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헝가리 에게르, 미녀의 계곡, 공주님 방 같았던 숙소 Erla Villa 본문
매일 기본 아홉시~열시까지 일하다 보니 정신이 갈리는 느낌이 든다.
반강제로 일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으려 금요일에 급 숙소 예약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떠났다.
에게르 숙소로 택한 곳은 Erla Villa. 사실 아무 기대없이 적당히 깨끗하면 됐다 하고 100유로 조금 넘는 가격에 예약했는데 결과는 대만족.
공주님 방 같은 인테리어도 마음에 든다. 7080 부잣집 느낌(그 시대에 살아본 적도, 부자였던 적도 없지만)이 난다.
6년째 주차 초보인 나에겐 주차가 조금 불편하고 예약페이지에는 공지 되어있지 않았던 스파시설 공사가 흠이었다. 다음에 마사지, 배쓰 미리 예약하고 다시 올 마음이 있다.
체크인하고 미녀의 계곡까지 슬슬 걸어가 보았다.
어디서나 날 안심시켜주는 맥도날드.
레귤러 커피가 없어서 당황했는데 long black 메뉴를 찾았다. 숏 사이즈를 들고 걷는데 왠지 유럽같다. 언제나 유럽 맞는데, 아무튼 유럽 느낌.
20분쯤 걸어 미녀의 계곡 초입에 도착했다.
진짜 계곡은 아니고, 와인셀러가 모여있는 마을인데 왜 미녀의 계곡인지 어원은 알 수가 없다. 해외 블로그를 읽어보면 200개에 달하는 와인 셀러가 있다는데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던데.
사진으로 보니 황량하다. 실제로도 조금 황량한데 겨울이라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았다.
처음 방문한 와인셀러. 드라이 와인을 추천받고 싶다고 하니 비카베르(Bikavér)를 먼저 시음시켜준다.
산도가 높은 편이고 썩 고급스러운 풍미는 아니라 까베르네 소비뇽을 샀다. 가격대비 나쁘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편도 아니어서 30분 걸어온 게 조금 허탈해지려는 순간이었다.
약간 실험실같았던 다음 와인셀러. 풍미가 되게 독특했는데, 신의 물방울 대사처럼 멋드러지게 표현해보고 싶지만 모르겠다. 글 쓰는 지금은 기억도 안 난다.
특이한 점은 플라스틱 병에 담아서도 판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한 병씩 통째로 샀다.
가장 많은 와인을 샀던 마지막 셀러.
가장 많이 산 이유는 아마도 연속된 시음에 슬슬 취하기도 하고, 혀가 둔해지기도 해서. 또 주인 할머니가 적극 영업을 하셔서.
맛이 그냥 제일 튀지 않고 괜찮았다.
마찬가지로 비카베르, 2012년 빈티지를 꺼내주었는데 바가지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내가 10년 전에 뭐했더라... 갑자기 추억에 잠기면서 그냥 사버렸다. 바가지라 하기에도 민망한 금액이다. 4,500포린트.
와인 마을까지 왔는데 앉아서 안 먹고 갈 수야 없지. 한 잔 새로운 걸 달라고 하니 멀롯을 따라주었다. 웬일인지 이게 제일 맛있어서 세 병을 사고... 총 7병. 들고 갈 수가 없어서 내일 차를 끌고 다시 오겠다 하고 박스째로 맡겨버렸다.
렌즈를 안 닦아서 빛번짐이 심한데, 마사지 가게다. 압도 약하고 내가 자는줄 알았는지 굉장히.... 딴짓을 많이 하였지만 팁은 주었다.
돌아와서 숙소 식당에 갔다. 숙소값에 석식이 포함이라 부페식이겠지 하고 갔는데 저렇게 제대로(?) 세팅이 되어있었다.
나름 선택지도 있고. 음료는 별도 구매라 물 한 병, 글래스 와인을 시켰다.
Bachelor soup이 도대체 뭔지 들어있는 고기가 순대에 나오는 간 같은 식감이라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정체불명이고 아주 짰지만 그래도 먹을만 해서 반은 먹었다.
풀드포크는 그럭저럭 평범한 맛. 샐러드에 오이가 있어서 손도 대지 않았다.
평범하고 맛있었던 디저트.
에게르 시내 나가서 먹는 것도 이거랑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잘 먹었다.
방이 예쁘지만 그냥 불을 다 끄고 일찍 누웠다. 미녀의 계곡 다녀오느라 만보 넘게 걸었더니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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