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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중독 치료 일기 - 4주 루틴 후 한 달 동안 변화, 단백질 셰이크에 대한 고찰 본문
4주 루틴,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한 번 입이 터지니까 피자 한 판을 다 먹고도 치킨을 먹는 날도 있었고, 콩국수에 미쳐서 국수 2.5인분을 삶아서 먹은 날도 있고, 그놈의 술... 술! 술을 많이도 먹었다. 와인은 왜 몸에 안 좋은 걸까..? 라는 슬픈 혼잣말을 여러 번 하면서 딱히 참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저렇게 빡세게 살았던 가닥이 나를 놓지 않았고, 정신 놓고 살다가 4일만에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오히려 내려간 체중과 끄떡없는 근육량을 보면서 몸에게 다시 미안해졌다. 많이 먹고 난 다음날에도 오히려 빠져있거나 그대로인 체중은 마치... "야~~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안 찔게~~" 라고 마지막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매일 애플워치 활동량을 채웠던 광기의 6월보단 조금 설렁설렁 했다. 핑계같지만 38~39도까지 올라가는 미친 폭염 속에서 정말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었고.. 또 그냥 매일 운동하는 게 너무 피곤했다. 그러나 체력과 기온이 받쳐주는 날엔 밖에 나가서 뛰거나 걸었고 일주일에 이틀 수영, 하루 승마 이 루틴은 빼먹지 않고 했다. 하면서도 늘 재미없었던 필라테스는 그만두었다.
원래는 열흘만 쉬고 다시 시작하려 했던 스위치온 다이어트,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체중은 4주루틴 이후로 약 2.5kg가 더 빠졌고, 체지방은 0.4%가 늘었다. 사실 체중이야 그렇다치고 집에서 재보는 근육량과 체지방의 정확도를 믿지 않기에.. 체지방이 더 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정말 하루하루 부대끼는 느낌이 다르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뵙는 어른이 있는데 그 분 눈바디가 정말 정확하시다. 정신놓고 산 지 2주만에 뵈었을 때, 너 요즘 다이어트 안 하지? 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정신 놓고 산 것치곤 너무 만족스럽다. 광기에 불탔던 6월 여파가 아직도 내 몸에 남아있는 것이다.
인체는 참 기특하고 신기하다. 건강하게 산 날이 60%, 쓰레기같이 산 날이 40%라면, 우리의 몸은 반드시 60%의 손을 들어준다. 이렇게 나에게 호의적인 시스템이 다 있을까. 그래서 더욱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
단백질 셰이크
단백질 셰이크는 마이프로틴의 임팩트웨이 아이솔레이트 unflavored(무맛)을 물에 타서 먹고 있다.
걸레 빤 물맛(..)이라는 후기도 있던데 걸레 빤 물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그 정도로 혹평하고 싶진 않고.. 엄청 밍밍한 우유맛이고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약맛보단 나아서 참아진다. 잘 먹다가 아주 가끔 역겹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땐 지난 번에 사 놓고 남은 스트로베리셰이크, 시나몬데니쉬롤 맛을 섞어서 먹고 있다.
꼭 무맛으로 해야 하나요..? 라고 묻고 싶은 분이 있다면.. 적어도 처음에는 초코 딸기 콘프레이크맛 등등 각종 맛을 맛보고 즐기고도 충분히 성공했기 때문에 내 대답은 아니오다.
1~4일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탄수화물을 제한해서 지방을 끌어다 쓰게 하며, 근손실을 최대한 방어해보기 위해 단백질 셰이크를 먹는 것이다. 고로 다이어트 음료랍시고 단순당(탄수화물)이 단백질량과 근사한 값으로 들어있는 그런 유사(?) 셰이크만 아니면 된다는 게 내 의견이다. 나는 단 것을 원래도 안 좋아하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것 때문에 조금이라도 단순당이 몸에 들어오는 게 억울해서 무맛을 먹는다.
그런데 섞어 먹을 용도로 다크초코맛은 다시 사고싶다. 이건 진짜로 진짜로 내 입맛에 딱이다. 쌉싸름+적당한 단맛.
언제가 가장 고비인가?
내 기억에 2일차가 난생 처음 느껴보는 두통,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거나 울거나 하는 조울증같은 심리변화가 맥스를 찍으며 가장 괴로웠다. 이후 샐러드라도 먹으니 정말 살 것 같았던 2주차는 그냥 저냥 수월했다.
그러다가 3주차 때 허용음식이 많아지면서 "이건 되나?", "이것도 되니까 저것도 되지 않나?(당연히 아님)" 이런 식으로 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유혹도 많고 더 힘들었다.
또 첫 3일 빼고는 이 다이어트는 절대 굶지 않기에... 적당히 먹느니 앗싸리 굶어버리는 게 낫지, 샐러드 먹느니 그냥 안 먹고 말지, 하는 극단적인 폭식 성향인 나에게 뭘 챙겨먹고, 입맛 싹 돌게 맛있지는 않은 그런 음식들을 배불리 먹어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박용우 교수님 블로그에 가서 탄수화물 그냥 아예 안 먹어도 괜찮나요? 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꼭 먹으라고 하셔서 좌절했던.. 기억이..
14시간 공복은 원래도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고, 24시간 공복은 의외로 할 만했다. 나중에 내키면 30~35시간까지도 안 먹었는데 (그냥 귀찮아서가 큼..) 공복이 그렇게 길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다이어트는...
반드시 하루에 기초대사량 만큼은 먹겠다. 기록해 보니 하루 1000 칼로리도 안 먹은 날이 허다했고 이건 절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기초대사량이 무너지지 않게 꼭 잘 먹을 것이다.
운동은 가급적 매일 하되 무리하지 않겠다. 고강도 운동(수영, 승마)을 병행하고 있기에 일주일에 하루이틀 정도는 쉬는 날을 허용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처음에 별 생각없이 시작했다가 극강의 고통->할만한데?->아아아악 하는 과정을 다 겪고 난 후라, 시작하기 겁나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산증인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체질이 바뀐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놓고 한 달 갖고 뭐가 되겠어? 싶었는데 진짜 진짜 바뀌었다. 그리고 고기 먹을 때 쌈조차 안 먹었던 내가 샐러드를 이렇게나 좋아하게 되었으니 입맛도 바뀐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 달.. 정말 정말 정~~말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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