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27 (20250929-20251005) 본문
2025.09.29. 월요일
에쉬본, 맑음
회사 마치고 서울다방에서 간단히 밥을 먹었다. 집에 와서 페더바이저를 마셨다. 헝가리에서 먹어본 must하고 비슷한데, 맛있었다. 햇와인은 와인생산국이라면 어느 나라에나 있는 모양이다.
2025.09.30. 화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에 갈비를 구워서 도시락을 싸갔다. 회사 사람들하고 나눠먹었는데 즐거웠다.
저녁에 하이데크룩에 갔다. 괜히 와인갖고 입 털어서 상무님 앞에서 기만 죽었다. 그래도 쌩떼밀리옹 그랑크뤼, 루체 등 좋은 와인을 마시고 고기도 맛있게 먹었다.
2025.10.01. 수요일
에쉬본, 맑음
아침부터 기분이 엉망이었다. 칭찬과 비난이 극단적인 날이었다. 솔직히 욕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난 칭찬도 듣기가 힘들다. 상대가 하는 칭찬이 납득이 안 되고 내게 부담으로 다가올 거란 생각 때문이다. 차라리 욕을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변태인 탓일까.
저녁에 너무 일이 몰리고 숨쉬기가 어려운 기분에 화장실에 가다 말고 회의실에 숨어서 울었다. 이렇게까지 몰리면 나는 오래 못 버틸 것이다. 집에도 울면서 걸어왔다. 뭐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2025.10.02. 목요일
에쉬본, 맑음
마감날인데 오히려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편했다. 조장님이 날 답답해하는 거 같다. 이해한다. 나도 내 자신이 답답하니까.
점심에는 다같이 컵밥을 먹고, 저녁에는 모두들 평소 마감보다 일찍 퇴근했다. 팀원이 날 집에 데려다주겠대서 덕분에 얻어타고 왔다. 오자마자 누워서 주식계좌만 봤다. 뭘 사고 팔 것도 아니면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일이라 그런 것 같다.
우버이츠를 보니 하이데크룩이 배달 가능한 곳으로 들어와있다. 그렇게 먹고싶던 알탕… 시켜볼까 하다가 힘들게 번 돈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접었다.
2025.10.03. 금요일
에쉬본, 비
집에만 있었다. 알탕을 사주겠다고 해서 배달을 시켜서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단짠은 끊을 수 없는 굴레라더니 호떡이 너무 먹고 싶어서 유일하게 문 여는 슈퍼가 있는 슈발박까지 걸어갔다.

호떡 믹스를 사고 뻥튀기, 아이스크림도 샀다.

살짝 과발효 돼서 빵 식감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 번에 엉망으로 만든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평화로웠다. 두 조각 먹고 나머지는 남겨두었다.

Nachttisch를 뜯어서 조립했는데 흠이 아주 크게 있었다. 진짜 지겹다. 6월에 시킨 배송이 이제 온 것이고, 배송도 지들 멋대로고… 너무 너무 지겹다.
2025.10.04. 토요일
에쉬본, 비
하루종일 집에 누워있었다. 약속 있는 시간까지 비가 계곡 내리쳤다. 비가 와서 그런가. 아니면 벌써 토요일이라서 그런가. 되는 게 하나도 없단 생각과 씻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내 자신이 정말 고장이 나버린 것 같아서 울었다.


약속으로 일식집에 갔는데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본 곳 중 가장 일본 현지와 비슷하게 하는 집이란 생각이 든다. 막걸리와 비슷한 사케가 특이하고 좋았고. 스시도 신선했다. 그러나 거의 오마카세 가는 급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자제해야겠다.
2025.10.05. 일요일
에쉬본, 흐림
집에 하루종일 있었다. 심즈4 확장팩이 세일하길래 뭘 해볼까 하다가 대잇기 플레이를 해보기로 했다. 미혼모를 만들고 혼외자식을 계속 낳게 하고. 게임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내 인생도 누가 마우스로 클릭클릭 하면서 재미로 즐기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든다.
예전엔 이런 생각이 터무니없기는 해도 무섭기까지 했는데, 이젠 차라리 그렇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 맡겨놓고 그냥 믿는 구석이 있는 거지. 내 결정, 내 선택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종교를 갖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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