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21 (20250818-20250824)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121 (20250818-20250824)

여해® 2025. 8. 25. 18:20
728x90
반응형



2025.08.18. 월요일
에쉬본, 맑음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나가서 모모롤에 갔다. 얼마나 맛있는지 미친듯이 흡입했다.

케익을 사러 간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셰이크를 시켜 먹었다. 케익이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작아서 당황했다.

Foot locker에서 아식스 신발을 샀다.


크리프텔까지 에스반을 타고 막창을 먹으러 갔다. 볶음밥에 번데기탕까지 시켰다. 소주를 많이 마셨고 취했다.


2025.08.19. 화요일
에쉬본, 맑음

공항에 배웅을 다녀왔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괜히 헤매다가 모모롤에 갔다.

볕이 잘 드는 우리집.

저녁에 잠깐 켜본 노트북에 일이 그득했다.


2025.08.20. 수요일
에쉬본, 맑음

새 신발을 신고 나갔다. 발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 신기했다. 새 신발에는 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곤 했는데.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에는 생각보다 아무 일이 없고, 아무도 날 애타게 찾지 않고. 그럼 날 짓누르는 그건 뭐였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 멍하다. 일찍 퇴근했다.


2025.08.21. 목요일
에쉬본, 맑음

월급날이다. 괜히 마음이 풍족해졌다가 또 바람빠지듯 그렇다.

인턴들이 떠나는 날이다. 배웅 나간다고 서있었다. 옆팀 분이 신발 새로 샀냐고 아는 체를 해주었다. 알게 모르게 다들 보고 있구나 싶어, 좀 사람답게 하고 다녀야 하나 생각했다. 나도 그분의 목걸이가 내 것보다 알이 큰 것을 알고 있다.

퇴근 후 약속이 있어 west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에스반이 끊겨 버스를 탔다. 그러고보니 저번주 일요일에도 이랬었지. 뢰델하임에서 한없이 우버를 기다렸던 기억이.

그 동네에서 사온 유부초밥, 김밥이 너무 맛없어 겨우 먹었다.

거짓말처럼 하루 아침에 가을 날씨가 되었다. 그렇게 덥더니. 이제 올해 여름은 다시 없을 것이다. 비 소식도 없이 최고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니.



2025.08.22. 금요일
에쉬본, 맑음

임원이 복귀했고 다시 마음이 옥죄여온다. 그래도 나한테 이것저것 시키고 채찍질 하는 사람이라 고맙다고 생각하려 한다. 이마저도 없었으면 나는 무소속감, 자괴감에 도망쳤을 것 같다.

저녁 약속은 다섯시였는데 이래저래 늦어져, 여섯시 되어서야 회사를 나섰다. 훠궈를 먹으면서 동료의 고충을 듣고 나도 몇 가지 하소연을 했다. 나는 뭘 하려 하는 걸까. 이렇게 어린 사람도 뭘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데.

동네에 내리자마자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 하늘을 보았더니, 폭죽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게 왜 그리도 좋은지. 하기야, 누구든 좋아하겠지. 예쁘고 화려하고 금방 사라지고 마니까.


2025.08.23. 토요일
에쉬본, 흐림

어깨가 빠지도록 옆으로 누워 늦잠을 잤다. 14시간 정도 잔 것 같다. 30대 되고 나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차 적응이나 어떤 사유도 없이 이렇게 늦잠을 자본 것 같다. 오늘은 회사에 가려 했는데 정말 그러면 돌아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중화루까지 걸어가 중화냉면을 먹었다. 여전히 맛있다. 그런데 예전만큼 국물까지 먹히질 않는다. 추워서 그런가. 원래는 여기에 탕수육도 먹곤 했는데. 저녁에는 자스민티가 나오지 않고 금액이 조금씩 더 비싸다. 가족 단위로 많이들 오는 식당이다. 그 사이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조금 더 추운 느낌이 들었다.

슈발박, 에쉬본은 바로 옆동네면서 분위기가 비슷한듯 다르다. 정원 꾸며놓은 것, 동네 사람 모여 파티하는 것, 한눈에도 부잣집인 창가에 고양이가 그림처럼 앉아있는 것을 하나하나 보면서 걸었다.

언젠가는 아무 걱정도 불안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종종 숨이 막힌다.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니. 정확히는 언제까지 사회의 어느 자리, 무엇에라도 쓸모가 있는 사람일지. 난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2025.08.24. 일요일
에쉬본, 맑음

잠이 올 것 같지 않더니 또 10시간을 잤다. 내 평소 루틴이 있는데 이 정도 수면시간은 정상은 아니다. 잠으로라도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글을 써보려다가 잘 되지 않아 일기를 쓰러왔다. 내 얘기면서 내 얘기가 아닌 글은 잘 써지질 않는다. 정말로, 정말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새 내년이면 내가 정한 마지노선이다. 그 나이가 지나면 나는 이 꿈은 내려놓기로 했다. 그치만 뭐라도 해봤나. 완성한 글이 단 한 편도 없다. 매일 말로만. 말로만.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나는 뭐 대단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꿈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꿈이 아니라 허세였나. 뭐라도 추구한다는 그런. 아니면 두려운가. 처참하게 탈락하고 실패하는 일들이.

에쉬본 문화센터 같은 건지 여러 코스가 있는 팜플렛을 뒤적이다가 위스키 테이스팅 코스를 보고 등록 직전까지 고민했다. 날짜를 보니 11월, 1월. 너무 멀다. 내가 그때 뭘하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 출장이 있을 수도 있고 주말에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1년 뒤 콘서트를 잘도 예약하곤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불안정하다. 당장 다음주정도만 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 회사에 갔다가 열쇠를 집안에 두고 나온 걸 발견했다. 여기는 문이 닫히는 순간 저절로 잠긴다.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 아…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열쇠를 빌리고, 아마존에서 복도 어딘가에 열쇠를 둘 작은 금고를 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