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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18 (20230403~20230409)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18 (20230403~20230409)

여해® 2023. 4. 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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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출장 왔던 대리님의 건강하게 먹어달라는 간곡한 말이 자꾸 떠올라서 샐러드를 샀다. 전날 또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약간 속죄하는 기분으로.
 
필라테스에서 드디어 팔다리가 후달거리기 시작했다. 강도가 높아진 걸까, 아니면 내 근육이 사라진 걸까. 이젠 진짜 무슨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 같아서는 두 번 하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도무지 안 될 것 같다.
 
필라테스 끝나고 나오니 친구가 야근하다 열받은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집에서 먹자 하고 리들에서 통삼겹, 통마늘을 샀다. 삼겹살은 맛있었는데, 지난 번에 내추럴와인 바에서 시음하고 맛있어서 사왔던 사찌 와인이 무슨 폭탄처럼 터져버렸다. 반병 정도 뿜어져 나왔는데, 그러고도 한 30분을 안에서 지혼자 부글부글 하고 있던데... 실온에 오래 놔둬서 (그래봤자 일주일) 발효가 심하게 된 걸까? 아래 가라앉은 효모랑 섞여서 쓴맛이 많이 났다.
 
또 과식했지만 점심에 샐러드 먹었으니까 어느정도 상충이 되겠지.
 
 
 
2023.04.04.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맑지만 바람이 차다.
 
처음으로 마감다운 마감을 종용해 보았다. 타 팀 로컬직원들 반발이 거센 것이 느껴지지만 앞으로 이러고 살아야 하니 적응해야지.
 
점심시간에 2km 걷고 집에 와서 운동량을 더 채웠다. 건강하게 먹고 살려고 했는데 채소는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더부룩하다. 
 
 
 
 
2023.04.05.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오늘은 점심에 3km 가까이 걸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속이 더부룩하다.
 



친구한테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홍콩 식당에 드디어 가보았다. 새우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맥드라이브에서 커피를 시키는데, 디카페인 디카페인 소리를 지르니 밖에서 담배피우던 직원이 보다못해 다가와서 우리는 디카페인 없어, 라고 해서 놀라고 고마웠다. 왜 나는 있는줄 알았지?
 
친구를 열심히 설득해 봤지만, 집에 와서는 이내 후회되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는 친구 말이 맞는 것 같아서.
 
피곤하지만 저스트댄스, 팔 운동을 했다.  
 
 
 
2023.04.06. 목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번 주 내에 결정한다더니 결국 결심을 한 것이다. 마음이 하루종일 흐트러져 잡히질 않았다.
 
마사지 가기 전까지 회계법인이 준 원장을 보면서 2월치까지 정리했다. 하나만 하는데도 이렇게 몇 시간이 걸리는 것을, 법인 3개를 내가 이끌고 갈 능력과 체력과 인내심이 과연 충분한 걸까?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내 맘 같지 않고, 간단한 일도 내 뜻대로 안 되는데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언제쯤 나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애써 풀어놓은 몸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딱 활동링 채울 정도로만 운동을 했다.
 
 
 
 
2023.04.07.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눈뜨자마자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회사를 안 가니까 활동링도 안 채워지고, 겸사겸사(?) 한 시간 좀 넘게 걸어서 K-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많이도 샀다 싶었는데 2만포린트밖에 안 나왔다. 그냥 한식당 가면 이 정도 기본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아직도 물가니 남는 돈이니 이쪽 오고부터는 내가 뭘 얼마나 소비하고 사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오랜만에 가계부 어플을 켜서 세팅을 해봤다. 그러는 김에 정말 엄청 오랜만에 주식....어플도 열어보고. 아,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셨습니까.
 
 
 
2023.04.08. 토요일
부다페스트, 비
 
어제까지는 그렇게 맑더니 차를 끌고 나오니까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집 근처 Shell 주유소에 가서 전용 카드를 써봤는데, 핀코드를 입력하라 해서 엄청 당황했다. 임원분께도 쓰시라고 드렸는데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너무 휴일 한창때라 그만 두었다.
 


와이너리는 아주 즐겁고 유익했다. 무엇보다 부모님한테 물려받았다는 그 넓은 땅이 참 부러웠다.
 
돌아와서는 또 운동을 했는데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냥 퍼져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내게 충격적 발언 (과장님 건강하게 좀 드셔야 할 거 같아요...) 했던 대리님에게 얼마나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자랑을 했다. 나름 여기 명절이라고, 다들 북적북적 있는데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아 살짝 마음이 그랬다. 거주증, 그놈의 거주증 이제는 진짜 나올 때가 됐는데... 부활절 전에 나오리라고 기대도 안 했었지만. 
 
 
 
2023.04.09.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예전에 닌텐도에 받아놨었던 병원 운영 게임을 하다가 세상에.. 저녁 8시가 되어버렸다. 정말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누워서 그것만 했다.



샤워를 간단히 하고 이번에는 이슈트반 성당까지 한 시간 사십 분을 걸었다. 가는 길에 강가에서 파티하는 것도 보고,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불 켜진 것도 보고.
 



WHAT'S RUNNING에 열 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난 이제 직원들 얼굴 다 외웠다. 오늘은 왜 혼자 왔나 궁금하려나. 이젠 진짜 친구없이 혼자 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혼자 다니는 거 뭐 아무렇지 않지만, 그래도 있다가 없는 건 정말 다르니까. 와인을 딱 두 잔 마셨고, 익힌 채소를 많이 먹었다. 마지막에 면은 하나만 넣을걸 그랬다.
 
돌아오는 길이 어두컴컴해서 조금 무서웠다. 강가를 따라 걷다가 두나 아레나부터는 밝은 데로 나와서 걸었다. 오는 길이 어쩐지 더 금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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