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43 (20240115~20240121)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43 (20240115~20240121)

여해® 2024. 1. 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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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5.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이집트 공항에서 맛없는 피자, 이상한 커피를 마시고 계속 집에 있는 떡볶이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여권 검사에서 거의 40분을 줄 서서 기다리고 (이럴 때마다 유럽 시민권자가 너무 부럽다) 두나플라자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90분 마사지를 받았다. 집에 와서 떡볶이를 다 끓여서 세상에.. 그걸 다 먹었다. 고려거란전쟁 내용이 완전 산으로 가서 엄청 크게 웃으면서 봤다.
 
그저께 바다 다녀오고 나서 놀란 뒤로 잠들 때 계속 화들짝 놀라며 깬다. 이러한 입면 장애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닌데, 한 번 이러면 거의 한 달 지속되어서 정말 힘들다. 이번에는 그냥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2024.01.16.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금, 월 겨우 이틀 쉬었는데 회사에 온갖 일이 다 있다. 오전에 들은 소식에 충격을 받아 종일 편두통이 있었다. 
 
동생이 올해 사주 본 내용을 전해 주었는데, 나는 술장사를 해야 성공하고(!) 해외든 한국이든 어디서든 잘 사니까 걱정말라 했댄다. 안 좋은 소식만 연달아 들려오던 요즘 특히 반가운 얘기이다.
 
학점은행제 수업에 결석을 2강이나 했다. 다음 주까지 출석 기간인줄 알았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학기는 드랍해야 하나.... 
 
저녁 바이올린 수업을 취소하고 진도에 가서 참치회를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데 멀미가 많이 났다. 불길한 꿈을 꾸었다.
 
 
 
2024.01.17.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비
 
꿈이 불길하다 했더니.. 매수 걸어두었던 국내 주식이 우르르 사져있었다. 그 말은 즉... 주가가 엄청 내려갔다는 소리. 국내 주식을 포폴에서 빼야 하는지, 두고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국내 주식에서 손실난 것을 미국 주식 수익으로 메우는 기분이다.
 
점심에 테스코를 가려고 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그냥 컵라면을 먹었다. 마침 밥이 있어서 밥도 같이 잘 먹었다.
 
2월 2일에 해둔 병원 예약을 바꾸려고 스위스 클리닉에 연락했는데 무슨 완전체같은 직원한테 잘못 걸렸다. 이집트 다녀와서 헝가리에 애정이 좀 생길뻔 했는데..
 
어제보다는 마음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허둥대었다. 두 시 반쯤 되어서야 겨우 집중할 수 있었다. 집이 엉망이라 이젠 진짜 청소를 해야 하는데... 가기 싫어서 메일 정리 하고 뭉개다가 늦게 나왔다. 오후에 내린 비 때문에 땅이 얼었다. 집에 조심해서 갔다.

지난 주에 장난 삼아 심어봤던 오렌지 씨앗이 전부 뿌리를 내렸다. 흙에 옮겨주었다.

 
 
2024.01.18.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늦잠을 자서 공모주 청약을 놓쳤다. 어제 꾼 꿈이 예지몽이었을까. 회사에서 또 일이 있었다. 이젠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기분, 아니, 그런 기분조차 들지 않는 기분. 뭐라 할까. 그냥 한마디로 회사에 모든 의지를 잃었다. 그러나 구직 시장에서 내 위치는 저만치 아래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만 했는데 손에 남은 게 없어, 뭘 더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검색하고 살펴본 나 자신을 위해 정말 아무 기대 없이 한 미국회사에 지원했다.
 
회계 법인에 가서 2022년치 서류를 가져오는데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신입이랑 집에서 엽떡을 먹었다. K-food 관련한 넷플릭스 다큐를 보았는데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는지 다큐를 세 개나 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떠들다 보니 별 생각이 없어졌다.
 
 
 
2024.01.19. 금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눈
 
병원에 가는 날이라 오후 반차다. 점심에 마음 편한 멤버와 같이 마마스에서 백반을 먹었다. 오늘 찬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자탕이었다.
 
내일 아이엘츠 보러 가는 날이라 슬쩍 모의고사 유형을 봤는데....... 처음 보는 시험 유형이라 당황스러웠다.
 
병원에 가서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냥 솔직히 지금의 나는 정말 괜찮은 거 같다. 다행히 다시 잠도 잘 잔다.
 
원래는 회사에 다시 돌아가려고 했으나 누워서 꼼짝을 못했다. 아이엘츠고 뭐고 아무 것도 쳐다보기가 싫어 그냥 계속 누워만 있었다. 배가 고파와서 피자를 시켰고 또 실패했다. 파마산 치즈를 괜히 추가한 탓이다.
 
 
 
2024.01.20. 토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나 택시를 타고 시험장에 갔다. 로비에 직원 전용 커피기계가 있어 사용은 못 하고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나가서 코너를 돌면 작은 가게가 있다는 직원 말을 믿고 나갔으나 골목 전체를 다 훑어도 그런 집은 없었다. 주말이라 문을 다들 닫은 건지. 한국은 널린 게 카페인데 문득 그리워졌다.
 
시험은 언제나 그렇듯 일정 시간 내내 앉아있어야 하는 것이 곤욕이다. 진짜 ADHD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 걸까. Reading은 생각보다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았고, Writing은 더 쓸 말이 없어 멍때리며 40분을 흘려보냈다. 한국말로라도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을까 계속 눈 감고 생각해 봤는데 정말 없었다.
 
점심은 WASABI 라는 곳에 가서 먹었다. 가츠동을 시켰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음식이 나왔다. 비싸기도 더럽게 비싸서 다신 안 가기로 다짐하였다. 그토록 원하던 커피도 사먹고 Speaking 시험을 치러 갔다. 영상으로 만났으면 AI 아닐까 싶을 정도로 되게 정갈한 표정의 로봇같은 노년층 시험관이었다. 이거는 정말 유형을 한 번이라도 보고 들어갈걸 순발력으로 대처할 수준이 아니었다.
 
시험 보고 기가 많이 빨렸지만 집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 중간에 K마트에 들러서 국떡을 전부 쓸어왔다. 지난 번 못 샀던 쯔유도 샀다. 버블티 가게에 들러서 이번엔 말차 라떼를 먹었다.
 
신입이 저녁에 와서 샤브샤브를 해먹었다. 유튜브 소리도 그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윗집에서 어김없이 쿵쿵거렸다. 신입도 이게 무슨 소리냐고 눈치를 챘을 땐, 12시가 넘어있었다. 불 켜진 것도 확인했고 확실하게 윗집이기 때문에 올라갔다. 체구가 고만고만한 남자가 나와서는, 아래층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자마자 무슨 일로 왔는지 안다는 표정으로 쏘리, 라고 했다.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순순히 알았다고 안다고 미안하다고 바로 인정하는 걸까.
 
 
 
2024.01.21. 일요일
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11시까지 자다가 윗집 쿵 소리에 깼다. 애가 아니라 어른 발소리라고 확신한 것이 무색하게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났다.
 
국떡을 끓여 반으로 나누고 밥을 조금 해서 볶음밥도 해먹었다. 내일은 회사 가는 날이고, 화요일은 오전에 WSET 시험이 있다. 그러면 공부할 시간은 오늘밖에 없는데 어쩌자고 또 그냥 계속 누워있었다. 고려거란전쟁을 보는데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5시쯤 졸음이 쏟아져서 잠깐 자다가 8시에 위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또 깼다. 이젠 찾아 올라갈 의지도 없었고, 이틀 연달아 찾아가면 뻔뻔하게 나올 거 같고, 또 그 태도에 너무 화가 날 거 같아서 그냥 참았다. 10시부터 뛰어다니는 소리는 더 안 나고 쿵쿵거리는 묵직한 소리가 났다.
 
깬 김에 WSET 공부할 자료를 찾아보다가 brainscape라고 플래시카드 형태로 공부하는 게 있길래 한 달짜리를 결제했다. 이깟 시험 하나에 내가 지금 얼마를 써놓고....... 공부도 안 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태도로 살고. 아이엘츠부터 시작해서 정말 나의 이런 회피성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일할 땐 안 그러는데 도대체 왜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에 이렇게 마무리를 못할까.
 
플래시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문제를 푸는데 모르는 것 투성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더니 두 시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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