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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45 (20240129~20240204)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45 (20240129~20240204)

여해® 2024. 2. 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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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오늘은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피곤했다. 책상에 앉자마자 차에 핸드폰 두고 온 걸 알았다. 이도저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고 싶었으나 혹시 어디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 귀찮지만 주차장까지 나갔다가 왔다. 결국 아무한테도 전화는 안 왔다.
 
이번 주는 내일 마사지, 치과, 그리고 수요일 바이올린만 빼면 아무 일정이 없다. 토요일에는 FA 공부를 좀 오래 하면 되고 일요일에 드디어 시험을 친다.
 
2022년 종소세 경정청구 후 지방세를 잊고 있었다. 마침 안내 문자가 와서 위택스에 들어가 환급 신청을 했다. 헝가리에 있다 보면 우리나라 국세청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일반 사용자들에게 친절한 편인지 알게 된다.
 
이제 한 달 마무리가 되어가므로 가계부를 정리했다. 한국 카드는 이번 달에 거의 안 쓴 덕에 지출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맙소사........... 아직 이틀 남았고, 바이올린 레슨비랑 점심 값 생각하면 이번 달 지출도 500만 원이 넘겠다. 뭐 굳이 새삼? 싶지만 매번 충격이다. 이건 나중에 반성문 따로 쓰기로 하고.. 어쨌든 이젠 진짜 정신 차려야지.
 
회사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6시부터 FA 공부를 했다. 공부만 하면 귀신같이 잠이 몰려온다. 산만하게 집중 못하면서도 꾸역꾸역 챕터 3개를 봤다. contingent는 실무에서 겪은 빈도수가 낮아서 개념부터 바로 잡았다. 9시 30분에 회사를 나서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너무 피곤해......
 
 
 
 
 
2024.01.30.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오후에는 저번에 지원했던 미국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정말 간단한 신상 (어떤 비자로 있는지, 현재 연봉은 어떻게 되는지, 몇 군데나 지원했는지(그걸 왜 물어?))만 물어보는 짧은 통화인데, 이 정도는 서류 합격도 뭣도 아님을 알기에 그냥 별 생각이 없다. 당분간 이직할 의지도, 가능성도 없을 것 같다.
 
퇴근 후 한인 치과에 갔다. 꼼꼼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가는 길에 세종이라고 새로 생긴 한식당을 봤는데, 가계부 정리하며 어마어마한 식비에 놀라지 않았다면 분명히 들렀을 것이다. 내 지출도 그렇고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한 주식도 그렇고 이래저래 마음이 안 동해서 그냥 곧장 집으로 왔다.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그냥 어제 반 남겨둔 떡볶이만 먹고 잤다. 윗집에서 심하게 쿵쿵대는 것 같았지만 쏟아지는 나의 잠과, 요즘 자기 전에 늘 틀어두는 영인스님의 관세음보살정근이 이겼다.
 
 
 
 

 
 
2024.01.31. 수요일
부다페스트, 안개 낀 후 맑음
 
아침에 샤워하면서 문득 언제까지 추운 걸까 생각했다. 작년은 어땠는지 하도 정신이 없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위보다 추위에 훨씬 강한 나지만, 코트는 매일 입다 보니 보풀이 일며 낡아가는 게 느껴지고, 옷은 다 무겁고, 운전할 때 겉옷 입고 벗는 게 성가시다. 겨울은 내게 힘들다기보다는 몹시 귀찮은 계절이다.
 
1월 마지막 날이라 많이 바빴다. 사흘 연속 점심에 테스코에서 파는 샐러드를 먹고 있다. 채소 먹는다는 뿌듯함도 느낄 겸, 왔다 갔다 고작 10분이지만 좀 걸을 겸, 999 포린트라 점심 때우기에는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해서 먹는다. 긴축재정 한다고 나댈 때마다 먹는 단골 메뉴인데 금방 질려버린다. 좀 그냥 적당히 하면 되는 것을 나는 참 매사 극단적이다. 
 
어제부터 엄마 주식 계좌를 리밸런싱 하기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오늘 너무 빠져서 속이 상한다. 엄마한테 빌린 3천 갚는 대신에 불려서 갚아주겠다 한 것인데... 금액만 보면 나는 패륜아 중의 패륜아. 옛날에 엄청 챙겨보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정준하가 이순재 돈으로 주식 잘못 굴려서 매일 두들겨 맞거나 도망 다녔다. 그걸 볼 때만 해도 저런 한심한(?) 도박질(???)은 정말 타고난 바보 혹은 한량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다. 근데 그게 내가 되다니... 주식도 나의 내일도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구나. 재밌다 인생.
 
오늘 정형외과 진료는 스위스 클리닉의 페스트 지점이라 여유 있게 나섰다.


시간이 남아 메조포르테에 가서 주문해둔 바이올린 교재도 샀다. 도수치료를 위한 처방을 받으러 간 것인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무릎 관절 이야기를 하였다. 영양제를 먹기 시작해야 한다고. 어떤 병명에도 이렇게 속상한 적이 없는데, 집 오는 내내 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속상하다기보다는 씁쓸하다고 해야할까. 내 나이가 관절을 걱정할 정도로 이렇게 들었으면, 엄마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참 인생은 너무 짧다.
 
원래는 시내 나간 김에 이것저것 사먹고 놀았을 텐데 그냥 꾹 참았다.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 식비에 한달 100만원이나 쓴 것을 참을 수가 없다.
 
 
 
 
 
 
 
2024.02.01.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꿈에 달갑지 않은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절절매는 내 꼴은 더 보기 싫었다. 내 지질한 속마음을 이렇게 강제로 확인해야 하는 게 싫다.
 
괴로운 마음으로 눈을 뜨니 국내주식 체결 문자가 와르르 와있었다. 이렇게 하루 사이에 뭐가 많이 와있는 것은 처음이라 천지가 개벽한 줄 알았다. 전체적으로 큰 임팩트 없는 매수/매도였다. 계속 떨어질 줄 알았던 엔화 환율이 올라 예약해 둔 것이 팔려 있었다.
 
3월에 한국 들어가기 전에 이스탄불에서 경유를 하는데, 거기서 4일이나 머무는 일정인 줄 잊고 있었다. 호텔 금액 생각하니 몹시 부담이 되었다. 원래 같으면 1박 25만 원 이상으로 둘러봤을 텐데 4성급으로 줄이고 필터를 1박 15만 원 이하로 두어 보았다. 적당한 곳을 찾아 예약했다. 그래도 50~60만 원이나 든다. 경비 쓸 것 생각하면 또 100만 원 깨지겠지.
 
돈 펑펑 쓰면서 행복하기라도 했으면 말을 안 하겠다고 친구에게 투덜거렸는데, 이렇게 돈 한 번 쓸 때마다 스트레스받는 것을 보면 그동안 행복하게 산 게 맞는 것 같다. 
 
저녁에 갑자기 강식당에 가게 되어 점심은 그냥 굶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기억만 많아 가고 싶지 않은 곳인데 그래도 편한 사람들이랑 가면 나쁜 기억이 덮이지 않을까 해서. 내 개인적 사정과는 별개로 식당 자체는 깔끔하고 음식이 맛있다.



강식당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BTS 지민이 앉았던 자리에 나도 앉았다. 그럼 좀 돈 잘 버는 기운을 받지 않을까 해서.... 부장님이 치킨도 집에 가져가라고 사 주셨다. 신입이랑 둘이 슬슬 걸어 집에 가는데 열쇠가 없는 걸 발견했다. 혹시나 하고 회사에 가 보니 다행히 책상 위에 잘 있었다. 십년 감수했다.
 
 

 
 

 
2024.02.02.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제부가 헝가리 회사에 서류를 냈다고 해서 놀랐다. 잠시 잠깐 동생 부부랑 또 같은 동네에 사는 삶을 생각해 보니 벌써부터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이 내 평생 또 있을까. 그런다 한들 제부도 행복할 수 있을까.
 
몬테카를로에서 하는 조성진 리사이틀을 예매했다. 티켓값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싸고 티켓팅도 편한데 문제는 가는 방법이랑 숙소다. 니스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긴 하지만 띄엄 띄엄이라 연차를 사흘이나 써야 하는 데다, 숙소비도 무시 못해 마르세이유로 비행기, 마르세이유에서 니스로 플릭스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일정으로 정했다. 11월에 돈 주고 구입한 위즈에어 디스카운트 멤버십은 아직도 반영이 안 되었다. 역시 헝가리.
 
한스짐머가 비엔나에 3월에 오는데 모르고 있었다. 뭔 놈의 홈페이지가 종류별로 많은지.... 미리 알았으면 꼭 했을 텐데. 더블린이나 런던 가는 것을 찾아보다가 여권 검사하는 데서 줄 길게 서있는 거나 이런저런 게 벌써 질려서 우선 껐다. 리셀 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 사더라도 비엔나 가는 게 싸게 먹힐 것 같다.
 
다행히 급여 계산을 빨리 해서 월급을 받았다. 월세, 한국으로 보낼 돈 다 정산하고 나니 딱 10만 포린트 남았다. 이걸로 한 달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 식비는 하나도 안 쓰고 있다. 집에 먹을 게 워낙 많아서 정말 당분간은 식비 안 들여도 될 것 같다.
 
주식 정산해 보니 많이 벌었다. 수익률이 이렇게 높다니 믿을 수가 없어서 계속 계산해 보았다. 엄마 계좌도 곧 따라와 주겠지? 일요일에 시험인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다. 요즘 왜 이렇게 이유 없이 피곤한지 모르겠다. 잠도 잘 자는데..

전날 포장해 온 치킨을 먹었다. 어쩌다 보니 오늘 점심도 건너뛰었다.
 

 
 


2024.02.03. 토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일어나 생각해 봤다. 요즘 왜 피곤한지. 그냥 늙어서가 첫째 이유고, 저녁에 일정 빈 날이 없다. 없으면 무조건 회사에 남아 공부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국내장 미국장 주식 살펴보느라 머리도 눈도 쉴 틈이 없다. 여기에 운동을 추가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매일 열정 과다로 바쁘게 살다가 한순간에 극단적으로 또 다 내려놓을까 봐 걱정이다.
 
아침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깨니 잠이 덜 깼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정신이 맑아지고 침대에 누워있을수록 화가 치민다. 어차피 공부할 거면 회사를, 누워있느니 바깥 구경을 더 하겠지만 왜 내가 120만 원씩이나 내고 사는 집에서 편히 쉴 수 없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 억울해서 화가 더 나는 것 같다. 신경을 끄는 게 최고인데.. 집주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메일을 달라고 했으므로 생각난 김에 긴 메일을 썼다. 가끔은 새벽 3시까지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뭔가를 떨어트리거나 걸어 다니는 소리가 계속 난다고. 

엄마랑 통화를 세 시간이나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정정하시니 다행이다. 엄마가 8월 말에 드디어 퇴직하는데 그때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몰라 헝가리 와서 몇 주 지내라는 말을 하면서도 부질없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한국 다녀오는 항공권을 조만간 끊어야겠다. 그거라도 있어야 회사에 매여있을 것 같다.
 
4시쯤 회사로 가서 공부를 했다. 바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두 시간이나 블로그며 환테크 정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딴짓했다. 기출문제 풀어보니 합격컷 50점은 충분히 넘기겠어서 오답 정리만 계속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한대 놓고 참... 그래도 시험을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일단 FA만 패스하고 다시 공부하기로 하였다.
 
문제풀이를 하다 보니 벌써 자정이 다 되어 서둘러 집으로 갔다. 컵라면을 먹었는데도 커피 때문인지 손이 벌벌 떨리게 배고파서 피자를 데워 먹었다. 내일은 ACCA 본 후에 밀린 결산도 좀 하다가 와야겠다.
 
 
 
 
 
 
 
2024.02.04.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예스24 크레마클럽에서 뭐 볼 거 없나 구경하다가 아트테크라는 게 있길래 읽어 보았다. 미술품을 구매하고 위탁렌탈을 해서 대여료를 받는다는 아트테크는 듣기에는 솔깃하지만, 찾아보면 죄다 광고밖에 없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광고로 떡칠을 해둔 갤러리는 전혀 믿음이 안 가서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하고 마음을 접었다. 공부하면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새벽 4시에 겨우 잠들었다.
 
윗집 쿵쿵대는 소리 덕에 10시쯤 깼다. 오늘은 ACCA FA 과목 시험일. 누워서 월배당 ETF 관련 유튜브, 칼럼을 좀 읽어보다가 12시쯤 집에서 나왔다. 두나 플라자 미디어마켓에 가서 회사에 놔둘 브리타 필터, 그리고 내가 쓸 계산기를 샀다. 원래 컴퓨터 계산기만 썼는데 이젠 안 되겠다.
 
FA 기출문제 책은 사놓고 서너 페이지밖에 안 풀어보고.......... 그래도 오늘 네 시간 동안 풀어보려고 했는데 두 시간밖에 없었다. 내 계획이 뭐 늘 그렇지. 기출문제 풀어보는데 자꾸 문제가 치사한 것 같고 아는 것도 사소한 요소 하나로 자꾸 틀리니 짜증 나서 마음이 급해졌다.
 
결론은 뭐.. FA는 가볍게 통과.라고 쓰고 싶지만... 시험 보는 내내 아 망했구나, 하면서 또 시험료 걱정(긴축 재정 중에 수험료 추가 결제는 매우 치명적이다...)이 되고, 그동안 일한 경력은 도대체 어디다 쓰지 싶고 열심히 회사일만 한 세월이 부질없어 몹시 슬펐다. 솔직히 그렇게 긴가민가한 게 많았는데 어떻게 통과한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뽀록(?)으로 WSET 시험도 통과해 있었으면 좋겠네. 한 시간 반 시험 봤다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회사 일이 하기 너무 싫었다. 그래도 그동안 미루고 미룬 건 해야지 싶고, 그래도 회사원이 본업인데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꾹 참고 했다. 왜 그런지 시험 보는 내내 얼굴이 가렵더니 계속 그랬다. 울긋불긋 시뻘게졌다.
 


지난번 심었던 오렌지 씨앗과 신입 직원이 와인에이드에 넣어 먹는다고 사 왔던 레몬 씨앗을 계란 껍데기에 심었다. 귀엽기도 하고 물구멍 따로 필요 없으니 편하고 무엇보다 제로 웨이스트. 내 방은 늘 온실같이 뜨겁고 밝으니 더 잘 자라 주겠지. 레몬은 뿌리는 났는데 새싹은 아직이다.
 
정말 대충 했고 효율성도 없는 공부 방식이었지만.. 과목 하나 통과하고 나니 뭔가 공부할 맛도 나고 뿌듯하고 기분 좋다. 공부가 체질인 걸까? (아니요.) FA 기출문제집은 후배에게 줘야겠다. 다음 시험을 결제했다. 한 과목에 20만 원이나 한다. 다음 주 주말로 잡기는 했는데 스케줄 소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음 주 일정도 꽉 찼다. 학점은행제 과제 기간이라 슬슬 준비해야 하고.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은 아직 5분의 1도 못 읽었다. 어려운 영어는 아닌데 그래도 진짜 힘들다. 다음 주에 가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진짜 너무 바빠 돌겠다............. 두나판다에 쌀을 사러 갔는데 물건이 많이 빠져있었다. 집에 와서 김치볶음밥을 해 먹고 고려거란전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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