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89 (20241230-20250105)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89 (20241230-20250105)

여해® 2025. 1. 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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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눈이 조금 쌓여있었다.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길, 거리가 텅 비어있었다. 우리만 출근하나 보다.
 
회사에 놔둔 치즈케익 먹을 생각으로 겨우겨우 나왔건만, 한 조각 책상에 갖다 놓고 진짜 오랜만에 갑자기 혈당이 재보고 싶어 재봤더니......... 6개월 전에 식후에나 나왔던 혈당이 나왔다. 나름 전날 계란만 먹고 잤는데 이건 너무 충격.. 당뇨 판정과 겨우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결과에 충격받고 당화혈색소 HbA1C 검사를 찾아 예약했다. SYNLAB이라고 온라인 예약 (나에겐 매우 중요..)이 가능하고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오는 곳이 있었다.
 
저녁은 군델에 갔는데 헝가리 입국한 초반에 갔던 그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음악 소리가 귀를 찌르고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가격.. 좋아하던 곳인데 아쉽게 됐다. 
 
너무 춥고 축축해서 그냥 들어가려다 집 앞 공원에서 30분 정도 빠르게 걷고 들어갔다.
 
 
2024.12.31. 화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비
 


당화혈색소 검사를 하러 간 SYNLAB은 우리집과 겨우 한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나이 지긋한 베테랑으로 보이는 간호사분과 언어 문제로 거의 소통을 못했으나 손짓발짓 해가며 어떻게든 해냈다. 채혈은 아주 수월했다. 내 핏줄은 한 번에 못 찾는 확률이 90%인데 어딘가 믿음이 가더라니 정확하게 한 방에 끝냈다. 최근 몇 주 동안 나 혹시 당뇨 아닐까 하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은근한 고통을 받고 있던지라 오히려 검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와보니 맥도날드 앞이기에... 맥모닝을 포장해서 회사로 갔다.
 
내 생일마다 셀프 선물로 정말 소액.. 보육원에 기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올해는 어디에 할까 고민하다가 늦었다. 올해도 그냥 똑같은 곳에 보내게 되었다.

당화혈색소 결과가 금방 나왔다. 결과는 완전히 정상. 그런데 염증 수치가 안 좋게 나와 걱정이 더해졌다.


텅 빈 사무실에 나와 신입만 일하다가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강식당에 갔다. 원래 갈비탕을 먹으려고 했는데 삼겹살을 먹게 됐다. 헝가리는 새해에 돼지고기를 먹으면 복이 온다고 믿는대나. 그래서인지 현지인도 많았다.



2025.01.01. 수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안개

새해 첫날이지만 여느 주말처럼 보냈다. 어쩌다 보니 종일 굶어 그냥 이렇게 된 김에 단식하기로 했다.



2025.01.02.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리고 안개

종일 바빴다. spar에서 장을 봐와 집에 와서 누웠다가 옆집인지 윗집인지 개 짖는 소리에 힘들어 그냥 나가서 뛰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꼈다.

자기 전에 단종과 관련된 고전 시가를 하나 읽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간밤의 우던 여흘 슬퍼 우러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우러 보내도다. 져 물이 거스리 흐르고져 나도 우러 녜리라.


2025.01.03. 금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추가로 해야 하는 피검사 때문에 아침에 커피를 못 먹었고 짜증이 났다. 이 짜증이 업무에 번지게 하지 말아야지 안간힘을 썼다. 간호사가 핏줄을 못 찾아서 두 번 찔렸는데 너무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결국 베테랑 간호사가 와서 도와주었는데 너무 눈치를 봐서 민망했다. 내 혈관은 왜 이렇게 찾기 어렵게 생겼을까. 말랐을 땐 마른 대로 살찌면 찐 대로 문제인 것을 보니 그냥 혈관이 잘 숨는 것 같다.

퇴근 후에 열심히 밟아 공항에 도착했으나 또 지연... 이번엔 3시간 지연돼서 보상 좀 받아보려나 싶었는데 아예 캔슬이 되었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쓰기로 하고..



2024.01.04. 토요일
부다페스트->베를린, 맑음

대체 항공편은 제시간에 출발했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나니 저녁 7시. 진짜 저녁 먹으러 베를린 온 사람이 되었네. 상황이 우습고 재밌었다.

즉흥적으로 찾아 예약한 집인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는 저런 꼬치로는 배가 찰 일이 평생 없는데 후배가 배부르다고 해서 괜히 나도 그런 척 했다.

 

새벽 1시까지 놀았던 와인 바. 하루 저녁 논 것 같지 않게 정말 꽉 채워 잘 놀았다.

 



2024.01.05. 일요일
베를린->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눈 뜨고는 정말 여기가 어딘가 헷갈렸다. 취해서 겁도 없이 알람도 안 맞추고 잤다. 다행히 제시간에 일어나 바로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유산균 넣어 발효를 시도한 우유가 다 썩어있었다. 헛구역질이 나와서 밥은 그냥 두부 유부초밥 만들다가 서너 개 집어먹고 말았다. 입맛도 없고 피곤하고 해서 여섯 시부터 누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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