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79 (20240930-20241006)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79 (20240930-20241006)

여해® 2024. 10.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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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회사 상황은 계속 좋지 않다. 통창 사무실은 온실같이 덥고 저녁에 집에 가면서는 오들오들 떤다. 감기 걸리기 딱 좋겠다.


2024.10.01.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하루종일 화장실 가는 시간도 빠듯하다. 승마 때문에 일찍 나왔다. 처음으로 선생님 컨트롤 없이 경속보를 했다. 말이 굉장히 말을 안 듣는 녀석이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니가 보스잖아 니가 컨트롤 안 하면 어떡해, 800키로 거구를 컨트롤 못하면 어떻게 되겠어? 하고 혼났는데 나는 회사고 어디서고 보스이기가 싫다.

신입이 사다 준 미나리가 세상에... 얼마나 싱싱한지 과장 조금 보태서 대파같이 굵고... 바로 정리해서 옆에 심었다.

오른쪽 독일산(?) 미나리와 확연히 차이나는 굵기. 한국이 너무 그립다.

넷플릭스로 흑백요리사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서 때려쳤다. 애정 갖고 보다가 중간에 하차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페어플레이인척 해놓고 찌질하게 구는 회사의 정치질같은 걸 TV로도 봐야한다니 싫다. 팀장은 빛나지만 난 나도 남도 나대는 게 싫다. 뒤에 숨어서 묵묵히 떨어지고 말고싶다.

 


2024.10.02. 수요일
부다페스트, 비

하루종일 비가 왔다.

점심도 귀찮고 월급 앞두고 포린트가 똑 떨어져 950포린트 짜리 핫도그를 먹었는데 본부장님이 왜 그걸 먹냐고 하셔서... 돈이 없다고 했다가 너무 궁상맞아보여 횡설수설 했다.

 

약속이 있어 나눔에 갔다. 비가 오길래 신나서 작년에 사고 짱박아둔 헌터를 신었다가... 발목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그래도 뭐 피가 줄줄 나거나 까진 거 같진 않아서 놔두었다. 직원들 퇴근하는 시간까지 하염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돌아가려 일어서니 그제야 발목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 택시를 타고 집앞까지 갔지만 거기서 집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고통이었다. 

 


2024.10.03. 목요일
부다페스트, 비

나는 힘들면 내 탓을 해서 벗어나는 전략을 쓴다. 그 편이 훨씬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요즘이 그렇다.

목이 터져라 페렌츠바로시를 응원했다.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온 것 같았다. 팬들도 졌구나 하고 핸드폰 보며 딴짓하는 그 마지막, 1분도 안 남기고 골을 넣었을 때는 조금 울컥했다.

집에 와 누워서 내일 일을 생각했다. 발목 까진 곳이 너무 아파 새벽에 깼다. 보니까 무슨 밧줄로 꽁꽁 묶어둔 것처럼 발목을 빙 둘러 상처가 심했다.

 


2024.10.04. 금요일
호르토바지, 비

회사에 출근해 계획했던 일들을 처리했다. 전날 울고불고 치를 떨었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차곡차곡 해내는지 스스로 놀라울 정도였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약국에서 반창고와 테이프를 샀다.

이정도로 될 게 아닌 거 같아 퇴근 후 빨간약을 샀다. 약사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같아도 부츠 때문에 까진 상처라고 보진 않을 거 같다.

저녁에 호트로바지로 곧장 갈 계획인데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늦었다. 캄캄한 밤길을 달려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가는 내내 칠흑같은 어둠이 공포였는데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댁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발목 상처가 무섭게 퉁퉁 붓기 시작하여 자기 전에 빨간약을 듬뿍 발랐다. 상처에서 냄새도 너무 나고 고통이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



2024.10.05.-06. 호르토바지 여행기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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