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난중일기 137 (20251208-20251214) 본문

일상, 삶/매일 비장하게 나라 구하는, 난중일기

난중일기 137 (20251208-20251214)

여해® 2026. 1. 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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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8. 월요일
서울, 맑음

첫 출근날. 조식은 겨우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일찍 나올걸 후회했다. 엄마한테 자고 가라 해서 같이 먹을걸 생각도.

본사는 들어가고 나가는 데 경비가 삼엄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메신저에선 무섭기 그지없었던 분이 약간 엉뚱하기도 하고,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결 맘이 편해졌다. 삼엄한 경비는 관계사에 가서는 더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허둥지둥했다.

점심은 내가 (회사 돈으로) 샀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복지리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고, 미나리를 잔뜩 먹어서 더 좋았다.


저녁은 고기를 먹었다. 명란 비빔밥이 엄청 맛있었다. 명란을 산처럼 쌓아주는데 이게 5천원이라니.



숙소로 돌아와 엽떡을 포장했다. 편의점에 막걸리를 팔니 않았다. 어쨌든 엽떡은 질리게 먹고 갈 거다. 부가세 신고파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느려 터져서 속이 터진다.


2025.12.09. 화요일
서울, 맑음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잤지만 약속시간에 잘 맞춰 나갔다. 스타벅스에서 짧은 만남 후에 바로 출근했다.

하루종일 정말 꽉 찬 일정. 누구한테 인사를 했고 뭘했는지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점심에는 불고기 전골을 먹고, 여자 직원분이랑 출장자랑 건물 높은 데에 있는 카페에 갔다.

뷰도 커피도 너무 좋았다.

저녁에는 서울의 달이라는 퓨전 주점에 갔다. 막걸리 한 병을 가지고 여럿이서 나눠먹었다. 갑오징어구이가 5만원이나 했는데 맛도 그만큼 있었다. 방어는 아직 내가 먹기엔 비리다. 더 굶어봐야 맛을 알까.



아쉬운 마음에 엽떡, 유자 사케를 샀는데 부산에서 사먹은 그 맛이 전혀 아니었다. 이 큰 걸 언제 다 먹나.

새벽에 자꾸 자꾸 깬다. 터가 안 좋은 건지, 시차적응이 안 되는 것인지.


2025.12.10. 수요일
서울, 맑음

아침에 늦잠을 잤다. 전화가 오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겨우 씻고 잘 도착했다.


점심은 멀리멀리 걸어가 회전초밥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재무가 아닌 팀이 더 편하고 재미있어서 더 많이 먹힌다. 너무너무 즐겁고 푸짐한 식사였다.


저녁에 유일하게 일정이 비게 되어서, 조계사에 갔다. 맡고 싶던 향냄새도 실컷 맡고, 헝가리 가자마자 끊어진 염주를 대체할 다른 염주를 사고, 부처님 앞에 앉아 유튜브로 천수경도 들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조계사에서 나와 막창을 먹으러 갔다. 엄청 고급화된 막창이랄까. 안에 마늘도 쏙쏙 박혀있고. 맛있었다.


2025.12.11. 목요일
서울, 맑음

하루하루 꽉 찬 일정이 아쉬울 만큼 빨리 지나간다. 몇 달을 골머리 앓던 문제도 금방 풀리고. 우리 erp 담당해주시는 분은 정말 안정적이시다. 차분하고. 내 워너비가 그런 건데 난 뭐 다시 태어나야겠지..?

저녁에는 회현 식당에 갔다. 사케가 맛있었고, 실물로 보니 목소리랑 표정이 좀 차갑고 무섭다고 생각한 직원은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엽떡을 또… 먹었다.


2025.12.12. 금요일
수원, 맑음

아침에 본 광고판. 그렇지. 그래서 기운이 좋은가보다(?)

출장 마지막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10분 10분 쪼개가며 남는 시간마다 교육을 들었다. 나는 본사 다른 것보다 합이 잘 맞는 팀, 높은 근속연수로 서로 든든한 동료들.. 이런 것들이 부럽다. 지금 독일 법인이 합이 나쁘다는 건 절대 이니지만.


같이 온 출장자랑 단둘이 밥을 한 번도 못 먹어서, 벼르고 벼르던 세광양대창에 갔다. 근데 이게 웬걸. 왜 내돈내산인 메뉴가 이토록 맛있을까. 와… 너무 비싼데 너무 맛있었다. 일부러 독일 카드로 계산해봤는데 53유로. 개이득인 기분.


식후에 설빙에 가서 말차 빙수를 먹었다.

택시를 타고 수원까지 갔다. 짐이 너무 너무 무겁고 고단하다.


2025.12.13. 토요일
수원, 비

집앞에 단골로 가던 칼국수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한 그릇 먹었다. 보리밥까지 줘서 좋아하던 곳.

6개월 내지 1년에 한 번 한국 들어갈 때마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게 있다. 좋아하던 음식점이 문을 닫을까 두려운 것이다. 제발 그 자리에, 오래오래 있어주면 좋겠는 단골집들.

동생을 만나러 산본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 마사지를 받았다. 진짜 시원했다.

동생을 만나 등촌 칼국수에 갔다. 이게 얼마나 먹고 싶었냐면 사진도 못 찍었다. 동생은 임신 4개월짼데 살 쪘다고 징징대던 것치곤… 오히려 배는 내가 더 나온 듯한데.

동생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같이 수원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우리 동네에 와서 쭈꾸미를 먹고 막창까지 먹으러 갔다.

넌 알아서 잘 하고 있잖아, 라는 친구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난 니가 아는 사람 중에 손꼽게 엉망일지도 모르는데.. 다들 내 말이 엄살인줄 안다. 나는 솔직하게 살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날 포장하는 걸까.

집앞 요아정에서 짭(?) 두쫀쿠도 먹어보고 12시까지 수다 떨다가 택시를 거의 30분 동안 잡았다.


2025.12.14. 일요일
흐림, 수원



군산 여행 가는 날. 수원역에서 빵, 편의점 간식 등을 사고 나는 혼자서 어묵꼬치까지 먹었다. 군산까지 가는 기차는 텅텅 비어서 동생은 거의 누워서 갔다. 내리고 나니 엄마아빠가 나보고 넌 앉아서도 코를 고냐고 해서 얼마나 여기저기 민폐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철길마을에서 달고나 만들기를 했다. 나는 하나 더 타볼 요량으로 세모나 원 모양으로 했으면 했는데 어림없었다.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바로 점심 먹으러 영동반점으로 직행. 날이 춥고 흐려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도시가 텅텅 빈 느낌이고 맛집이라는 이곳도 손님이 많지 않고 썰렁해서 잘못 왔나 하였다. 그러나 나올 때 보니 손님이 많이 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케찹 들어간 소스로 먹는 옛날 탕수육.

해물 양도 많고 간간했던 삼선간짜장. 슬슬 독일로 돌아가고 싶은지, 이걸 보니까 중화루 간짜장이 생각나고 그리워졌다.

은근히 재밌었던 군산세관. 압수당한 짝퉁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군산 관광명소마다 스탬프를 찍어오면 선물을 준다고 해서 이번 우리 여행 테마는 그거였는데, 마지막에 등산하듯 가야하는 곳이 복병이었다. 나랑 동생은 불효녀라 차에서 쉬고 엄마아빠가 올라가서 스탬프를 찍어다줬다.

그렇게 해서 받은 스노우볼이 생각보다 크고 퀄리티도 좋았다. 좋은 추억이 되었다. 곧 조카 태어나고 하면 이렇게 다같이 다닐 날도 많이 남지 않은 듯하다.


군산을 떠나기 전 꽃게를 2키로 사서, 동생은 해물 라면을, 나랑 엄마아빠는 꽃게찜에 꽃게탕을 먹었다. 싱싱하고 수율도 좋았는데 이상하게 그 좋아하던 꽃게가 물리고 잘 들어가질 않았다. 한국 떠나기 전날이라 싱숭생숭해서 그런 건지.

엄마랑 동생은 1박 하고 오기로 했고, 나는 아빠랑 수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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