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98 (20250303-20250309)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98 (20250303-20250309)

여해® 2025. 3.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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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3.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이사님이 오셨다. 저녁을 먹었다. 정말 그만둬야 할까. 이별하려니 마음이 아파 오래 걸었다.
 
 
 
2025.03.04.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회의했다. 각오했던대로 잘 했다.
 
집주인에게 길고 따뜻한 답장이 왔다. 여기 살면서 집주인이라도 정상인이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25.03.05.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회계법인 담당자가 바뀐 후로 급여를 간떨리게 결제 당일에 처리하고 있다. 회계법인도 턴오버가 심해 걱정이다.
 
집을 두 시간 동안 치웠다. 한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려볼 생각이다. 집주인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
 
고민 끝에 어디로 입사할지 결정했다. 저녁에 오퍼레터를 받았다.
 
 
 
2025.03.06.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정말 오랜만에 나눔에 갔다. 사장님께 곧 떠난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짠했는지 여러 음식을 주셨다. 확실히 헝가리 전반적으로 사정이 안 좋은 게 맞는 모양이다.
 
신입과 레헬에서 헤어져, 집에 가는데 다시 불안함이 몰려왔다. 내가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여기를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나 내가.. 어떡하지, 앞으로. 비자도 집 구하는 것도 헝가리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건만 다 자신이 없고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예민해서였을까. 통화하다 싸우고 몹시 울다가 네 시에 잤다.
 
 
 
2025.03.07. 금요일
부다페스트->프라하, 맑음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메일은 써두었는데 감당이 안 된다. 마음을 겨우 정했으나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 두려워 사직서 내는 것은 다음 주 월요일에 해야겠다.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다.
 
퇴근 후에 뉴거티역에 가서 기차를 탔다. 회사에서 또 메일이.......... 와서... 노트북 꺼내 메일 보내는 중에 노을이 다 졌다. 기차 7시간은 너무 길다. 먹은 것도 없는데 소화가 안 되어서 내내 불편했다.
 
 
 
2025.03.08. 토요일
프라하, 맑음
 
날씨가 너무 좋아, 나도 여행객이면서 여행 온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엄마랑 이모는 춥고 어두울 때 와서 이런 풍경을 못 봤을 텐데. 왔을 때 좀 더 잘해줄걸, 싶고 후회가 된다.


알폰스무하 미술관에서 그림들을 봤다.
 
부쉐론이나 한 번 더 가볼까 했는데 폐업한 상태였다.

티파니에서 다이아 목걸이를 봤다. 이정도면 그냥 사야 맞는 건가. 아니면 선뜻 손이 안 가는 걸 보니 안 사는 게 맞는 건가. 까르띠에에 10분 정도 서있다가 내가 왜 도대체 줄을 서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자리를 떴다.
 

호사로와 샤브샤브 때문에 프라하에 왔으므로.. 목적을 충실히 하여 잘 먹었다. 신입이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아보고 싶다기에 예약을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예약이 없다고 하여.. 식당 근처 가정집 개조한 것 같은 아주 수상한 곳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진짜 너........무 역대급으로 시원해서 또 팁을 많이 드렸다. 요즘 마사지 운이 참 좋단 말이지.
 
숙소에서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다. 손톱으로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안 되어서 Wolt로 족집게를 시켰다. 시원하게 다 빠지질 않고 끊겨 나와서 결국 거의 살을 파내야했다.
 
밤에 잠들 때 너무나 불안하고 혼자 남겨진 기분. 잊을만 하면 손님처럼 오는 너. 그조차 내 모습이니 그냥 받아들여야지.
 
 
 
2025.03.09. 일요일
프라하->부다페스트, 맑음
 
숙소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체크아웃 하고 나와서 신입 따라 장미오일 가게에 갔다가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부다페스트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Libri 간판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아. 이렇게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
 
내일은 반드시 사직서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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