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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057 (20240429~20240505)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057 (20240429~20240505)

여해® 2024. 5.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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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덥다. 에어컨 문제로 실랑이가 있었다. 2주 연속 와인 학교 때문에 주말에 못 쉬기도 했고, 이런저런 일로 심신의 피로감이 무겁다.
 
점심에 테스코에서 늘 먹는(누가 보면 건강하게 먹는 줄 알겠지만 아님) 샐러드와 치즈케익 재료를 샀다. 블루베리가 생각보다 값이 나가서 세일을 하는데도 고민하다가 겨우 250g짜리 팩 하나를 사 왔는데, 신입이 500g짜리 팩을 사 와서 씻고 있었다. 웃으며 물어보니 가격도 안 보고 샀단다. 내가 왜 신입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사는지 정말 알 수 없다. 작은 돈만 아끼고 큰돈은 생각 없이 쓰니까 그렇겠지.
 
오후에 블루카드 결정문이 왔다. 거절 통지였다. 7페이지나 되는 결정문에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차곡차곡 적혀 있었다. 순간적으론 그냥 웃겼고, 저녁에 일을 하다 보니 슬슬 화가 났다. 화가 나서 혈압을 재보니 매우 안정적이었다. 화날 때 혈압 오른다는 표현은 근거 없는 것일까.
 
피곤하지만 치즈케익을 구웠다. 바보같이 회사에 블루베리를 두고 와서 냉동 블루베리를 사서 썼다. 
 
 
 
2024.04.30. 화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치즈케익은 환상이었다. 먹고 싶어서 새벽에 몇 번이나 깼다. 손에 실수로 묻어서 핥아먹었을 때 맛있음을 감지했다. 10분도 안 나서 동이 났다. 다음에는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
 
블루카드 결정문을 한 문단 한 문단 뜯어보며 관련 법, 정부명령 조문까지 읽었다.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법이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공부 안 했다. 학생일 땐 일하느라, 일할 땐 공부하느라 바쁘다. 이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가.
 
저녁까지 일했다. 엄마 주식 계좌를 보니 박살이 나있을 줄 알았던 잔고가 예상외로 선방하고 있었다. 달러 환율이 많이 오른 덕이다. 역시 쪼개고 쪼개고 쪼개는 것이 답인가 보다. 내 열정도 여러 조각으로 쪼개 나눠 넣고 싶다. 하나에 미치면 거기 파고드는 성격은 가끔 참 피곤하다. 저녁에 강유미 asmr 채널에 무개념 신입 영상이 올라온 것을 봤다. 우리 팀은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2024.05.01. 수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눈을 뜨니 개운해서 시계를 봤더니 11시, 너무 오래 잤다. 밤에 어쩌지. 12시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고 노닥거리다가 겨우겨우 회사에 나오니 4시였다.

햇빛을 못 받아 비실거리는 깻잎 화분 두 개를 가져다 두고, 다시 내 방으로 일하는 자리를 옮겼다. 기다리던 5월이니 종소세 신고부터 했다. 12월부터 철저히 계산해 두어 당연하게 예상한 결과이지만 전액 환급받아서 기분이 좋다. 
 
5월부터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늘리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계좌에 대공사를 했다. 엄마 계좌까지 손봐주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다.
 
블루카드 결정문에 전공이 회계가 아니라 거절한다는 내용이 박혀있었으니, ACCA에서 주는 diploma라도 딸 생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저번에 잠시 손 놨던 MA 과목 공부를 시작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우선 대강 마치고 혈압을 재보니 거의 저혈압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왜지? 우선 집에 돌아갔다. 

소파에 누워 brainscape로 WSET 공부를 하다 보니 와인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주아주 달콤한 소테른이나 토카이의 달고 산미가 높은 스타일의 와인을 먹뱉이라도 하고 싶다. 그러나 내일 약속이 있으니 참기로 한다.

 
 


2024.05.02 목요일
부다페스트, 흐림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3시쯤 잠들었고 3시간 자고 일어났다. 거의 못 일어날 뻔했다.
 
저녁 약속이 취소되었다. 비도 오고 내일 비행기 시간 걱정도 되고 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 주로 미뤘다. 점심에 나가다 말고 들어왔다.
 
내가 가져온 깻잎과 신입이 가져다 둔 부추(그러고 보니 부산에서는 정구지라고 한다던데?). 신기하게 식물은 빗물을 맞으면 보약 먹은 것처럼 싱싱해진다. 영 맥없는 깻잎과 부추가 어서어서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2024.05.03.~2024.05.04. 니스 여행기로 대체.
 
 
 
2024.05.05. 일요일
부다페스트, 맑음
 
아침에 니스 구경을 더 하다가 공항을 가려했는데 너무 무리했는지 잠만 푹 자다가 바로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에서 brainscape로 공부하는데 내가 머리가 이렇게 나빴나 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원래도 이름 외우는 단순 암기는 내 전문분야가 아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급 초조한 마음에 공항에서 곧장 사무실로 가서 (도대체 왜?)... 컴퓨터를 켜서 볼일을 보고 금요일 연차 낸 동안 왔던 메일도 확인하고 했다. 메일은 괜히 켜봤다 싶은 것이 그냥 순조롭게 끝날 줄 알았던 감사 관련해서 질문이 폭탄으로 와있었다. 아이고 두야.
 
작년에 받은 찻잎을 먹어 치우기로 했다. 아까워 한 번 손도 못 댄 것이다. 파운드케이크 재료를 사서 홍차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챗gpt한테 추천받은 레시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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