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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1박 2일 2023년 12월 (무제한 초밥집, 내추럴 와인 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공연 후기) 본문

여행/내가 유럽에 온 이유, 해외여행

밀라노 1박 2일 2023년 12월 (무제한 초밥집, 내추럴 와인 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공연 후기)

여해® 2024. 2. 1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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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심적으로 힘들었던 12월. 밀라노는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공연 하나 보러 갔다가 의외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새벽부터 나와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로 넘어갔다. 애증의 위즈에어를 타고. 새벽 비행이 너무 피곤해서 호텔에 전화해 "돈 추가하고서라도 얼리 체크인하면 안 돼?" 하니, 진짜 쌀쌀맞은 목소리로 "전화로 그런 정보는 말 못 해주거든."이라고 답변을 하길래 찾아갔다. 가니 역시나 차가운 인상의 프런트 남자 직원. "아니.. 오후 2시부터 체크인되는 건 아는데.."라고 운을 떼자마자 "누가 그래?" 하는데 솔직히 20대 초반이었으면 피곤하고 힘든 와중에 눈물이 고였을지도. 너희 홈페이지에 그렇게 쓰여있다 하니 그런 적 없다면서, 쿨하게 체크인시켜 주었다. 덕분에 방에 편하게 누워서 점심을 뭐 먹을지 검색. 

 

나는 해산물, 초밥을 몹시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줄은 이 대륙 한가운데 있는 헝가리 와서 처음 알았다. 그래서 어디든 영토가 바다에 닿아있는 나라에 가면 꼭 해산물, 초밥을 최우선으로 찾는다.

 

 

이상하게 밀라노에는 초밥집, 특히 무제한 초밥집이 많았다. 그러나 그냥 무제한일 것 같으면 부다페스트 와사비나 왓츠러닝도 있고, 좀 좋은 퀄리티를 먹고 싶었는데 이 집이 아주 딱이었다. 

 

 

 

 

유럽 살면서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 하나, 식당에서 직원과 눈 마주치길 기다려야 하는 것. 그래서 이렇게 태블릿 주문이 가능하거나, 회전레일 앞에 앉을 수 있는 초밥집이 좋다.  

 

 

 

 

퀄리티는 무제한 스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 (물론, 유럽 기준) 이때는 입맛이 많이 없던 때라 생각보다 많이 먹지는 못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는데 나는 광어, 도미 같은 흰 살 생선만 주로 먹는 저렴한 입맛이고, 비린내 안 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동했다.

 

 

 

 

 

위치는 여기. 두오모 성당이 있고 그런 시내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무조건 재방문 의사 있음. 이거 쓰다 보니까 저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을 정도다.

 

 

 

 

 

유명한 두오모 성당과.. 차마 찍지는 못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비둘기. 그만큼 사람도 엄청 많았다.

 

 

 

 

 

옆에는 저렇게 큰... 뭐라고 하나.. 쇼핑센터? 아케이드? 같은 게 있다. 저게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나중에 웡카 영화의 초콜렛 가게가 위치한 장소를 보면서 '어? 저기 어디더라?' 하고 찾아보니 밀라노 배경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매장엔 아무 줄도 없는데 롱샴 매장만 줄이 길었다. 롱샴 매장에 가서 르플리아쥬 초초초초미니 사이즈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상한 색깔을 보여주길래 "오......." 하고 웃었더니, 옆에 백화점에 있는 작은 매장에 가면 검정에 갈색 뚜껑인 무난한 게 재고가 있다는 것이다. 인파를 견디며 가서 결국 샀다. 옆에 한국인 두 분은 아마 구매대행 일을 하시는 분들인지 다섯 개를 쓸어갔다. 

 

 

 

정말 별 생각 없지만 그래도 입장료 내고 들어가 본 두오모 성당.

 

 

 

엘리베이터 타려면 돈 더 내라고 했던........ 성당 꼭대기. 생각보다 보이는 풍경이 예쁘지는 않았고. 사람이 많고 나는 고소공포증도 없는데 좀 무서웠다. 내려갈 때는 승강기를 못 타는 건지, 내가 못 찾은 건지, 그냥 또 인파에 휩쓸려 어찌어찌 계단을 내려가는데 무릎이 아팠다.

 

 

 

숙소에서 잠깐 쉬고 다시 나와........... 드디어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콘서트장으로 출발.   

 

 

 

 

내 스스로 이런 말 하기 정말....... 창피한데, 나는 아마도 홍대병이 좀 있는 듯 하다. 내 취향은 마이너 해서 남들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거. 알고 보니 우리나라 ㅇㄹㅁ씨 수준으로 국민 작곡가, 국민 음악가셨던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선생님.

 

이날 공연장에서 조금 충격받은 문화 하나. 시체관극만 알던 나에게....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영상 촬영 하면서 보는 관객들. 한국이 아니라서 나도 많이 관대해진 걸까.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 연주곡 공연인데? 싶었지만 신경 쓰이진 않았다.

 

 

 

 

 

공연 끝나고 기립 박수. 참고로 전석 매진이었고, 본인 출신국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여러 날 한 걸로 아는데 죄다 매진이었다. 내가 20대 초반일 때부터 우연히 알고 듣고, 망상&음악 is my life 라고 우스갯소리로 외치는 나에게 매일매일의 배경음악이 되어준 곡들. 협주하는 바이올린, 첼로는 중간에 서너 곡을 쉰 반면, 꼬장꼬장한 인상의 저 주인공은 2시간 내내 한 곡도 쉬지 않았다. 정말 단 한 곡도.

 

한스짐머의 시끌벅적하고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대놓고 압도적이며 꽈과과광 하는 그 열기도 좋지만, 이 할아버지는 굉장히 정제되고 조용하고 그래서 더 숨 막히는 압도감이 있다. 마치 조용하고 말없는 사람이 "근데.." 하고 입을 떼면 다들 집중하듯이.

 

특히 2023년 9~11월 최악의 시기를 지날 때, 마지막 잎새마냥 침대에 힘없이 누워서 울 때 듣던 음악이 맨 처음 연주될 때는 뭐랄까.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이날을 기점으로 신기하게도, 정말 저 공연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다시 살아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이날 떠올렸던 '그래 나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라는 다짐은 지속되는 중이다. 이때 이후로 공부도 시작하고 바이올린도 배우러 다니고 다시 산만하고 체력 넘치는 나답게 사는 중이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른 내추럴 와인 바. 바쁜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끝나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갈 곳이 많이 없었다. 주인 와인 취향이 어떤가 궁금해 시험 삼아 제일 과실향이 풍부한 걸 달라고 해 보았다.

 

 

저만큼 따라준 건 당연히 아니고, 먹다가 맛있고 색이 예뻐서 사진 안 찍은 걸 알고 한 컷.

 

 

 

난 여전히 잘 못 먹는 저장음식 살라미.

 

리뷰를 보면 여기는 음식도 맛있어 보인다. 사실 진짜 배고팠는데 시간이 늦어 잔술만 판매한다고... 숙소 돌아가는 길에 피자를 포장하고, 여기서 와인 한 병 사다가 숙소에서 먹었다. 다음에 가면 조금 일찍 다시 가보려고 한다.

 

 

 

 

1박 2일 아주 짧은 여정이었지만 목적이 뚜렷했고 생각지도 못하게 르플리아쥬까지 득템했으니 후회 없었던 밀라노 여행. 다음엔 조금 더 건강하고 활기찰 때 가서 쇼핑을 왕창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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