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19 (20230410~20230507)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9 (20230410~20230507)

여해® 2023. 5. 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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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0. 월요일

부다페스트, 비 잠깐 오고 맑음

 

쉬는 날인데 필라테스는 쉬지 않았다. 선생님이 너무 차갑고 무서운데 내가 숨쉬는 것부터 잘 못하니까 되게 짜증을 참으시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동기부여를 더 한다. 부활절 휴일의 마지막이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잠깐 누웠는데 오한이 들어서 한겨울에도 안 틀던 난방을 틀었다. 8시부터 계속 자느라 저녁도 건너뛰었다.

 

 

2023.04.11.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다가 비옴

 

아침에 로컬 팀원이 전화를 받고 안 좋은 얼굴로 나갔다가 눈물바람을 하고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당장에는 대답하지 않다가, 퇴근할 때쯤 물어봐줘서 고맙다며 오래 키운 강아지가 부모님 댁에서 결국 숨을 거뒀다고 했다. 듣는데 남의 일 같지 않고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점심은 여느때처럼 테스코에 갔는데 명절 때문에 재고를 못 채웠나 늘 먹던 시저 샐러드가 없어서 몹시 당황했다. 신중히 원재료를 보면서 uborka (오이)가 없는 것으로 샌드위치 두 개, 랩 하나를 샀다. 두유까지 사긴 했지만 한국 돈으로 거의 16,000원이 나왔다. 요즘 가계부를 쓰다보니 물가에 한결 민감해진 기분이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 하나.

 

9시까지 야근하고 집에 왔는데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겨우 유튜브를 켜서 유산소 30분, 무산소 15분을 했다. 예전엔 어떻게 독하게 매일 그렇게 했나 몰라. 저녁 먹을 시간을 놓쳐서 그냥 걸렀다.

 

 

2023.04.27.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데 뭐랄까, 좋고도 나쁜 예감이 들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얼마전 새로 들어온 팀원이 사고를 연달아 쳐서 고민이었는데, 이야기하는 중간에 거주증 소식이 들려왔다. 한 번 취소당하기도 했고, 이유도 모른 채 오래도록 마음 고생한 걸 다들 알아서 동료들도 매우 기뻐해 주었다. 바로 회사와 그동안 밀린 월급을 정산하고자 하였는데 월급날 받아가라고 해서 마음이 애달팠다.

 

4월 안에 안 나오면 5월에 돌아가버릴 거라고 부다성에 올라가서 세상에 대고(?) 소리 질렀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떨 땐 내 편 같고, 어떨 땐 아닌 것도 같고.

 

 

 

2023.05.04.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일, 일, 일, 면담, 일. 팀 회식. 끝나고 친구와 만나 예전에 소원 빌었던 분수대에 갔다. 회사에서 좀 평화롭게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으려 했는데, 막상 그 앞에 서니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2023.05.05.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드디어 밀린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기분이 한 시간도 못 갔다. 계속 마감으로 속썩이는 1개 법인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오늘 이사님이 본부로 가시는 날이라 비빔밥에 가서 로컬 직원까지 다함께 밥을 먹었다. 드물게 저녁 회식 할 때도 본인이 좋아하는 곳에 가 주는데, 자꾸 음식 가지고 까다롭게 하니 피곤한 와중에 나도 서운하였다.

 

친구가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라 함께 왓츠러닝에 가서 밥을 먹고, 마지막으로 골드핑거 마사지샵에 갔다. 사장 언니들을 끝끝내 못 보고 가네 했는데 웬일로 한 명이 나와 있었다. 친구는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니 다들 아쉬워했다. 하긴 우리 얼굴을 외울 정도로 단골이었는데. 나도 많이 아쉽다.

 

 

2023.05.06. 토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친구는 새벽 세시에 집에서 나갔다. 분명히 밖에까지 나가 배웅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꿈같아서 멍했다.

 

오후에는 회사로 갔다. 예기치 않게 목돈이 생겨서 어떻게 굴릴까, 동생에게 못 준 축의금은 얼마로 할까 고민하느라 두 시간이나 쓰고, 이후 가장 만만한 작은 법인 분기 마감부터 시작했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무아지경으로 하다 보니 열두시가 넘었다. 얼마 전에 먹은 냉동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테스코에서 사가려는데 12시~12시30분 사이에는 정산 때문에 계산대를 열어 주지 않았다. 졸지에 꼼짝없이 매장에 갇혀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몹시 피곤했다. 

 

 

2023.05.07.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이마트에서 뭘 사가면 좋냐고 해서 비몽사몽 중에 없다고 대답했다. 백순대와 엽떡 밀키트, 그리고 도수 넣은 선글라스만 가져오면 된다.

 

어제 자정이 다 되어 퇴근했기 때문에 늦게까지 자다가, 오랜만에 친한 동생과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하고 회사에 나왔다. 평소에 늘 하는 일과 다르게 재무제표 보고하는 것은 나도 두뇌 풀가동이 필요한 일이라, 꼭 중간에 '난 머리가 나쁜가봐' 하고 머리를 감싸쥐는 과정이 포함된다.

 

일기를 한동안 안 썼다고 생각을 했는데 벌써 한 달만의 업로드다. 밀린 일기를 쓰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는 꼭 일주일에 한 편은 올려야지. 애드센스로 고생을 너무 해서 블로그를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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