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23 (20230529~20230618)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23 (20230529~20230618)

여해® 2023. 6. 21. 17:11
728x90
반응형

2023.05.29.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한국도 휴일이고 헝가리도 휴일이라 오랜만에 가족,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동생과 대화하면서 또 한 번 다짐했다. 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리라.

 

냉동피자 생각이 간절해서 사러 나갔다. 지난 번 부활절 연휴 때는 두나플라자 Spar가 열었었는데 이번엔 음식점 빼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다 닫았다. Manna ABC에 갔는데, 차라리 Wolt에서 시키는 게 저렴했겠다 싶을 정도로 비쌌다. 피자 두 개, 쌀과자 하나, 모짜렐라 치즈 하나 이렇게 샀고 2만원 정도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더니 정말 와닿는다.

 

전날 와이너리에서 사온 오렌지 와인을 다 마셨다. 솔직히 너무 맛있었다. 금방 취했고 일찍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지난 번 사둔 책을 거의 다 읽으니 새벽 네시가 다 되었다.

 

 

 

 

2023.05.30.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두 시간밖에 못 잤더니 정신이 혼미했다. 아침에 실수 몇 개를 발견하였는데 잔소리할 기운도 열정도 없어 그냥 두었다. KFC에서 온라인 오더를 시키려다가 아무래도 너무 비싼 것 같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창을 닫았다.

 

이번 달 유틸리티 비용을 넉넉잡아 30,000포린트로 보관해 두었는데 심지어 넘었다. 뭘 그렇게 많이 썼지? 월급까지 7일 남았는데 남은 용돈은 약 8만원 정도이다. 하루에 만원밖에 못쓰는 건데 버틸 수 있을까. 이런 푼돈을 신경쓰고 생각하는 게 옛날엔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른 마음가짐이다. 지금 생각없이 살 것이냐, 나중에 걱정없이 살 것이냐.

 

그래도 여행은 계속 다니고 싶어서 큰일이다.

 

 

 

2023.06.05.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한스짐머 콘서트였는데 오늘인 걸 잊고 있었다. 얼마나 정신없이 살면 이걸 기억 못할 수가 있는지. 월요일 필라테스는 아깝지만 날리게 됐다. 콘서트장에 가니 매점마다 줄이 길게 서있었다. 저녁을 거르고 갔기 때문에 나도 뭔가 먹고 싶어서 줄을 섰는데 살만한 게 팝콘밖에 없었다.

 

자리는 좋은 곳으로 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라운드이긴 했는데 좌석간 단차가 전혀 없어서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콘서트 자체는 너무 즐거웠다. 특이한 건 앞자리 사람이 전자담배를 계속 피웠다는 건데, 아무리 유럽이지만 이게 가능한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무개념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한스 짐머 음악 자체도 좋지만,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무대에서 뽐내는 모두가 눈물나게 부러웠다. 누군가는 저렇게 열정을 태우는 세상에서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2023.06.11.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한동안 또 일기를 못썼다. 원래 어제 딸기를 따러 가려고 했으나 금요일 밤만 되면 똑 떨어지는 체력 때문에 토요일은 내내 누워있기 일쑤다. 구름도 많고 해도 나름 가려지는 것 같아 집을 나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햇빛이 쨍쨍했다.

 

딸기밭은 집에서 고작 15분 거리였다. 우리나라에서 딸기따기 체험을 매년 다녔지만 이렇게 노지 땅바닥에 자라는 딸기는본적이 없건만. 가격을 보나 (1키로당 900포린트 정도?) 관리된 모습을 보나, 체험 상품이 아니라 노동력은 니가 제공하고 딸기값만 받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현금밖에 안 된다고 하여 Spar에 가서 돈을 뽑아왔다.

 

 

 

1키로를 조금 넘게 땄다. 갑자기 브이로그를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아(하지만 한 번도 편집을 시작조차 해본적이 없다) 열심히 영상을 찍긴 찍었는데 집에 와서 또 녹초가 돼서 누웠다.

 

그냥 그대로 쉬었어야 하는데 캡슐 커피가 다 떨어진 것이 생각나서 웨스트엔드까지 걸어가겠다고 나왔다. 양산을 회사에 두고온 바람에 그냥 땡볕을 걸었는데, 두나 아레나까지 갔을 때 이미 난 타죽겠구나 라는 걸 실감했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네시 넘어서 나왔는데 서쪽 강변을 타고 햇빛이 정말 광기 그 자체였다. 그늘을 골라서 슥슥 걸었는데 중간에 정말 울고 싶었다.

 

웨스트엔드에서 캡슐 커피를 사고,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젤라또가 너무 맛있어서 감격하고. 집에 돌아올 땐 메트로를 탔다. 잠시 뒤에 팔을 보니 뻘겋게 익어있었다. 못산다 진짜.

 

 

 

2023.06.16.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하루종일 회사 이삿짐을 날랐다. 인력을 썼다지만 인원이 부족했다. 우리팀은 낑낑대면서 뭘 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질 않았다. 중간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사라졌고, 나도 더는 힘이 나지 않아 회사 바닥에 누워있다가 집에 돌아갔다.

 

막걸리를 진탕 마시고 놀다가, 이게 사는 거냐 싶어서 (?) 갑자기 스카이 스캐너를 켰다. 로도스 섬이라는 곳이 아주 괜찮아 보이길래 예약을 했다. 사실 무슨 사고 흐름으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너무 돈돈돈 하면서 긴축재정에 스스로 스트레스 주고 있기도 했고. 어차피 절약하겠다고 난리치는 내 행동.. 오래 못 갈 거 알고는 있었지만.

 

 

 

2023.06.17. 토요일

로도스, 맑음

 

푹 자고 일어나 공항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 주차장에 예약할 자리도 없었고. 돌아올 때가 걱정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출발.

 

라운지 카드를 야무지게 챙겨갔는데 2022년 12월 유효기간인 걸 몰랐다. 갱신된 카드는 한국 예전 회사나 예전 집으로 가있을 텐데...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어서 아무데나 앉아있다가, 탑승시간 다 되어갈때쯤 너무 배가 고파서 버거킹 햄버거를 사먹었다. 요즘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데에 맛들렸다.

 

30분 늦은 것 빼고는 Wizz Air도 나름 탈 만했다. 친구 옆에 앉고 싶어하는 사람이 자신의 비상구 좌석을 양보해줘서 더욱 편하게 갔다. 로도스 공항은 생각보다는 컸고, 밖에 나오니 흡사 제주도같았다.

 

 

 

리조트에서 나온 직원을 한참만에 찾아서 20분을 달려가니 리조트에 도착했다. 올인클루시브에, 가격도 엄청 저렴하게 예약했는데 혼자 두명 쓸 방을 예약해서 그런가, 저녁은 스위트룸 전용 식당으로 가도 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바닷가에 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 보였는데 선베드도 그만큼 많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으려다가 선베드가 앞으로 고꾸라져서 넘어지는 바람에 엄청 창피했다.

 

술을 계속 마셨고 많이 취했다. 나중에는 거의 필름이 끊길뻔 했다.

 

 

2023.06.18.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 리조트의 좋은 점은 체크아웃 후에도 비행기 탑승하러 가기 전까지 리조트의 모든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누워서 선크림도 듬뿍 바르고 물에도 들어가 보았다. 너무 행복해서 부다페스트로 돌아오기 싫었다.

 

계속 파라솔 아래 그늘에만 앉아 있었는데 공항에서 걷다보니 다리가 간지러워서 보니까 잔뜩 익어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왜? 진짜 그늘이었는데? 심지어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로 덮고 있었는데? 정도가 너무 심각해서 부랴부랴 약국 시간을 검색했지만 부다페스트 도착하면 메트로 근처에 있는 약국들은 다 문을 닫게 생겨서 걱정스러웠다.

 

면세점에서 올리브오일과 그리스의 유명한 내수용 와인이라는 빈산토 (맞나?)를 구입하고, 해면 스펀지도 하나 샀다. 긴축재정은 무슨...

 

집에 돌아오면서 wolt로 약국에서 화상약을 주문하고, 다행히 배달 시간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프레이 형태로 나온 약인데 뭐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가짜 눈 스프레이처럼 흩뿌려졌다. 아무리 발라도 낫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허벅지와 무릎이 진짜 보기 무서울 정도로 빨개서 속상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