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행/아름다운 우리나라, 한국여행 (10)
옆집

나는 충무공 덕후다. (갑자기?) 동상 세우는 것에 유독 박한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그게 옳기도 하고) 누구도 뭐라 못할 몇 안 되는 위인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릴 때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열심히 봤었다. 역사가 스포니까 돌아가실 거 이미 알고 있었어도 마지막회 보고 너무 충격 받아 며칠을 못헤어나왔던 나는 어른이 되어 재미삼아 읽기 시작한 난중일기 때문에 속수무책 덕후가 되고 말았다. 이런 위인이라면 감정적인 흔들림 없이 어떤 고민도 없이 타고난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이 와장창 깨지면서.. 장군님도 인간이 맞았구나(?)를 넘어 귀여워(???) 수준까지 가고 말았다. 나는 진짜 미친 덕후다. 태안, 서산을 지나 아산으로 가는 길. 현충사 간판이 보이자마자 가슴이 뛴다. 평일 낮임에도 현충..

한국에서 해마다 철마다 하는 것들이 있었다. 봄에는 딸기 따기, 가을에는 갯벌에서 조개 캐기. 딸기 따기는 헝가리에서도 할 수 있고 (비록 노지 수준이지만..) 갯벌은 언감생심 지중해도 바다라고(?) 보려면 차를 타고 6시간, 혹은 비행기 타고 가야한다.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든 두 시간 달려가면 바다를 볼 수 있고 서해에 광활한 갯벌까지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동생을 가게에 내려주고 커피 얻어 마시고 네비를 찍어보니 도착 예정 시간이 2시. 간조가 11시 30분이니.. 오늘은 갯벌에 못 들어가겠구나. 언젠가 지도에 표시해두었던 간월암에 가보기로 한다. 간월암은 아주 작은 섬 하나를 절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일명 기도명당이라는데 용궁사도 그렇고 절벽 아래로 바다가 철썩이면 다 용하다고 느끼는 ..

제주도 다녀온 다음날은 동네 사는 친구랑 만나는 일정 외에는 푹 쉬기로 했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이 들면서 강아지는 잘 걷지를 못한다. 동생이 애진작에 사둔 개모차를 꺼내 시장에 같이 나갔다. 나는 가리비, 꽃게를 좀 사고 엄마와 강아지를 위해서는 순대를 살 예정이었다. 가는 길에 사람들 관심을 어찌나 한 몸에 다 받던지. 시장 입구에 있는 순대 집에 먼저 들러 포장하면서 간 썰으실 때 한 조각은 포장하지 말고 지금 주실 수 있냐고 하니 강아지를 위해 큰 덩어리를 하나 뚝 떼어 주셨다. 헝가리에서는 카페에 글 올려 물어볼 정도로 먹고 싶던 간인데 산해진미를 다 맛보느라 나도 이때 처음 조금 먹었다. 지난 주 갔던 집을 또 들러서 꽃게 세 마리, 가리비 1키로를 샀다. 또 많이 샀다고 엄마한테 혼날까봐 ..

6시 55분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나갔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혹시나 못 일어날까봐 잠을 엄청 설친 뒤였다. 숙소랑 렌터카만 했지 어떤 계획도 없었던지라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엄마와 나는 아마 남남으로 만났으면 서로 상종도 안 했을 것 같은 상극의 취향을 가졌다. 나는 여행이든 외식이든 뭘 할 거면 쓸 돈은 쓰자는 주의이고 일명 가성비 따지는 행위를 극혐한다. 엄마는 정반대다.이번엔 그래도 절대 화내지 말아야지 했던 효심+인내심은 공항에서 전망대 일리 카페를 가고 싶다는 내 말에 엄마가 내민 텀블러에서 이미 99%를 소진하고 말았다. 혹시 몰라 겨우 제주도행 비행기를 탄다고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탓에 더욱 피곤해졌다.남은 4일이 끔찍해지기 전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북촌이라는 함덕 옆 작은 해변가..

오랜만에 타는 장거리 이코노미 비행기. 대한항공은 어쩌다보니 처음 타보게 되었다. 출발부터 살짝 지연이 되었다. 기내 상영 영화 중에 노량이 있길래 한 편을 다 봤다. 나도 이순신 장군님이 계신 우리나라로 돌진한다! 역사가 스포인지라 돌아가실 거 알고 봤지만 마지막에 울었다. 기내식 안 먹고 잘 거라던 다짐이 무색하게 앞에서 비빔밥이 다 팔릴까봐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밥은 굉장히 맛있었고 와인도 괜찮았다. 아침만은 굶으리라 했다가 죽이길래 받아본 흰쌀죽은 놀랍도록 맛있었다. 영화는 더 보고싶은 게 없었고 대신 이북으로 다운받아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10년만에 다시 읽었다. 다 알고 읽는 거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너무 슬퍼서 거의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다. 가운데로 자리를 잡으니 움직이기는 편했어도..

친구가 11시 50분에는 출근하러 나가야 한다고, 더 자려면 자고 나가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래. 그냥 일찍 나와서 노량진에서 만나기로 한 동생을 기다렸다. 머리도 안 감고 헐레벌떡 나왔다고 해서 많이 미안했다. 꽃게를 먹을까 대게를 먹을까 하다가 꽃게는 저번에 먹었으니까 대게 먹자고. 대게 큰 거 한 마리, 개불이랑 가리비를 각각 만원어치 샀다. 이렇게 적기만 해도 너무 다시 먹고 싶어서 몹시 괴롭다...... 동생이 노래를 부르던 개불. 원래 잘 먹는데다가 신선했는데 왜 이상하게 비린내가 나서 원껏 먹지 못했다. 당일 제조한 막걸리 먹는 기분은...... 최고. 이번에 한국에서 느낀 게 원래도 막걸리 구비하고 있는 가게 많이 없지만, 막걸리 있다고 해서 시키면 살균탁주인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발..

강릉 여행을 마치고 친구 보러 춘천으로 가는 날. 버스타고에서 강릉-춘천 버스를 겨우 예약했는데 아빠가 웬일로 춘천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편하게 갔다. 일요일 올라오는 길이라 좀 많이 막혔다. 춘천에 왔는데 닭갈비 안 먹을 수 없다고 들어간 닭갈비집. 맛은 있었는데........... 손님이 없는 애매한 시간 (4시 조금 넘은?)이라 그런지 사장님이 옆에 계속 서서 불조절이며 먹는 방법이며 가르쳐 주시는데, 아빠가 닭내장 뒤늦게 시켰다가 혼났다. 약간 고3때 야자시간 기분?.......... 친구가 추천해준 맛집인데 다음날 너도 혼나면서 먹느냐고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고 지도를 잘못 찍어줬댄다. 맛은 있었으나 사장님의 잔소리는 정말 체할 것 같았고, 나야 그렇다치고 엄마아빠한테 무례한 언사를 보였기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심심한 나흘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 가는 날이 되었다. 이스탄불 공항 라운지는 무척 넓고 셀프로 떠먹는 부페보단 사람이 떠 주는 코너가 많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때 학점은행제 과제며 뭐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술 카트만 겨우 찍었다. OZ0552 IST - ICN 항공편. 나로서는 비즈니스 타는 게 흔치 않은 기회라.. 많이 기대했는데 좌석이 매우 낡아서 조금 실망했다. 플랫으로 눕힐 때 끼기긱 끼긱 끼기기기긱 소리가 나는데 내가 무거워서 그런 건지... 낡아서 그런 건지.. 노인학대 하는 기분이 들어서 영 그랬다. 다 마시곤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 대한항공이 비빔밥이고 아시아나는 쌈밥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보다. 주저없이 비빔밥을 골랐다. 별 특징을 모르겠던 전식. ..

1일 1포스팅 하자고 다짐한 게 무색하다. 8월 여행기를 이제야 마무리 짓는다. 지금은 헝가리 일주일을 거쳐 독일에 잠시 와있고, 퇴근해 호텔로 돌아오면 아주 이른 저녁이라 시간이 넉넉하다 못해 넷플이나 유튜브 보면서 누워있는 자신이 한심해질 지경이다. 각설하고. 정말 즐거웠던 한산도에서의 사흘을 정리해본다. 한산도에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다. 배로 들어가야 하는 '진짜' 섬이다. 거제도에서 한산도 가는 방법은 어구터미널에서 한산도 읍내로 들어가는 배편이 있다. 거제도에서 한산도까지 15분의 짧은 여정이지만 큰 배로 움직인다. 자동차도 싣고 갈 수 있다. 그리운 우리 아뜨 사진 한 번 올려본다. 지금은 아직 자차가 없는 제부 손에 맡겨놨다. 거제 통영 바다는 볼 때마다 느끼는데 참 시커멓고 푸르다. ..

광복절 직전 좋은 소식이 생겼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해외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갑자기 출국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 광복절을 끼고 며칠간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고민할 시간 없이 현회사에 퇴사 통보를 해야했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현회사. 퇴사 통보하려니 괜히 눈에 밟히는 것도 있고 별로 통쾌하지 않았다. 나의 상사가 몹시 당황하면서도 이내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기에 기분이 나아졌다. 생각해보면 눈물없이 퇴사한 유일한 직장이구나. 놀러갈 때가 아니라 한국 생활 정리할 궁리를 해야 하지 않나. 여행을 모두 취소해야 하나. 아니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저 먼 거제까지 며칠씩 여행을 해보겠나. 짧지만 번거로운 고민 끝에 내 귀여운 아뜨와 함께한 5박 6일의 긴 여정. 내가 향한 곳은 거제도 명사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