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20 (20230508~20230514)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20 (20230508~20230514)

여해® 2023. 5. 21. 22:10
728x90
반응형

 

 

 

 

 

2023.05.08.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나의 대출금과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나가는 날인데, Wise에서 계속 내 n천만원 송금을 안 해 주고 묶어두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비상금 대출을 받았다. 어버이날에 엄마아빠에게 도무지 돈을 빌릴 수 없었다.

 

얼마 전 호기심에 신청했던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에 대한 피드백이 왔는데, 사진 때문에 아주 애를 먹었다. 다 포기하고 싶었으나 멍청(혹은 ㅅㅣ바ㄹ)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올해 다짐이므로 열심히 또 해보았다.

 

저녁에 필라테스를 갔는데 무섭고 차가우며 정적인 원래 선생님과는 다르게 많이 활동적이고 성격도 밝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렇지만 할수록 포기하고 싶었다. 월요일 운동은 너무 빡세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사는 동료가 오늘 회사에 안 나와서 많이 심심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했다. 얼마전 친구가 떠나서인가. 사람한테 의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집 근처를 산책하는데 해가 8시가 넘어도 다 지지 않았다.

 

 

 

2023.05.09.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부터 거주증 소식을 들었는데, 거주증 카드가 아직 카드 제작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엄마아빠가 이번 주 토요일에 들어오는데, 같이 크로아티아 가는 거는 물건너간 일일까. 또 소원 빌게 분수대에 다녀와야 하나.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이 드디어 나왔다고 답변이 왔다. 에스토니아가 헝가리보다 빠르구나. 이거 관련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하기로 하고.

 

송금이 이제 국내송금까지 막혀서 집주인에게 월세를 못 보내고 있다. 역시 핀테크 말고 로컬 은행을 뚫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거주증이 없는데 어찌할까? 그놈의 거주증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미치겠다. 

 

 

 

2023.05.10.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송금이 계속 안 돼서 Remitly라는 곳을 알아냈다. 수수료, 환율 엄청 손해보면서 보냈다. 다신 이런 일 없게 원화 통장에 돈 좀 넉넉히 남겨두어야겠다.

 

 

점심에 직원들과 택시 타고 시내에 나가서 마라탕면, 버블티를 사먹었다. 원래 곱창 마라탕면을 먹으러 간 건데, 곱창이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 아무때나 먹을 수 없는 걸 운이 좋아서 먹었었구나. 밥 먹으면서 코인, 주식 얘기가 나왔는데 잊고 있었던 내 100만원이 생각났다.

 

 

 

2023.05.11. 목요일

부다페스트, 비

 

 

저녁에 일 마치고 신입 직원과 두나판다에 갔다. 살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담다보니 거의 12,000 포린트치를 샀다. 두나 판다 앞 꼬치집에서 핫팟, 꼬치를 먹었는데 그중에 옥수수가 으뜸이었다. 무알콜 맥주가 있어서 한 병 마셨다. 헝가리에서 사는 게 어떤지, 회사 일은 어떤지, 회사 일은 어떤지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 기대없이 우체통을 열었는데... 등기 알림물이 와있었다. 보니까 이민국에서 온 것이었다. 거주증이 드디어 온 것이다.

 

 

 

2023.05.12. 금요일

부다페스트, 비

 

 

출근했다가 우체국에 가서 드디어 거주증을 받았다. 우체국에 가서 봉투 받아드는 순간까지도 혹시 거주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보니 그때 다 죽어가면서 꾸역꾸역 이민국가서 찍은 사진이 거주증 사진으로 되어 있었다.

 

야근 많았던 마감이 끝나기도 했고 다음주에 나없이 일할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일찍 퇴근시켰다. 

 

내일이면 엄마아빠가 오기 때문에 밤에 마지막(?) 만찬으로 비빔밥에 가서 혼자 삼겹살을 먹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데 다음 주 내내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 물론 햇빛이 계속 쨍쨍한 것도 돌아다니기 힘들겠지만.

 

 

 

2023.05.13. 토요일

부다페스트, 비

 

점심에 시내에 나가서 호텔에 체크인을 미리 해두었다. 돌아와서는 내내 누워있다가 시간 맞춰 엄마아빠를 데리러 공항에 갔다. 쉘 주유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빠한테 전화가 왔는데 헝가리에 와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일단 우리집에 짐을 풀어놓고 택시 타고 호텔에 갔다. 메리어트 스카이 바에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가서, 테라스에 앉아 피자와 와인 한 병을 먹었다.

 

 

 

 

2023.05.14. 일요일

부다페스트, 비

 

점심에 군델 예약을 해두었는데 아빠가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엄마하고만 둘이 나왔다. 늘 그렇듯 맛은 그저 그렇지만 분위기 때문에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비가 계속 쏟아지는데 다리를 건너 부다성, 어부의 요새쪽으로 갔다. 강가라서 그런지 바람, 비가 더 거세게 불고 내렸다. 조금 더 돌아다니려고 했지만 엄마도 나도 지쳐서 그냥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아픈 아빠를 계속 호텔에 두는 것도 아닌 거 같아서 일찌감치 체크아웃하고 차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어렵게 오래 기다려 왔건만 이게 무슨 일인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