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24 (20250908-20250914) 본문
2025.09.08. 월요일
에쉬본, 비
첫사랑 생일이다. 날짜 보자마자 떠오르는 거 보면 정말 습관이 무섭다. 어릴 때 외운 번호나 날짜는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내 번호나 내 생일은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열은 많이 내렸는데 아직 목이 잠겼다. 그다지 아픈 티를 낸 것도 아닌데, 출근도 잘했는데 아프다는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 건지 모르겠다.
금요일에 일찍 마치고 간 걸 커버하느라 좀 늦게 한다 싶었는데 정신 들고 보니 9시 30분… 집에 들어가 씻고 누워 카톡만 했는데 자정.
2025.09.09. 화요일
에쉬본, 비

아침에 급 잡힌 회의 때문에 부랴부랴 왔는데 미뤄졌다. 그래도 급한 와중에 맥도날드에서 아침은 샀다. 그런데 아침부터 회사에 무슨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아침부터 머그컵을 하나 깼더니 불길한 징조가 맞았나보다. 아침에 진짜 때려치고 싶은 걸 꾹 참고 점심 먹고 오니 귀신같이 또 차분해졌다.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려 공기가 축축하다. 이제 정말 8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하고,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깜깜하다.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얼마나 길까.
친구가 집을 팔았다고 자랑을 하는데 정말 하나도 배가 아프지 않아 신기할 정도다. 다만 회사에서 이게 뭐하는 건가 라는 현타는 와서 조금 툴툴거렸는데 상사가 밥만 먹고 가라고 중화루에서 짜장면을 사줬다. 한국에 안 가셨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속내를 꺼내봤는데, 씨알도 안 먹히는 듯했다. 명함은 언제 팔 수 있냐 하니 수습기간 얘길 또 농담처럼 해서, A4용지에 프린트하고 잘라서 쓰겠다고 했다.
올해가 지나면 어쩌려나. 퇴근 후에 목욕하면서 독일어 공부를 했다.
2025.09.10. 수요일
에쉬본, 비
회사 사람들이 점점 좋아진다. 혼자만의 애정일지도 모른다.
퇴근하고 수건을 모아 세탁했다. 삼겹살을 먹었다. 문득, 베리가 보고싶다. 베리가 보고싶을 때 같이 들어오는 불길한 예감은.. 노견과 함께인 인간의 숙명인 걸까.
시간이 신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시간은 병을 낫게 하고, 병을 깊게 하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며, 길수록 상처를 몇 곱절로 깊게 하기도 하고. 생명을 태어나게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2025.09.11. 목요일
에쉬본, 비
아침에 창피한 회의를 했다. 눈앞이 막막하다.
점심에 중화루에서 짬뽕밥을 먹었다. 회사 사람들이 점점 좋다. 저녁에는 막창을 먹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찾기를 했지만 나랑 결이 비슷한 사람이 이 회사에 한 명도 없다는 결론에 슬퍼졌다. 도대체 내 결은 뭐란 말인가.
집에 와서 목욕을 했다. 요즘 목욕하면서 헤어팩 하는 게 낙이다. 아침에는 에센스를 바르고. 이런 사소한 일이 일상의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2025.09.12. 금요일
에쉬본, 맑음
점심에 이사님을 만났다. 퇴사 과정에서 서로 서운하고 오해했던 기억은 뒤로 두고, 앞으로 그래도 안부라도 전하며 살기로 했다. 갈비탕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구찾기를 해서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친구라곤 두 명뿐인데 둘 다 바쁘기도 하고 인맥을 좀 넓혀보고 싶었고. 너무 좋은 분이라서 다행이다. 라멘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2차는 나이브에 갔다.
2025.09.13. 토요일
에쉬본, 비
집에 하루종일 있었다.
2025.09.14. 일요일
에쉬본, 맑음

금요일에 만났던 분과 또 만나서 또 라멘집에 갔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역대급으로 맛있었다.

2차로는 대낮이지만 와인바에 갔다. 독일 피노누아가 꽤나 괜찮아서 한 병 테이크아웃으로 사왔다.
집 오는 길에 급 화장실 신호가 와서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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