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77 (20240916-2024092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77 (20240916-20240922)

여해® 2024. 9. 2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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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했다. 눈앞이 아찔하다. 회사, 윗집. 요지경이다.



2024.09.17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내 시간을 다 물거품으로 만든 회사를... 어떡해야 할까. 윗집이 너무 쿵쾅거려서 살 수가 없다. 이어 플러그 낄 수가 없을 정도로 귓구멍이 부어서 어떻게 해도 고통이다.


회사에서 늦게 나와 걸어서 집앞 강변까지 갔다. 분명히 평소랑 다른데 뭐가 다르지 뭐지 하다가 물이 엄청 불어있고 가로등이 꺼진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 물이 꼭 유화 그림처럼 찐득하게 밀도가 높았다.


2024.09.18.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참을 수가 없어 또 길게 그만두고자 하는 메일을 썼으나 이사님 말발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오후쯤에는 진정하고 일을 마쳤다. 저녁에 친구를 꼬셔 삼겹살을 먹었다. 송편이 한 명당 하나씩 나왔는데 너무 맛있었다.



2024.09.19.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다시 맡게 된 법인이 너무 벅차다. 이대로는 내가 정말 오래가지 못할 거 같다.




2024.09.20.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이민국에 다녀왔다. 이젠 간절히 여기 붙어있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닐지 안 다닐지도 모르겠어서 이게 무슨 소용이냐 싶었다. 인생이 내게 장난치는 꼴을 보면, 꼭 이런 마음일 때 생각지도 않게 다른 일이 잘 풀리곤 했는데..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그저께부터 마우스 쥐는 손이 거슬리게 아프다. 마우스 클릭이 헛돌 정도로 통증이 심해 8시에 퇴근했다. 주말에 나올까 싶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싫다. 원래도 주말에는 자진해서 뺀질나게 드나들던 사무실이 이젠 오만정이 떨어졌다.




2024.09.21. 토요일
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누워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계속 회사 일 걱정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니 정상 수준을 넘은 스트레스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될 수가.




2024.09.22. 일요일
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새벽까지 스타듀밸리로 잡생각을 날리다가 손만 더 아파졌다. 씻고 나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월급날까지 남은 날과 남은 돈을 따져보다가 배달은 시키지 않았다. 냉장고를 뒤져 만두를 튀기고 냉면이랑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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