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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17 (20230327~2023040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7 (20230327~20230402)

여해® 2023. 4. 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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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월요일
부다페스트, 강풍
 
겨울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전날 비 때문인지 공기도 아주 찼다. 한국에서 오래 휴가를 보내고 오는 친구를 데리러 공항에 가는데 신호등이 떨어질까봐 (비유가 아니라 정말 그럴 수 있을 거 같은 헝가리) 걱정될 정도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데, 하필 이 날씨에 나풀대는 반팔 원피스를 입어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주유소 직원이 그걸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서 창피했다. 
 


친구가 데리러온 보답으로 밥을 사주겠다 하여 진도 식당에 가서 곱창 전골을 먹었다. 한국에서 위를 늘려왔어야지 오히려 양이 줄어서 다 못먹겠다는 친구 덕에 또 과식했다. 친구에게 부탁했던 이순신 장군 피규어를 받았다. 생각보다 가볍고 덜 정교하지만 머리맡에 두었다. 
 
 
 
2023.03.28. 화요일
부다페스트, 강풍과 눈
 
전날 추위가 충격적이라 아침에 기온부터 확인을 했는데 0도여서 고장이 난 줄 알았다. 저번 주만 해도 반팔을 입어도 더웠는데 어떻게 날씨가 이럴까. 한국처럼 여기도 꽃샘추위같은 게 있나보다. 바람이 너무 불어 부다성에 벚꽃이 다 피기도 전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점심부터는 눈이 왔다.
 
어쩌다보니 7시까지 야근을 했는데, 가끔은 마감이라든지 회계라든지 이런 걸 나만 하는 것 같아서 외로운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하면 각자에게 본인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갖게 할 수 있을까. 팀장은 정말 쉽지 않고, 언제적 얘기냐만 대리 시절이 좋았다... 주어진 일 충실히 하면 됐던.
 


같이 기다려주고 도와준 대리님이랑 같이 웨스트엔드에 있는 TGI Friday에 갔다. 립과 파스타를 먹었는데 맛있었고 논알콜 맥주도 있어서 기분 내고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회사는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이런 얘기들도 하고, 또 이제 곧 본부로 돌아가는 대리님과 아쉬운 추억팔이도 하고. 즐거웠다.
 
 
 
2023.03.29.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겨울같던 날씨가 다 걷히고 이젠 또 봄이다. 아침에 일이 있어 늦게 출근했는데, 그게 뭐라고 컨디션은 최상이고, 메일은 한가득이었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생각만 했던 일을 질러봤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응답이 와서 기뻤다. 이게 뭐라고 회사에 한결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기분이 되었다.
 
야근을 하다보니 치킨 생각이 나서 포장해다가 우리집에서 출장자 대리님과 함께 먹었다. 아주 충격적인 말을 들었는데, 내가 건강하게 안 먹어서 너무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3주 동안 날 지켜봤는데 너무 건강하지 않은 패턴으로 드시는 거 같다고......... 천사같은 대리님이 망설이다가 하는 말이라서 더 충격받았다. 심하다고 스스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2023.03.30.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출장자 대리님과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는 날이라서 마리나 파트 요트 클럽에 또 갔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통유리 건물만 보면 이제 공포스럽다. 리조또를 먹었는데 시고 짰다.
 
저녁에 오랜만에 회사 옆에서 마사지를 받고 퇴근했다.
 
 
 
 
2023.03.31. 금요일
부다페스트, 흐리다 비옴
 
대리님을 공항에 바래다 주는데 사실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었지만, 돌아와서 텅 빈 사무실 자리를 보니 마음이 좀 이상했다. 앞으로 영영 비어있고 누가 안 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그랬다. 떠날 사람한테 정을 많이 주기 싫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사람 마음이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늘은 조성진 공연이 있는 날.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같은 공연 보러 가는 사람들이 나까지 네 명이라 차로 같이 움직였다. 공연장 주변이 황량하고 아무 것도 없어서 대충 길건너에 있는 허름한 터키식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나름 괜찮았다.
 
운이 좋아서 이번에 다섯번째로 보는 거였는데, 마지막으로 본 게 코로나 직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무대 들어서는데 (나혼자) 얼마나 반가운지. 조성진 씨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까. 한국에서만 보다가 이역만리 부다페스트에서 보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옛날 클래식이 아니라 정말 신선하고 내가 봤던 공연 중에는 가장 과감하고 난해한 곡을 쳐서 즐거웠다. 인터미션 때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내가 다 민망했다. 하지만 확실히 조성진 무대 이후에는 나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집에 갈 때는 비가 내렸다.
 
 
 
2023.04.01. 토요일
부다페스트, 날씨 모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친구와 다섯시간 통화했다.
 
 
 
 
2023.04.02.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다가 소나기
 


친구와 시내에 나가서 WHAT'S RUNNING 핫팟을 먹었다. 슬로바키아산 샤도네이를 시켜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배가 터지게 먹고 나왔는데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친구가 또 안 춥냐고 해서 (회사에서도 매일 듣는 소리) 겉치레용으로 COS에서 세일하는 남성용 가디건을 샀다.
 


저녁에는 내추럴와인을 먹어보려고 DOBOS라는 곳에 갔는데.... 아. 내추럴와인은 너무 어렵다 정말. 와이너리 설명을 보니 근본없어 보여서 술맛이 더 떨어졌다. 할 수 없이 디캔터에 넣고 미친듯이 휘저었더니 그나마 먹을만했다.
 
오랜만에 Gold finger 마사지샵에 갔다. 받고나니 종아리가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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