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87 (20241216-20241222)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87 (20241216-20241222)

여해® 2024. 12. 2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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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월요일
밀라노->부다페스트, 흐림
 
새벽 여섯 시, 세 시간만에 눈을 떴을 때 연차를 써야 하나 생각했다. 아, 나 연차 없었지. 잘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 자고 나왔다. 회사에 있는 내내 앓는 소리가 났다. 신입이 맥모닝을 사다 주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헛소리를 마구 했는데 그게 마침 신입한테 실제 있던 일이래서 재미있었다. 피곤할 때면 자꾸 신내림 받은 사람처럼 남의 별의 별걸 맞히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드디어 회사에서 졸려보나 했는데 아침부터 정신이 번쩍 드는 소식이 몇 개 있었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깨어있고.. 점심에는 쌀국수를 많이 먹었다.
 
저녁 약속 있는 것을 또 완전히 잊고 있다가... (이럴 거면 점심 굶을걸..) 부랴부랴 가기로 했던 식당을 보니 월요일 휴무. 부다케이로 장소를 바꾸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인종차별인지 정신병인지 모를 운전자 때문에 속이 다 뒤집어지고 말았다. 안 그래도 피곤해서 겨우겨우 차리고 있던 정신이 후르륵 풀어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두세시간 있으니 사고를 당한 것처럼 뒷목이 아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 들 줄 알았으나 자정이 되도록 잠들지 못했다.
 
 
 
 
2024.12.17.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춥고,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야근을 했고 집에 걸어갔다. 9시 되기도 전에 누웠지만 잠은 11시가 넘어서야 왔다. 아마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슬슬 연말 마감이 걱정되어서다.
 
 
 
2024.12.18.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친구가 우리 회사 뒷담화(?)가 담긴 동종업계 단톡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 저기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로 명성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웃기기도 하고.
 
오늘 꼬박 8시간 풀집중하면 목표한 양을 다 끝낼 수 있을까. 
 
 
 
2024.12.19.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야근을 조금 했고, 갈비탕을 사다 먹었다. 주차장 내 자리에 다른 차가 떡하니 들어앉아 있어, 길거리 주차 자리를 헤매 다녔다. 
 
 
2024.12.20.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이틀 뒤 생일인 걸 어떻게 알고 축하를 받았다. 물어보니까 내가 네이버에서 오늘의 운세를 자꾸 캡쳐해서 보내서 그랬나보다. 케익이 정말 맛있었다. 친구가 폴란드에서 넘어왔다.

곱창 구이를 먹고 2차는 우리집에서 했다.
 
 
2024.12.21. 토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점심에 쌀국수 먹으러 Quan Non 다녀온 것 빼고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진짜 종일 친구와 유튜브를 봤다. 먹고 앉아있기만 했다.
 
 
2024.12.22. 일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친구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면서 맥머핀을 사다 먹었다. 누워 있다가 그래도 이러면 안 되지 싶어, 일어나서 삐앙 비스트로에 다녀 왔다. 단무지 빼달라고 했고, 엑스트라 누들도 추가했는데 그 어떤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외에 있다보니 선물은 전부 계좌이체로 들어온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다. 돈이란 건 추억도 없이 출처도 없이 어딘가로 녹아들어가거나 사라져버리니까. 그래서 이번엔 내가 잘 들여다보지 않는 증권사에 차곡차곡 달러, 금으로 보관하여 꼬리표를 남기기로 했다.
 
친구네 강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다. 오래 살 줄 알았는데.. 남일이 아니고,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고..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친구한테 차마 연락을 못했다.


괜히 우울해져 겨우겨우 데악페렌츠까지 걸어갔다가 두나플라자에 가서 멀티탭을 샀다. 너무 비싸서 이게 뭐라고 엄청 망설이다가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고 사기로 했다. 케익이라도 살까 기웃대다가 그냥 집에 돌아왔다. 일찍 누웠다.
 
내가 태어난 날, 연말, 크리스마스, 내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추위, 이런 것들 때문에 겨울이 좋았는데 갈수록 싫어진다. 즐거움보다 기억해야할 죽음이 더 많아진다.
 
남태령에선 사람들이 밤새 힘겹게 서로를 지탱하는데 예정대로 진행되는 시상식같은 거..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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