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75 (20240902~20240908) 본문
2024.09.02.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6시 30분에 눈을 떴다. 출근하면서 베란다를 보니 깻잎 하나가 축 늘어져 죽어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과습인 것 같다.
2024.09.03.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승마를 다녀왔다. 뚱뚱하고 키가 작은 말을 탔다. 귀여웠다.
2024.09.04.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수영을 못 갔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깻잎을 정리하다가 허무하게 모가지를 잘랐다. 가장 우등생이었던 것이다. 정성들여 키웠는데 허무하다.
2024.09.05.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두 시간을 울었다.
2024.09.06.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약속을 취소했다. 어떤 말도 할 기운이 나지 않는 하루라 오히려 고마웠다.
내일 베를린을 가는데 너무 지쳐버렸다. 눈이 아프다.
2024.09.07. 토요일
베를린, 맑음
독일은 시원하다더니 아닌 모양이다. 헝가리랑 똑같이 덥다.
오랜만에 만난 차장님은 이제 밑에 스무 명 남짓 데리고 있는 팀장이 되었다. 너무 오랜만인데 그냥 그대로라 나도 옛날 말투가 나왔다. 인턴이었던 내가 내민 과장 명함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잊으신 듯 했다.
독일 사는 동생이 추천해준 칼국수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Materials에 가서 혼자 와인을 마셨다.
레드, 화이트, 로제, 오렌지(!) 종류만 고르면 추천, 시음이 가능하고 잔당 9유로로 고정된 컨셉이 매우 마음에 든다.
저녁에 다시 차장님과 만나 이탈리아 식당에서 두 시간을 대화했다. 나는 나름대로 철없던 시절 그대로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헤어질 무렵 이제 여유는 있어보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웃었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고 장하다는 말, 그치만 뭘 하고 싶은지 인생에서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잘 생각해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차장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머리가 좋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그 좋은 머리를 본인, 가족, 동료들에게 이롭게 쓰는 가장 야무진 사람이다. 어느 회사 회장도 그랬댄다. 연예인이랑 이 분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2024.09.08. 일요일
베를린->부다페스트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너무 덥고 시끄러워서다. 조식을 충분히 먹고 알렉산더플라츠까지 갔다.
부다페스트는 어디든 15분이면 도착하는데 너무 굉장한 베를린의 크기에 시간 감각을 잃었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역에서 나가보지도 않고 에스반을 바로 탔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 계속 게임만 했다. 의외로 오후 비행기인데도 정시 출발을 했다. 아주 불쾌한 남자가 옆에 앉아서 여행을 기분 나쁘게 마무리했다.
집에 돌아와서 프리즌브레이크를 4시간이나 봤다. 예전에 본 것이라 대충 내용만 기억이 나고 한 장면 한 장면 새로웠다. 결말을 알고 보는 안정감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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