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68 (20240715~20240721)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68 (20240715~20240721)

여해® 2024. 7. 2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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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너무 덥다. 진짜 욕 나오게 덥다. 오늘 보러 다닐 사택 후보가 모두 우리집 지척에 있어 재택근무를 했는데 에어컨을 안 틀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를 정도였다.
 
콩국수나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 아시안마트에서 싱가폴산 두부를 사다가 갈았는데 그냥 망했다. 싱가폴 두부는 늘 이상하게 시큼한 맛이 나는데 갈았더니 더 했다. 국수는 이미 삶아버렸기 때문에 버릴 수 없어서 들기름과 간장, 김가루를 넣고 비벼 먹었다.
 
 
 
 
2024.07.16.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점심에 마마스에서 콩국수를 먹었다.

회사를 마치고 수영을 갔다. 중간중간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깜짝 놀랐다. 자꾸 코에 왜 물이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다. 호흡법이 매우 잘못된 느낌.
 
 
 
 
2024.07.17.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점심에는 마마스에서 마지막으로 백반을 먹었고,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되었다. 몰타나 한 번 더 갈까 싶었는데 2주 연속 가는 거는 미친 짓 같아서 그만 두었다.
 
블루카드 전문 업체를 갑자기 찾아보고 싶어서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더니 꽤 믿을만한 곳을 소개해주어 오늘 화상회의를 했다. 영국 출신의 믿음직한 대표와 빠릿빠릿한 매니저가 마음에 들었다. 우선 내 케이스를 테스트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헝가리에서 사는 것도 만족스럽지만, 거주증도 그렇고 이놈의 미친 여름 햇빛도 그렇고 또.. 원래도 원했듯이.. 서유럽, 특히 독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간다. 아우스빌둥 같은 제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계획한 대로 헝가리는 3년만 살고 적어도 2025년 안에는 독일로 옮겨야겠다.
 
MA 공부를 오랜만에 켰다. 켜자마자 Correlation인지 뭔지가 튀어나와서 정말 울고 싶었지만.. 이거 극복 못하면 나는 아무 것도 못하는 거라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머리에 집어넣었다. 서너시간 정도 공부하고 집에 갔다. 마마스에서 산 콩국물로 콩국수를 해 먹었다. 
 
 
 
 
2024.07.18.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사택 계약을 하러 변호사 사무실에 다녀왔다.
 
오늘만큼은 정말 수영을 못 가겠는 컨디션인데... 24시간 이내여서 수정도 취소도 안 되니.. 억지로 갔다. 집이랑 가까워서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멀었으면 절대 안 다녔을 듯. 억지로 억지로 돌고 나니 그래도 뿌듯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누워서 블랙잭.....게임을 하다가 재미있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나보다 훨씬 열심히 살고, 나보다 훨씬 이룬 게 많은 분인데 추구하는 바가 비슷해서 정말정말 오랜만에 타인에게서 동기를 얻었다.
 
피자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늦기도 했고 그냥 오랜만에 듀오링고나 돌려보다가 잤다. 
 
 
 
2024.07.19.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요즘은 아침에 눈을 떠도 잘 일어나질 못한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밍기적 밍기적 누워있다가 샤워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 어젯밤에 수영하고 머리 감았으니까! 하고 자신있게 나왔는데 5분만에 후회했다. 지성 두피는 하루에 머리를 두 번 감아도 부족한 것을.. 왜 내 두피는 집을 나선 뒤에야 가려운 걸까?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이 주말까지는 갈까. 어제 발견한 블로그를 정독하면서........ 나의 삶을 반성했다. 하고 싶은 것만 많고 뭐 하나 이뤄내는 것도 없으니까. 잔재주와 타고난 시험운으로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지만 어느 수준부터는 절대 잔재주 정도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요령을 부리고 싶고 노력하기가 싫다. 난 도대체 뭘 꾸준히 열심히 해봤나. 게임도 하다가 말고, 공부도 하다가 대충 합격점 정도 넘기면 아~ 끝! 하고 말고. 그마저도 못하겠으면 자꾸 미루고 (MA.........) 책도 좋아하는 것만 반복해서 읽고.
 
아직도 가끔 숨이 턱턱 막히게 깊은 수영장 바닥을 보며 버틴 비결은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으니 다 해보고 죽으려면 건강해야 해.' 라는 생각이었다. 의사선생님이 듣고 또 한숨 쉴 수도 있지만 나는 무척 건강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딱 이맘때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말이 또 길어졌다. 공부하기 싫어서지 뭐.
 
MA 모의고사를 풀어봤다. 몰라도 그냥 꾸역꾸역 참고 찍어봤다. 정답률 25% 나오더라. 정말 미쳤군.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그냥 혼자서 마음이 급해졌다.
 
손발이 퉁퉁 부어서 마사지를 예약해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냉동 피자를 굽고 쇼생크탈출을 봤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내용은 다 알고 있었다.
 
 
 
2024.07.20. 토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비 약간
 
아침에 엄마랑 통화를 오래했다. 집은 후텁지근하고 지저분한데 몸은 너무 안 좋고 (핑계임) 그래서 청소도 못하겠고..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샤워하고 몸무게를 재 보니 오히려 빠져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총 10키로 감량이 가능할 것 같다. 
 
회사에 나오는데 드디어.. 드디어..! 비가 내렸다. 감동의 눈물 박수. 그냥 걸어가려다가 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갖고 왔다.
 


회사 일도 좀 하고 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하다 보니까 하루가 훌쩍 갔다. 아침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걸.

밤 10시에 집에 돌아갔다.



2024.07.21.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어쩌다보니 30시간 단식인 상태로 삼계탕을 끓여서 많이 먹었다. 먹고 힘내서 청소도 했다.

일요일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승마를 가느라 좀 귀찮았지만 요즘 수영으로 전신 운동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이제 익숙해진 건지 하나도 무섭거나 힘들지 않았다. 선생님도 수영 계속 하라고 금방 금방 발전하는 게 보인다고 해주었다.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또... 팝콘을 튀겨 먹었는데.. 이거 들어갔다고 진도가 쭉쭉 나갔다. 네시간 공부하고 열 시쯤? 윗집 쿵쾅이들 또 집에 왔길래.... 밖에 나가 산책했다.

내 평생 이렇게 모범적으로 산 적이 없다. 너무 잘했다 이번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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