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70 (20240729~20240804) 본문
2024.07.29.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MA 시험을 마치고 나니 9월 시험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아직 등록은 할 수 있는데 응시료가 150파운드나 되고.. 무엇보다 분명히 떨어질 텐데 (또 시작..) 그 탈락의 아픔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아마 안 되지 싶으면서도.. 엄마가 11월에 같이 부다페스트로 오면 12월 시험은 더더욱 준비하기 어려울 것이라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4.07.30.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내일 전체 회식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한참 전부터 약속해 둔 저녁 약속을 미뤄야만 해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도 처음이니까, 회사니까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낮에 사택 보증금을 송금하기 전에 집주인과 만나서 집 상태를 확인했다. 남에게 열등감이 거의 들지 않는 편인데 나와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나이에, 일주일 두 번만 출근하며 CFO로 살아가고 있다는 집주인이 너무 부럽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런 기분이 너무 오랜만이라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 그동안 난 도대체 뭘 하면서 산 건지..
9월 시험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 수영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정말 안 될 것 같던 수영도 꾸준히 하니까 조금씩 되는 것처럼.. 공부도 쉬엄쉬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좀처럼 기운이 나질 않았다.
2024.07.31.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회식 자리에서 결국 술도 마시고 소고기도 너무 먹고 비빔국수까지 먹었다. 다이어트도 망했고 뭐 이래저래 기분이 정말.. 너무 안 좋아졌다. 집까지 걸어오며 후배와 통화를 했다. 마리나파트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별똥별이 지나갔다. 잘못 본 걸 수도 있겠지만... 정말 별똥별이라 치고 재빨리 소원을 빈다는 게 그만 시험 붙게 해 달라는 거였다. 시험은 공부하면 붙는 거고 부자 되게 해달라거나 집값이 오르게 해 달라는 소원 같은 걸 빌었어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기분이 자꾸 다운된다. MA만 합격하면 날아갈 듯하더니 왜 이렇게 고난은 끝이 없을까. 사람들 말마따나 누칼협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부장님이 추천해 주신 호르토바지에서 숙소를 예약하여 아예 자고 오기로 했다. 원래 가려던 숙소는 오버부킹이 되어 가지 못하고, 대신 근처 다른 곳을 예약했다. 이것만 기다려진다.
2024.08.01.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부터 회사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제 못 만난 친구는 오늘 만나서 같이 운동을 했고, 회사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면 운동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고 짜증이 풀어지지가 않았다.
저녁에 회사 어른이 해물찜 포장을 해서 전해주셨다. 이게 뭐라고 너무너무 감사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다 풀렸다. 혼자 먹기엔 시간도 늦었고 양도 많아 내일 신입이랑 같이 먹기로 했다.
2024.08.02.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점심에 해물찜을 뜯어보니 해물찜이 아니고 아구찜이었다. 아구찜을 아마도 살면서 처음 먹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고 정말 너무 맛있었다. 여기서는 나름 귀한 콩나물도 많이 들어 있었고.. 바쁘게 거래처 다니시면서도 내 생각해 주신 전무님께 너무 감사했다. 바쁜 일도 손님들도 모두 지나가고 어쩐지 널널해진 회사 분위기 속에 점심을 아주 맛있게도 먹었다.
승마장에 가는데 계속 멀미가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승마장 고양이가 귀여워서 한 컷.
타면서도 기운이 하나도 없고 자꾸 그렇더라니... 상급자 코스에서 낙마하는 것을 봤다. 내가 다 너무 놀라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몇 년 전 일인데도 낙마한 기억 때문에 자꾸 무섭다. 내일 승마를 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이번 주는 모든 것이 조금씩 엉망이다.
2024.08.03~04 호르토바지 여행기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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