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055 (20240415~20240421)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55 (20240415~20240421)

여해® 2024. 4. 22. 03:09
728x90
반응형

 
 
2024.04.15. 월요일
부다페스트, 흐린 뒤 비
 
해가 쨍쨍 내리쬐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선선했다. 매일 이런 날씨면 좋을 텐데.
 
아빠한테 건강검진 결과 얘기를 했는데 걱정이 많았다. 혈당계를 사서 혈당부터 매일 체크해 보라는 말에 바로 alza에서 구입했다. 유전이니까.... 솔직히 관리한다고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진짜 유전이 발현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와닿는다.
 
아침에 예전에 인턴했던 회사 차장님께 (지금은 최소 부장은 되셨을 것 같지만..) 연락을 드렸다. 엄청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9월에 베를린에서 보자고 하여 바로 예매했다. 어릴 땐 그렇게 저도 해외출장 보내주세요 보내주세요 토롱거리곤 했는데, 내가 유럽에서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본부장님 돌아가신 때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뵙고, 연락만 간간히 드렸으니 반올림하면 거의 10년만에 보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계약직 자리에 사람을 두 번이나 추천하고 어떻게 잘 지내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염치 없어서 연락을 잘 못 드렸다. 사람 소개는 소개팅이든 회사든 뭐든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항공권 지원을 그만한다고 한다. 듣자마자 항공권 오를 것을 생각해 예매부터 하고 장난처럼 웃으면서 짜증난다 했는데 부가세 신고 때문에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회사가 더 어려워지려나. 아니면 괜찮아질까. 이란 이스라엘 전쟁으로 미국 주식도 박살이 나서 부가세 자료 마치고 보니 매수 문자가 우르르 와있었다. 비가 오는데 그냥 우산도 없이 걸었다. 이렇게 점점 유럽인처럼(?) 변해가는 건가. 집에 와서 씻고 누웠더니 12시. 당연히 뭘 먹을 시간이 아니고 그럴 컨디션도 아니었다. 7시간 뒤엔 또 출근해야 한다.
 
 
 
 
 
 
2024.04.16. 화요일
부다페스트, 비
 
배에 계속 가스가 차있어 소화제를 먹어도 어떻게 안 되고 그냥 뜬눈으로 2시까지 있었다. 6시 30분에 잠에서 깼고 여전히 불편했다. 한의원 가서 침 한 번만 맞으면, 아니면 누가 손 한 번 따주면 나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회사에 가서 앉아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집에 와서 눕기만 하면... 천상 노예 팔자인가.
 
꿈에 내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다 드러나는 내용이 나왔다. 우스웠다. 그러나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질 수 없는 일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 평생 비가 이렇게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햇빛이 없으니까 살 것 같다. 커피가 소화에 좋을 리가 없을 것 같아서 아침에 샷 두 개에 물 많이 탄 것을 먹고는 더 안 먹기로 했다. 4시간밖에 못 잤더니 멍하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저녁에 결국 메디커버 응급센터에 갔다. 말이 응급이지 분위기는 아주 편안하였다.
 
약을 처방해 주며 오늘 설사로 다 내보내자고 의사가 자신있게 말했는데 집에 와서 경건하게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먹어도 아무 차도가 없었다. 혹시 물을 적게 먹어 그런가 싶어 1.5리터를 한 번에 마셨더니 손끝이 찡할 정도로 이상했다.
 
 
 
 
2024.04.17. 수요일
부다페스트, 비
 
아침에 회의를 했다. 회사에 보건당국에서 불시에 위생 검사를 나왔단 얘기를... 한 달만에 이제야 전해 들었고, 지적사항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나서고 어쩌고 하면 다 내 책임이 되고 내 소관이 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외면 못하는 이 심정은 그냥 이정도면 병이다. 노예병.
 
소화 안 되는 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시 메디커버에 갔다. 전날 처방해 준 변비약은 먹을 필요가 없단다. 왜 의사 둘이 나를 두고 기싸움을 하는가. 항생제와 유산균을 처방 받아서 돌아왔다.
 


일기 쓰기도 부끄러운 게 이틀 굶었더니 또 눈이 돌아버려서..... 훠궈를 먹으러 갔다. 거기에 꿔바로우까지 먹었다.




직원이 아주 영업을 잘하는 게, 옆에 서서 뭘 뒤적 뒤적 거리더니 "우리 이거 있어, 먹을래?" 해서 보니까 꿔바로우 사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그렇게 사고 싶던 두부도 샀고.
 
 
 
2024.04.18.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아침에 화장실을 잘 갔다. 더 이상 화장실 얘긴 그만.

 

얼마전 산 혈당계, 혈압계가 도착해서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뜯어 보고 우리 팀, 옆팀 대리님 다 검사해 보았다. 혈당은 정상 범위이긴 해도 내가 제일 높아서 조금 억울했다.
 
회사에서 다른 팀 때문에 열받는 일이 있었다. 사실 열받는 것까지도 없었고 그냥... 한 번쯤 난리를 쳐줘야 또 일이 돌아가겠구나 싶은 심정으로 소리 좀 냈다. 음..... 예전에 여자 대표님이 막 왜 이것도 못하냐며 소리지르고 그러던 회사 다닐 때... 대표님 소리지르는 거 너무 싫어요.. 라고 했었는데 반성하게 된다. 그렇지만 치졸하게 본인 잘못을 회피하고 여기저기 폭탄 돌리기 하는 모양새를 보자니 실망스럽기 그지 없어서. 그런데 내가 뭐라고 그런 게 꼴보기 싫은가. 내가 뭐라고 남의 인성을 지적하는가. 그러나 확실히 일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맞아서 월요일에 회의를 하기로 했다. 할 말을 까먹지 않게 수첩에 적어 두었다. 나는 분명 하루만 지나도 누그러져 다 용서하고 잊을 테니까.
 
저녁에 약속이 있어 잠시 두나플라자에 가서 오랜만에 팟타이를 먹었다. 고수가 잔뜩 뿌려져 있어서 식겁하고 뺐다. 오늘 만난 분은 나보다 나이가 조금 어리고 취향이 잘 맞아 좋은 사이가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다른 지사에 있는 친구와 거의 한 시간을 통화했다. 업무적인 이야기도 물어보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 얘기하면서 껄껄 웃었다. 2022년만 해도 웃는 게 아니라 울며 통화했는데 이제 그냥 나도 다 해탈했나보다 싶고 감회가 새로웠다. 이야기 하다가 5월 18일에 체코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도 술을 끊고 있는데 친구도 줄이고 있다고 해서 딱 맞겠다 싶고 안심이 됐다. 9월에는 독일 전무님께 연락드려 같이 놀기로 했다.
 
감사 대응 자료를 작성하고 집에 오니 11시. 피곤한데.... 세종사이버대 중간고사일이다. 내일은 와인학교고... 이게 무슨 회사원인지 소믈리에인지(당연히 아님). 
 
그러고 보니 오늘 주식 한 번을 안 들여다 봤다. 농담도 못할 만큼 박살이 나니까 회피증이 도진다. 이럴 때 놓으면 다 놓는다. 절대 절대 정신 차려야지.
 
 
 
 

2024.04.19. 금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후배와 새벽 두 시까지 목이 쉬도록 깔깔대며 통화를 했고 내친 김에 세사대 중간고사도 쳤다. 생각보다 소설 작법 문제가.... 수업을 열심히 안 듣고는 알 수가 없는 수준 (소설의 첫 문장을 고르시오 등) 이어서 많이 난감했다.

 

결국 네 시간 자고 일어나서......


와인학교 첫날. 뉴거티 역에 내려서 맥도날드에 갔다. 뉴거티역 맥도날드는 공사중인지 푸드트럭 형태로 임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점심에는 해장(?)을 할 생각으로 진반점까지 걸어갔다.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한시간 겨우 맞춰서 학교로 돌아갔다.

와인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바로 누웠다. 회사 일이 어찌나 짜증나는지 간만에 꿈에 나오고 생리도 열흘이나 앞당겨 시작했다. 귀마개를 하고 푹 잤다.


2024.04.20. 토요일
부다페스트, 비

오늘쯤은 덥겠지 하고 나왔는데 덥기는 무슨.. 비가 왔다.


점심은 또 진반점에 갔다가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여 king pho에 갔다. 여전히 맛있다.

끝나고 시내에서 놀려고 했는데 체력도 안 되고 일단 너무 추워서 집으로 갔다. 저녁에 엽떡을 해먹고 누웠다. 카페에서 알게 된 분이 재즈 바에 가자고 하셨지만 너무 취하고 힘들어서 갈 수가 없었다.



2024.04.21.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학교보다는 회사가 나을 것 같다. 애초에 회사는 가기 싫은 적도 별로 없었다. 아침에 진짜 일어나기 싫어 미치는 줄 알았다.

 

점심으론 근처 구글 리뷰 평이 매우 좋은 EUR India 라는 곳에 갔다. 버터치킨이.. 굉장히 원조맛이 났다. 평이 왜 좋은진 알겠지만 흔한 맛이어도 크라운오브인디아가 더 내 입맛에 맞다.

 

 

 

저녁에는 공부 스트레스를 풀러 마라 곱창 국수를 먹으러 biang bisztro에 갔다. 그새 뭐 토핑이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충격인 건 국물에 단무지라니... 크게 맛을 해치진 않아서 따로 덜어내지 않고 먹었다.

 

수업에서 펜넬이며 그린벨페퍼(피망..?)며 채소, 과일류 노트가 나올 때마다 어리둥절해서 마트에 갔다. 펜넬은 못 찾았고 여러 과일 냄새와 피망 냄새를 맡아 보았다. 배 냄새를 모르는 것은 아닌데 오랜만에 다시 맡아보니 아, 뭔지 알 것 같았다. 펜넬 냄새가 정말 궁금하다. 내일 테스코 가봐야지. 토카이 와인을 살까 하다가 또 그냥.. 질려서.. 계란만 사왔다. 

 

집에 와서 빨래, 식세기를 돌리고 계란 6구짜리 사온 것을 모두 구웠다. 압력솥에 하면 얼마나 쫄깃하고 노른자는 크림처럼 부드럽고 맛있는지 모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