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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2025.04.07. 월요일부다페스트, 맑음아침에 비몽사몽 10분, 그 이후에 정신 또렷하게 대화를 하고 출근했다. 행복했다.해는 맑으나 공기는 겨울이다. 트렌치 하나 남겨두고 코트는 모두 포장하거나 갖다 버렸는데 아침에 얼어죽는 줄 알았다.점심에 현지인 직원과 집에 차를 끌고 가 기부할 것을 챙겼다. 카트장에서 사고가 나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 엑스레이도 안 찍어봤다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가는 길에 피아트를 봤다. 우리 아뜨랑 같은 색은 여기서 처음 본다. 너무나 보고싶다. 차를 비우려고 주차장에 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서 긴급 서비스를 불렀다. 회사에 정이 떨어지면서 이상한 고집으로, 월급 외에는 아무 혜택도 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한 짓이 첫째 내 방에서 나온 것이고, 둘째 죄없는 차를 ..

2025.03.31. 월요일부다페스트, 맑음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갑자기 배가 정말 너무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눈앞이 아찔했는데. 불길하다 싶었는데 오후에 결국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나는 나 하나의 퇴사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신입이 집에 따라와 같이 있어줬다. 쓰러졌단 얘기에 많이 우는 상대 때문에 속상했다. 그와중에 신기하게도 입맛이 간만에 돌아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2025.04.01. 화요일부다페스트, 맑음의사한테 전화가 왔다. 병가를 썼다. 넘어진 무릎에 피멍이 들었다.아침에 페인터가 왔고 오후에 원격으로 인수인계를 했다. 어제 많이 먹었고 배탈난 게 불안해 단식했다. 중간에 정말 뭐라도 먹고 싶은 욕심이 났으나 잠깐이었다.나는 나를 이..

2025.03.24. 월요일부다페스트, 비 어쩌다 보니 한 시간밖에 못 자고 출근했다. 대사관에 가서 살벌하게 핸드폰, 애플워치 뺏기고, 대기석까지 정해주는 숨 막히는 분위기. 얼마나 걸리냐고 묻지도 못했는데, 하루도 안 되어서 비자가 나왔다. 회사 얘기는 여기 적고 싶지도 않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뿐이다. 집주인이 오는 날이라 스크래치 난 부분에 미니 페인트를 칠하는데 어.. 색깔이 안 맞아서 당황했다. 집주인이 다른 건 몰라도 벽에 몹시 예민한 것 같아 더 걱정이다. 독일어 인강을 틀어놓고 10분도 안 돼서 잠들었다. 어쩌려고 이러는지. 2025.03.25. 화요일부다페스트, 안개 후 맑음 전화가 와서 새벽에 두어 번 일어났다. 비몽사몽 중에도 그렇게 좋고, 반갑고, 기특한 피아노 연주가 ..

2025.03.17. 월요일부다페스트, 흐림어느덧 100번째 일기. 끈기 없어서 뭘 해도 지속을 못하는 나에겐 대단한 일이다.인수인계를 하는데 팀도 경력연수도 너무나 달라 앞으로 많이 헤맬 어린 친구에게… 도대체 나의 무엇을 알려주어야 하는지, 반나절도 안 되어 창백해진 얼굴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나는 내가 떠나는 날까지 열심히 할 줄이야 알았지만 끝까지 참…금요일에 블루카드 서류를 드디어 전부 제출했는데, 오늘 오전에 신청서에 대한 피드백이 왔다. 고치라는 것을 고쳐서 보냈더니 곧바로 승인이 되었다. 와. 기계의 속도다. 그렇다기엔 사람이 일일이 달아준 게 분명한 코멘트라… 헝가리 와서 비자 때문에 날린 6개월이 새삼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대사관 방문 약속은 다음 주로 잡혔다. 주한 독일 대사관은..

2025.03.10. 월요일부다페스트, 비 온 뒤 맑음 점심 먹고 퇴사 메일을 보냈다. 뭔 소리를 들어도 별 감흥은 없었으나 부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다가 눈물이 펑펑 나와서 걱정만 끼치고 말았다. 집에 가려는데 우산은 없고 비가 내렸다. 그냥 그런 청승을 떨고 싶어서 빌려주는 우산을 마다하고 나왔다. 가는 길에 비가 그쳤고, 하늘이 맑았다. 무지개가 떠있었다. 입사하고 얼마 안 돼 선명한 무지개를 봤었는데. 입퇴사를 무지개가 축복하는구나. 독일에 있는 후배와 두 시간을 통화하면서 이사와 비자 준비 등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님을 다시 실감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25.03.11. 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헝가리에 있는 독일 대사관에 연락하고 있는데 전화 연결이 전혀 안 된다. 모든 신청 절차가 온라..

2025.03.03. 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이사님이 오셨다. 저녁을 먹었다. 정말 그만둬야 할까. 이별하려니 마음이 아파 오래 걸었다. 2025.03.04. 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회의했다. 각오했던대로 잘 했다. 집주인에게 길고 따뜻한 답장이 왔다. 여기 살면서 집주인이라도 정상인이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25.03.05. 수요일부다페스트, 맑음 회계법인 담당자가 바뀐 후로 급여를 간떨리게 결제 당일에 처리하고 있다. 회계법인도 턴오버가 심해 걱정이다. 집을 두 시간 동안 치웠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려볼 생각이다. 집주인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 고민 끝에 어디로 입사할지 결정했다. 저녁에 오퍼레터를 받았다. 2025.03.06. 목요일부다페스트, 맑음 정말 오..

2025.02.24. 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오스트리아 여행 가서 너무 많이 먹고 속이 안 좋아 하루종일 굶었다. 2025.02.25. 화요일부다페스트, 흐림 너무 많이 울어 눈가가 헐더니 물집이 잡혔다. 너무 괴롭다. 오늘 미팅에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최선을 다했다. 2025.02.26. 수요일부다페스트, 흐림 출근길, 회사, 길거리 매일 접하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어 보인다. 집 천장 형광등까지. 정말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이사님이 왜 화가 나셨는지 짐작도 안 되는 일로 전화해서 10분동안 와다다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상사가 내게 이렇게까지 화낸 건 처음이다. 대충 기억나는 것은, 내가 내 직무답게 굴지 않았다는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마음도 약하고 냉정하지 못해 회사생활에 어울..

2025.02.17. 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겨울이 이렇게까지 길었나 싶다가, 온실같은 내 방에 앉아있으면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 벌써 두렵다. 어제 잠 못 이루며 그동안 여기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봤다. 소설이라고 해도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일들. 시트콤도 이렇게는 안 쓸 것 같은 일들. 헝가리 와서 만난 생전 듣도보도 못한 부류의 이상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다를 바 없이 너무나 이상할 나. 제정신이 아닐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들. 나는 이제 정말 지쳤다. 동생은 이직을 준비중이라 단톡방에 서류 합격 소식을 종종 알려오는데 그 빈도수가 꽤나 높다. 젊으니까. 부럽다고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누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끝났는데' 라고 했더니, '끝나긴 뭘 끝나 왜 그런 생각을 해' 라고 정색하고 ..

2025.02.10. 월요일부다페스트, 흐림 저번 주 목요일부터 하루도 쉬지 못한다. 너무 피곤해서 잘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까지 잡고 있던 정신줄.. 익숙한 사무실, 익숙한 내 방에 오자마자 다 놔버려지고 아무도 없는 틈에 문을 닫고 한동안 울었다. 도수치료 있는 날인 것을 모르고 회식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도수치료를 포기하고 왕푸에 갔다. 자리 자체는 즐거웠다. 이제 한동안 술은 또 안녕이다. 2025.02.11. 화요일부다페스트, 맑음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회사 분위기가 참. 우리는 모두 점심 시간에 아무 소리나 하였다. 이 와중에 일을 해야 하고... 황당한 이메일을 읽고 화면을 멍하니 보다가 한 20분 꺼이꺼이 울었다. 내가 왜? 도대체 왜? 왜 해야 해? 아니 왜 그랬지 애초에? ..

2025.02.03. 월요일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입맛이 하나도 없고 운동만 겨우 했다. 2025.02.04. 화요일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운동을 못했다. 일찍 누워 울었다. 2025.02.05. 수요일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나눔에 가려다가 포기하였다. 2025.02.06. 목요일부다페스트->에쉬본, 흐림 호텔 체크인 후 두 시간을 울었다. 저녁 먹을 힘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2025.02.07. 금요일에쉬본/프랑크푸르트, 흐림 호텔에 gym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고 하여.. 그냥 나가서 뛰었다. 이거라도 안 하면 정말 너무 힘들지 싶었다. 사우나를 하고 체크아웃한 후, 사무실에 가서 점심을 다같이 먹었다. 30분 이야기 하고 전무님과 친구를 픽업하여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