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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한국 휴가 (5) 덕질하러 현충사, 충무공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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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한국 휴가 (5) 덕질하러 현충사, 충무공묘

여해® 2024. 11. 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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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무공 덕후다. (갑자기?) 동상 세우는 것에 유독 박한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그게 옳기도 하고) 누구도 뭐라 못할 몇 안 되는 위인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릴 때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열심히 봤었다. 역사가 스포니까 돌아가실 거 이미 알고 있었어도 마지막회 보고 너무 충격 받아 며칠을 못헤어나왔던 나는 어른이 되어 재미삼아 읽기 시작한 난중일기 때문에 속수무책 덕후가 되고 말았다. 이런 위인이라면 감정적인 흔들림 없이 어떤 고민도 없이 타고난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이 와장창 깨지면서.. 장군님도 인간이 맞았구나(?)를 넘어 귀여워(???) 수준까지 가고 말았다.

 

나는 진짜 미친 덕후다. 

 

태안, 서산을 지나 아산으로 가는 길. 현충사 간판이 보이자마자 가슴이 뛴다.

 

 

 

평일 낮임에도 현충사에는 단풍 구경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피가 먹고 싶어서 들른 매점에 어묵이 나름 알맞게 삶아진 것으로 보이기에 하나 집었다가 네 개나 먹었다. 

 

 

현충사가 이렇게 넓었었나. 덕후이면서도 현충사는 아주 어릴 때, 스무 살 때 와본 것이 전부인지라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계속 계속 증축을 했단다. 아무렴 그래야지. 

 

 

 

 

나 가슴 뛴다.. 

 

 

너무 잘해놨잖아.

 

 

 

여기 올라가면서부터 눈물 바람. (도대체 왜?) 날씨가 유독 너무 좋고 공기가 청량해서 장군님 뵙기에 더욱 알맞았다. 

 

현충사 건물에서 내려다보면 이런 전경이 있다.

 

 

영정이 모셔져 있고 앞에는 방문객들도 피울 수 있는 향이 준비되어 있다. 막대에 불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조각난 향을 향로에 뿌리는 식이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묵념을 하는데 그게 뭐라고 감격해서 눈물이 났다. 진짜 미친 여자인줄 알았을 듯.

 

 

 

은행잎....... 예술.. 

 

 

 

입구쪽에 있는 기념관은 덕후 관점에서 보자면 천국이다. 장군님 유물에서부터 난중일기까지, 비록 그게 다 리플리카일지라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난중일기와 각종 문헌들로 추측해본 내 상상 속 충무공의 모습은 영정과 조금 다르게 처연한 선비같은 느낌이라 (덕후니까 이해 부탁합니다...) 이 옥로가 정말 잘 어울렸겠다 생각했다.

 

 

 

써야된다 아니다 논란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공식 굿즈(?). 

 

 

 

이런 전시관을 기획하고 업으로 삼으려면 분명 심상찮은 덕후일 터. 양각으로 새겨진 글자들이 고급스럽고 마음에 들었다. 지금 보니 영문판에 오탈자가 있네. 

 

 

 

뭐라고 하지 이거를. 미디어 전시? 진짜 여기 들어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좋아서.

 

 

사방에 저렇게 영상을 쏴대는데 영사기로 쏘는 것이다 보니 손에 담아볼 수도 있..

 

 

네가 억지 부리다 군법에 죽고 싶으냐. 존멋............

 

모두가 경상수사(원균ㅋㅋㅋ) 때문이다. 는 존귀... 저렇게 새침한(?) 뒷담화가 가득한 게 난중일기 읽는 재미이다. 진짜 귀여우니까 꼭 꼭 꼭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

 

 

 

네. 

 

 

 

일휘소탕 혈염산하. 장군님 검에 새겨진 문구. 제가 교수님한테 혼나면서도 못 읽던 한자를 장군님 때문에 읽어요 장군님....  

 

 

 

이 전시 기획한 분.. 보통 덕후가 아니실 듯 하다.

 

 

 

네.

 

 

 

네.

 

 

그리고 지하에서 특별 영상 전시가 하나 더 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너무너무 너무 좋으니까 두 번 세 번 네 번 추천. 

 

 

진짜 눈물난다. 

 

 

금신전선 상유십이. 나 이거 볼 때마다 울잖아. 너무 좋아서. 

 

 

현충사에서 거의 두 시간을 보내고... 다가오는 약속 시간에 촉박한 마음으로, 그러나 거를 수 없는 장군님 누워계신 충무공묘로 출발.

 

 

 

가는 길을 이렇게나 예쁘게 꾸며놓고.

 

 

 

 

길고 멀다. 더 좋음. 

 

 

 

충무공묘는 현충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고, 은행나무길처럼 다른 볼 만한 거리가 없어 확실히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무덤인데 조금 무섭지 않을까 싶다면, 내가 정말 덕후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양지 바르다는 말이 딱 나오는 명당에 있어 햇볕과 바람이 적절하여 산책하기 좋다.

 

불경하게 묘 가까이서 사진은 찍고 싶지 않아 보고만 나왔지만, 누가 어디서 사왔는지 제법 싱싱한 꽃다발이 세 개나 놓여 있어서 괜히 질투가 나기도 했다. 나도 근처 어디 꽃집이 있는지 알았으면 가져갔을 것이다. 다음엔 꼭.

 

정말 엉뚱하고 외딴 곳에 있어서 아는 사람만 올 것 같은 곳인데, 평일 낮인데도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였다. 나만 좋아하고 싶은데 역시 인기쟁이.....(?)

 

내년 휴가 때는 뚜벅이로 또 가야겠다. 장군님 그때까지는 제 마음 속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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