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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42 (20240108~20240114)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42 (20240108~20240114)

여해® 2024. 1.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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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겨울이 끝난듯 싶더니 다시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긴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걸. 하루하루가 흘러가며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한 시간 반을 버렸다. 내 입장에서도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면 좋을텐데.
 
오랜만에 도수치료를 갔다. 벌써 1년이나 다녔다는 걸 메일을 뒤적이다 알았다. 처음에는 괜히 차가운 듯한 태도에 인종차별인가 잠깐 생각 했었던 내가 부끄럽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는 법인가보다. 속옷만 입은 채로 실험실 동물처럼 누워서 조용히 있기만 했던 나인데, 이번엔 문득 말을 걸고 싶어져 물어보았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긴데 힘들지 않은지. 돌아오는 대답이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본인은 일이 생계수단이자 취미란다. 사람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나는..... 회사에 다닐수록 인간의 뒷면을 너무 많이 본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본다. 그러면서 나도 닮아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고. 차라리 완전히 못돼처먹거나, 소위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 흑화라도 하면 좋겠지만... 내 성격에 그걸 꿈꾸다니 택도 없는 일이다.
 
두나판다에 가서 팽이버섯을 세 개나 샀다. 집에 와서는 김치볶음밥을 했다. 자주 하니까 확실히 요리 시간이 줄어들긴 한다. 12시쯤 정말 무너지는 것 같은 쿵 소리에 깼다. 저런 것 때문에 화낼 기운도 없어서 그냥 그대로 잠들었다. 자다가 깨니 마음이 불안해서 꿈자리가 나빴다.
 
 
 
 
2024.01.09.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요즘 내 유일한 낙은 주식계좌 보는 것이다. 내려가도 올라가도 계속 내가 뭔가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기분이 좋다. 야금야금 올라가다 보니 앞자리 바뀔 날도 머지 않았다.
 
오늘은 내 민증상 생일인데 사실 오전에 보험료 환급받는다고 고객센터에 생년월일 부르다가 알았다. 점심먹고 돌아왔는데 팀원들이 꽃다발이랑 케익을 들고 들어왔다. 차마 거기다 대고 오늘 내 생일 아니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고맙다고 했다. 점심에 또.. 특유의 내 탓하는 버릇이 올라와 산책하면서도 울적했는데.. 기분 좋아서 친구들한테 자랑도 했다.
 
퇴근 시간 한 시간 남겨놓고..... 일이 터졌다. 아아.. 너무 황당해서 웃음만 나왔다. 나는 자극 없는 심심한 일상이 너무 좋고 그립다. 회사가 또 내 심장을 뛰게 하다니....... 믿을 수 없다.
 
저녁에 산부인과에 가서 자궁경부암 검사와 HPV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한국이랑 진료 방식이 많이 다르고, 나랑 의사 사이에 아무 커튼이 없는 게 정말 충격..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가다실을 맞을 수 있다. 영영 필요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신입이 닭갈비를 먹자고 집에 초대해 주어서 갔다. 와인 오프너가 없어서 프리마, 알디까지 갔는데 없어서 그냥 돌려 따는 SAUSKA 와인을 샀다. 한 병밖에 안 마셨는데 취했다.
 
 
 
 
2024.01.10.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정신없이 일했다.
 


저녁에 신입이랑 이사님 모시고 만나식당이라는 곳에 가서 수원왕갈비통닭을 먹었다. 주식 얘기도 하고 밥 다 먹고는 옆에 있는 뉴욕 카페에 갔다. 예전에 출장자 대리님이랑 같이 간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루마 River flows in you 를 편곡 연주해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2024.01.11.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이사님이 본국으로 가시는 날이라 점심을 함께했다. 마마스 집밥에 또 갔는데 마침 메뉴가 정말 훌륭했다. 보쌈에 김치 수제비. 진짜 만족스럽게 점심 먹고 이사님은 택시 타고 가시는 것 보고, 슬슬 걸어서 지난 번 갔던 버블티 집에서 버블티를 사먹었다. K마트에 가니 몇 개월을 허탕쳤던 국떡이 있었다. 두 세트를 샀다. 그렇게 찾을 땐 없더니..... 이깟 일로 인연을 말한다면 좀 우습지만, 다 인연과 때라는 게 있는 듯 하다.
 
 
휴가 가기 전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저녁에 중간감사 자료를 보냈다. 한결 마음을 덜었다.
 
 
 
2024.01.12. 금요일
샤름엘셰이크, 맑음
 
새벽 세 시에 일어나야 해서 계속 깜짝 깜짝 놀라 깨는 선잠을 잤다. 공항에 도착해서 여권 검사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른 아침 비행기라 지연은 없었다.
 
이후 여행기는 따로 작성하고... 회사에서 또 일이 있었다. 아침부터 날 찾는 일이 많아서 조금 지쳤다.
 
 
 
2024.01.13. 토요일
샤름엘셰이크, 맑음
 


행복하게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바다에 나갔고 밤에는 방 앞에서 수영했다.
 
 
 
2024.01.14. 일요일
샤름엘셰이크, 맑음
 
노는 것도 지쳐 침대에 계속 누워있었다. 저녁 먹고는 처음으로 시샤라고 물담배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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