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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139 (20251222-20251228)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139 (20251222-20251228)

여해® 2026. 1. 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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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2. 월요일
에쉬본, 흐림

생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카톡에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떠있었다. 하필 생일에 쌀이 다 떨어져 그린마트에서 쌀을 사고, 모레 아테네 여행에 가져갈 순대도 샀다.

오늘은 송학에서 혼자라도 자축을 하려고 일단 시내에 나갔고 와이마트에서 컵누들을 샀다. 데엠에서 살 게 뭐있더라 생각하다가 안 떠올라서 관두었다. 이번 달에 도이치란트 티켓을 구독하지 않아서, 어디 나갈 일 있으면 무조건 한 번에 해결하게 된다.



볼까말까 계속 망설였던 주토피아를 봤다. 왜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평일 낮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과장님이랑 후배가 송학에 온다고 해서 셋이 먹게되었다. 먹고 나서 한 잔 더 할까 했지만 크리프텔에는 늦은 시간 문 연 곳이 딱히 없었다.

케익도, 미역국도 없는 생일은 처음이었지만 좋아하는 거 먹었으니 됐다.


2025.12.23. 화요일
에쉬본, 맑음

여행 가기 전날이라 열심히 일했다. 마트에 가서 소고기를 사다가 얼렸다. 짐을 아주 간단히 쌌다.


2025.12.24. 수요일
아테네, 비

아침에 비몽사몽 소고기, 순대 얼린 것을 캐리어에 넣고 에스반을 타서 공항에 갔다. 가는 길에 중앙역에서 회사 분을 봐서 반갑게 창문을 두들겼는데 날 못 보고 지나쳤다.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예전부터 엄마가 동남아 동남아 노래를 부르던 것도 그렇고, 나트랑에 갈까 문득 생각했다. 비행기 값도 나쁘지 않고 숙소가 엄청 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유럽 물가랑 자꾸 비교하게 된다.

커피를 한 잔 먹고 싶어서 공항에서 자판기를 찾아 헤매는데 예전엔 그렇게 자주 보이던 게 한참을 걸어도 없었다. 겨우 찾은 하나는 또 고장이라 결국 카페에서 사서 마셨다. 이 커피가 원인인지 역대급으로 속이 울렁거려서 비행기에서 눈 감고 심호흡을 계속 했다.

아테네 도착해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바로 택시 타고 이동하는데 비가 말도 못하게 쏟아졌다. 배수가 잘 안 되는지 금방 물이 불어나 넘치는 도로를 보니 착잡했다. 회사에서 준 백팩에 들어있던 우산이 꺼내자마자 살이 부러져 있어 더 난감했다.

숙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삼겹살부터 먹고, 소고기를 먹고, 술 마시다가 잤다. 비가 와서 나갈 수가 없었다.


2025.12.25. 목요일
아테네, 맑음

어제 그렇게 비가 오던 하늘이 오늘은 쨍쨍하다. 에기나 섬에 가기 위해 선착장까지는 우버를 탔다.

처음에는 오른쪽 배처럼 큰 걸 타는 건 줄 알았는데 왼쪽 작은 쌍동선이 우리 배였다. 똑같은 배가 여러개 있어서 엉뚱한 데에 서있다가 큰일날 뻔했다.

배 멀미가 좀 걱정되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 옆자리 앉은 사람이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해서 머리가 좀 아팠다.

도착하자마자 아무 식당이나 가서 조식으로 먹은 요거트. 기대 없이 시킨 이 요거트가 어찌나 맛있던지.

옆 가게 피스타치오 파는 곳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 스프레드, 과자도 시식했는데 시식을 하도 많이 줘서 나중엔 좀 피스타치오 생각만 해도 느글거릴 정도였다. 엄청 맛있긴 해서 배타기 전에 다시 들러 시식했던 것들을 샀다.



크리스마스라 온 섬이 다 쉬는 분위기. 중간에 도자기 공방만 하나 열려있고 유적지 포함 다 문을 닫았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고양이 구경하다보니 섬 구경은 다했다.

뭐하지 어쩌지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에 가서 배 시간을 앞당겨 바꿀 수 있는지 물었는데, 단돈 1유로씩에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아직 물가가 정말 정말 저렴하다.


배를 기다리며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시킨 깔라마리 튀김. 이게 그리스 여행하며 사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섬이 아니었다면 또 갔을 텐데. 맥주 한잔씩 간단히 먹고 배 타고 아테네 시내로 복귀하였다.

사진은 없지만 선착장에서 시내까지는 메트로도 타봤다. 애플페이로 따로 표 구매 없이 그냥 찍고 들어갈 수 있어 편리하고 쾌적해서 좋았다. 이때 공항까지 메트로 타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야경 스팟이라고 경사진 언덕을 꽤 많이 올라갔던 곳. 독일이나 헝가리랑은 확실히 다른 건물 양식으로 빼곡한 시내를
내려다 보고 있으니 신기했다.

내려오는 길에 구경한 옷가게. 어디 휴양지 갈 때 입으려고 저 그리스식 옷이 너무 사고 싶었는데 옷감이 맘에들면 너무 짧고 길이가 적당하면 옷감이 별로고 해서 결국 못샀다.

세상에 이렇게 화려한 조명은 처음봤다. 리틀쿡이라는 가게 앞. 나중에 찾아보니 매년 이렇게 크리스마스, 할로윈 같은 날마다 화려하게 장식한다고.

옥수수랑 밤도 하나씩 사고.

식당은 전부 열었는데 마트는 다 문을 닫아서 한참 헤매다 편의점 같은 데에서 물, 맥주, 와인, 과자를 사서 숙소로 겨우 우버를 잡아 돌아왔다.


숙소와서 떡볶이, 순대 끓여서 푸짐하게 한 상 차리니 이제야 살 거 같았다.


2025.12.26. 금요일
아테네, 맑음

오늘은 차를 빌려서 해변, 호수, 포세이돈 신전 등 여러곳을 가보기로 한 날이다.

렌터카 찾으러 가는 길에 현지인이 많이 보여서 들른 카페. 예상 적중으로 아주아주 맛이 좋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가능하고. 커피가 진짜 맛있다. 다음날 렌터카 반납하면서 또 들러야지 하고 기대가 될 정도.


중간에 들른 맥도날드에서 프렌즈 피규어 발견. 독일은 애진작에 끝났는데 여기서 다시 볼 줄이야. 유럽 내에서 재고 남는 만큼 돌고 도는 건가. 피비 피규어를 받았다.

오늘까지 문 닫은 유적지들. 저멀리 포세이돈 신전이다.

일몰 기다리며 먹은 와플. 너무 달고… 웬만하면 먹는 걸로 건강걱정 안 하는 편인데 이건 진짜 혈관 걱정될 정도였다. 초코시럽과 크림을 걷어내며 바나나, 빵만 뜯어먹다가 말았다.

다행히 오늘은 마트 여는 곳이 있어 장을 봤다. 알리오올리오를 해먹었다. 양식 말고 라면먹고 싶다던 친구가 한입 맛을 보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 다 먹었다. 면이 좋아서 그런가 시장이 반찬인가 내가 먹기에도 평소보다 유난히 더 잘 된 느낌.


2025.12.27. 토요일
아테네, 맑음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문고리에 팔찌가 걸렸는데 그대로 끊어지고 말았다. 그게 하수구에 빠진 줄 알고 손으로 뒤적거리다가 왜인지 저멀리 욕조에 튕겨진 걸 보고 다행이다 했다. 아침에 눈 뜨고서도 팔찌 끊어진 게 믿어지질 않았다. 2021년 초에 샀으니 4년 넘게 찬 것인데…

그래서인가,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십 몇 년째 탐폰만 써왔는데 오늘따라 계속 불편하고 신경 쓰여서 파르테논 신전도 보는둥 마는둥 했다.

귀여웠던 피아트 경찰차. 떠나보낸 첫차가 또 생각난다.

어떻게 이걸 지었지. 어마어마한 규모.

저렇게 어긋난 기둥을 보면 무섭다. 안 무너지고 잘 있는 게 신기하다.


그저께 떡볶이 순대 먹어놓고 또 한식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되게 맛있고 다른 나라 한식에 비해 저렴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모든 체력이 소진되었고.. 결국 숙소로 돌아가 저녁까지 누워있었다. 히터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으슬으슬한 추위가 가시질 않고 거의 몸살이 났던 것 같다.

친구들이 들어오는 길에 장을 봐와서 새우 넣고 파스타를 먹었다. 조금 기운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2025.12.28. 일요일
아테네->에쉬본, 맑음

아침에 비몽사몽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체크아웃 후에 짐을 맡기고 마그넷이라도 좀 사야지 했다.

엄청 맛있었던 과일주스.


못살겠어서 받은 마사지. 생각해보면 독일보다 싸지도 않은데 왜 굳이굳이 받아야 했는지.


전날 먹은 게 생각나서 또 먹은 오징어 볶음. 어제는 다리도 많았는데 오늘은 몸통뿐이라 조금 심심했다.


겨우 찾은 1유로짜리 마그넷. 같은 제품인데 3유로짜리만 보여서 좀 초조했다.

올리브 오일도 야무지게 사서….

공항까지는 메트로를 타봤는데… 자리 잡고 앉았으니 다행이지 짐 들고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눈치 싸움은 두 번은 못할 일이다.

비행기는 지연없이 정시 출발했고, 집에 돌아오니 우리집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얼마나 정신없이 나갔으면.. 식겁해서 귀중품 먼저 찾아봤는데 다행히 다 제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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