이 닫혀있어 실패했던 곳이다. 야경이 정말 좋았는데 사진에는 이정도밖에 담기지 않았다.


밥을 짜게 먹어서 그런지 발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어 마사지샵을 찾았다. 사장님이 한국말을 잘하시고 마사지가 엄청 시원했다.



2023.01.21. 토요일
에게르, 비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에게르. 두 번째 방문인데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나는 마사지를 예약해놨는데 꿀 마사지가 정말 생 꿀을 바르는 것일지는 몰랐다. 나중에 얼굴이 조금 간지러웠다. 마사지는 시간도 짧고 아무 압이 없고, 꿀이 덜 닦여서 찝찝하기만 했다.

친구와 스파에서 만났는데 수영복 산 게 아까울 정도로 아주 미지근한 탕이었다.

저녁에는 엑스칼리버라고 중세시대 느낌의 레스토랑에 갔는데, 여기는 따로 후기를 쓰기로 하고.



2023.01.22.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오후에 본부에서 출장 오는 직원을 공항에 픽업하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에게르에서 출발했다. 점심에 뭘 먹을까 하다가 친구네 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청양고추를 넣어서 아주 칼칼하고 맛있게 먹었다.

공항에 마중을 나가다가 아주 큰일날뻔 했다.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갓길과 차로에 걸쳐가며 서행 후 정지했던 것이다. 그 시간이 아주 짧아서 나도 거의 급정거를 했는데, 뒤에 바짝 붙어오던 차량이 기적적으로 차로를 바꾸면서 겨우 사고를 피했다. 정말 운전하다가 이렇게 목숨의 위협을 받은 건 처음이라, 이걸 쓰는 지금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출장 온 직원과 모임에서 삼겹살을 먹고, 메리어트 바에 가보니 일요일은 문을 닫는단다. 대신 부다페스트아이 앞의 캠핀스키 호텔 바에 갔다.


분위기도 좋고 뷰도 그냥저냥 괜찮은데, 금액대가 조금 더 높다.

잠깐 먹고 일어나려 했는데 대화가 길어져서 정말 늦게 집에 왔다. 일요일 저녁에 와인을 두 병이나 마셨다.



2023.01.23.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출장자와 점심에 비빔밥에 가서 각각 콩나물해장국과 짬뽕으로 해장을 했다. 일손이 훨씬 덜어져서 벌써부터 수월하지만, 이 사람이 돌아가면 어떡할까. 사람을 얼른 뽑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났다.



2023.01.24.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함께 일하는 로컬 직원이 답답하게 한다. 마음이 많이 급해져서 종종 언성이 높아지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아침에는 줌으로 한국에 계신 분을, 저녁에는 헝가리에 재직중이라는 분을 기다려 면접을 보았다. 마음이 딱 정해지질 않았다.



2023.01.25.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똑같은 하루가 흘러갔으나 저녁에 Comme Chezs Soi라는 유명한 음식점에 갔다.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soi라는 이름이 들어가길래 태국음식점이라고 알고 있었다.

음식이 하나하나 다 좋았고, 분위기, 서버들 친절함 등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너무 좋아서 혼자 또 가려고 예약해뒀다.

지난 번 못갔던 메리어트 바를 또 가서, 이번에는 야경을 실컷 보았다. 평일에는 꼭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이런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데 젊은 출장자 덕에 이런 여유도 챙기게 되어 고맙고 즐겁다.



2023.01.26. 목요일
부다페스트, 눈

크게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저녁에 스탭을 집에 데려다 주고 싶어 갔다가 퇴근 시간대 시내 도로에서 아주 식은땀이 났다. 얼마전 고속도로 사고날 뻔한 일 이후로 운전이 힘들다.

곰아저씨에 순대를 세개나 주문했다. 집에서 순대를 튀겨먹었다. 이게 아주 별미이다.



2023.01.27. 금요일
부다페스트, 눈

지원한 사람들이 모두 전화를 안 받거나, 회사 이름을 기억도 못하거나, 난리도 아니다. 감정 소모를 하고싶지 않지만, 빨리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정말 힘들어서 아침부터 속이 뒤틀렸다.

저녁에 눈도 오고 춥고, 친구가 걱정되어 데리러 갔다가 식은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차를 내가 운전할 수 있을까. 친구가 저녁 먹고 가겠냐고 했는데 그냥 집에 왔다. 모든 게 피곤했다. 누워서 불멸의 이순신을 몇 회 연달아 보다 잠들었다.


2023.01.28.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캐나다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트와일라잇을 봤다. 너무 유치하고 웃겨서 우리 사이에는 약간 이 영화 자체가 밈인데, 하도 웃어서 나중엔 기운이 다 빠졌다.

몸 상태도 좋지 않고 좀 누워있다가 친구와 가보기로 약속한 벼룩시장에 가보았다. 엄청 이국적인 분위기라서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고, 내부는 약간 청킹맨션(들어가보진 않았지만) 느낌이었다. 후기는 따로 쓰기로 하고.


예약 없이 골드핑거 마사지샵에 또 갔다. 이번 주 들어 두번째 방문인데 아주 시원했다. 사장 언니가 안 계셔서 오늘도 다녀간다고 문자만 남겨두었더니 답장이 왔다. 프랑스 여행중이라고. 부럽다.

몸이 정말 계속 좋지 않아서 그런지 진갈비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런지, 배가 뒤틀리고 식은땀이 났다. 주변 케이스도 그렇고, 공황 증상인 걸 알기 때문에 좀 걱정이 됐다. 나한테도 공황장애가 온 것인지. 밥을 어디로 넣는지 정말 기억도 안 나고, 이슈트반 성당 앞 조용한 바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으나.... 또 과음하고 말았다. 둘이서 와인을 세병이나 마셨다.



2023.01.29. 일요일
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다. 숙취 때문에 정말 힘들고, 요즘 집도 내 몸도 안 돌보고 술만 많이 마시는 내 자신이 정말 혐오스럽다.

6시부터 잠이 또 오는데 내리 잤으면 좋았겠으나 안 씻은 몸이며 두피며 너무 찝찝해서 깨버렸다. 샤워를 하고 wolt로 과일, 음료수, 계란 등등을 시켰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오븐으로 구운계란 만들기. 계란은 구워두면 금방 먹으니까 좀 많이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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