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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박 3일 뒤셀도르프, 브뤼셀 본문

여행/내가 유럽에 온 이유, 해외여행

2025년 10월 2박 3일 뒤셀도르프, 브뤼셀

여해® 2025. 10. 29.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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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홉시에 퇴근하는 삶. 이번주 금요일은 무조건 어디라도 간다고 다짐했다. 연차 쓰려던 계획은 서울과 아침 회의가 잡히면서 날라가고. 여기저기 돌려보다가 도이치란트 티켓으로 뒤셀까지, 거기서 플릭스를 타고 브뤼셀 당일치기 왕복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결정했다.

출근하자마자 주변에 나 오늘 무조건 14시에 퇴근할 거니까 안 가고 있으면 나 좀 쫓아내달라 부탁해놓고. 생각해보니 아침에 짐 싸서 갖고 나오기는 했으나 여권을 두고 온 것이다. 14시 퇴근은 성공했는데, 집에 가다가 그놈의 열쇠를 회사에 두고 온 걸 깨닫고 다시 돌아갔다. 순전히 내 깜빡거림이 원인인데도 괜히 회사가 날 일찍 놔주기 싫어서 이런 교란을 벌인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1분 차이로 중앙역 가는 에스반은 결국 놓쳤는데, 1분 남겨놓고 코블렌츠 가는 레기오날 반을 운 좋게 탔다. 저번에 뤼데스하임 갈 때처럼 기차는 완전 만원이었고, 그것 좀 뛰었다고 덥고 어지러워서 서있기가 어려웠다. 혼자 앉으면서 짐을 옆자리에 올려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볼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열도 식고, 호텔 예약도 이제 해야하는지라 열심히 부킹닷컴 뒤지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마인츠에서 사람이 많이 내린 덕에 편하게 앉아서 코블렌츠까지 갔다. 가는 길에 라인강변을 따라 즐비한 독일식 주택이나 와이너리에 노랗게 익어가는 포도잎들이 꽤 볼만했다.

코블렌츠에서 본, 쾰른을 거쳐 뒤셀도르프에 가는 RE5를 타야 한다. 20분 정도 경유하는 스케줄은 어디 구경할 시간은 없고 플랫폼에서 담배 냄새 맡으며 그냥 서있는 것밖엔 답이 없다. 좌석이 따로 없는 레기오날반은 기차 문이 있을 자리를 추측하며 눈치껏 줄을 서야 앉을 수 있다. 오로지 운에 달린 문제라 나는 맨앞에 서서 한참 기다렸음에도 기차 출입문은 저만치 멀어져, 늦게 타서 겨우 간이의자같은 데에 앉을 수 있었다.


본, 쾰른을 들러도 사람들이 더 타기만 할뿐 내릴 기미는
안 보이고, 서있었으면 너무 힘들었겠다고 안심했다. 사실 헝가리 있을 때는 플릭스버스나 좌석 있는 기차도 2등석 탔다고 하룻밤을 앓아 눕곤 했는데. 새삼 그때 참 귀족같이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실용주의, 닳고 닳은 자린고비가 다 되었지만. 도이치란트 티켓 끊어놓고 매일 한 정거장만 오고가니 아까워서라도 이렇게 가는 것인데, 여름에 레기오날반 타는 것은 누구든 절대 반대하고 싶다.


기차는 20분 지연되어 뒤셀도르프에 7시 30분쯤 도착했다.



숙소는 토요일 브뤼셀 당일치기를 감안해 플릭스버스가 오는 중앙역 근처로 해서 2박 잡았다가, 토요일은 어차피 아침 6시부터 나가니, 중앙역 근처 좀 걱정스러워 보이는 동네에 1박만 싸게 잡았다. (60유로) 생각보다 괜찮았고 직원이 친절하셔서 무섭지는 않았다. 욕실이 많이 낡았고 바깥소음이 시끄러워, 이제 독일 웬만한 도시는 150유로 이상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저녁은 리틀도쿄까지 걸어가 올유캔잇 스시를 먹으러 갔다. 올유캔잇 매니아(?)로서 주문한 게 제대로 오지도 않고, 같은 품목을 시켜도 회차마다 품질이 좀 달라서 재방문은 안 할 것 같다. 음식은 그냥 그랬고 이 동네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일본같다 말만 들었지 정말 이렇게 일본일줄은.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플릭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뒤셀도르프는 따로 존이나 승강장이 있진 않고 플릭스버스 말고도 다양한 브랜드가 보인다. 서성이고 있자니 시간 맞춰서 버스가 왔다. 창가에 앉으면 저렇게 콘센트도 있지만 아쉽게도 나는 복도좌석이었다.


플릭스버스를 타고 브뤼셀에 가면 중앙역이 아닌 북역에 내린다. 치안이 안 좋다는 정보를 몇몇 포스팅에서 봐서 긴장을 조금 했다. 플릭스버스 정류장에서 메트로 타러 가는 길은 거리가 생각보다 있다. 구글맵을 보고 코앞까지 가고도, 역 생긴 게 복잡하고 초행길이라 좀 헤맸다.



목적지는 그랑플라스였으나 멍때리다가 두 정거장 더 가버렸다. 반대편 열차를 다시 타려 했는데 건너갈 방법이 저렇게… 가로질러가는 수밖에 없는 것에 두 눈을 의심. 아직도 정말 저게 맞았는지 내가 착각한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도착한 그랑플라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광장이라고 누군가 극찬을 했다는데, 내가 보기에도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장관이다. 이때가 아침 9시 30분쯤이었는데 삼삼오오 모인 투어 그룹이 보이는 것 외에는 한산했다. 가게들이 10시에나 열기 때문이었을까.


9시 30분에 유일하게 문을 연 노이하우스. 프랄린을 최초로 만든 곳이라는데, 상자에 든 것을 세트로 살 수도 있고 무게를 달아 살 수도 있다. 다크 초콜렛 몇 개를 고르고 가장 전형적이고 무난한 걸 추천해달라 하니 헤이즐넛을 권해서 그것도 같이 샀다.

초콜렛을 사고 나와서 돌아다니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입간판이 있어서 보니까 여기가 그 유명한 벨지엄 프라이 맛집이란다. 마수걸이까진 아니었고 앞에 현지인 둘이 감자튀김을 기다리고, 내가 두번째 손님인 듯했다. 안달루즈 소스를 많이 먹던데 나는 아이올리 소스로 시켰다. 작은데도 양이 많다 해놓고 광장에 앉아서 와작와작 다 먹었다.

여기는 원두를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고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가본 카페인데 너무너무 만족했다. 바에 서있으면 직원이 주문을 받아주는데, 이때 취향을 얘기하면 적절한 걸 추천해준다. 에스프레소 기준 3~5유로 정도로 가격도 무난하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한 번 더 방문하려 했으나 시간이 없어서 결국 못 갔다. 내가 마신 건 에티오피아 구지. 산미를 좋아하는 내 입맛엔 딱이었다. 쿠키도 맛있었다.

왕립 미술관이 토요일에는 오전 11시에 연다. 10시 50분부터 기다려 두번째로 들어갔다.

무료이지만 코인이 필요한 사물함.


차분하고 정갈한 미술관이었다.

이거 보러 간 건데 하필 사흘 전에 루브르로 갔다고. 안타까워 하는 내게 직원이 “파리는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거기도 가봐” 해서 흐흐흐 하고 웃었다. 얼마뒤 루브르에서 도난 사건 일어날 줄은 이때만 해도 몰랐지.

충격적인 롭과 두 딸들의 이야기. 저기 큰딸이 매력 있어서 한참을 봤다.

뭔가 일에 지친 직장인같은 비주얼의 성모마리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 홍합찜 먹으려고 예약해둔 시간이 다가와서 다소 급하게 봤다. 예술보단 밥이 중요한 사람.

빛 표현이 어쩌면 이렇게 사실적인지 정말 신기했던 그림.


미술관을 나왔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 서 있어서 뭔가 하고 보니, 응? 한국 문화원 앞에? 알고 보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 관련 페어를 하는 날이었다.

벨기에는 인종차별 후기가 많아서 내심 긴장하고 갔는데,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다. 저렇게 인종 나이 성별 골고루 다양한 사람들이 케데헌 때문에 줄 서 있는 걸 보니.. 한국의 위상이 나름 높아져서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시 광장 근처로 돌아가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한국인에게 홍합찜으로 유명한 집은 따로 있지만, 줄서거나 예약이 빡센 건 싫어서 비교적 덜 유명해도 후기가 좋은 La Marmiton을 선택했다.

이런 무서운 계단을 올라…


창가 자리.

벨기에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체리 맥주.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다. 딱 식전주로 좋은 느낌.

대망의 홍합찜.

종류는 여러개 있었는데 나는 플레인에 화이트 와인을 추가해 조리한 것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먹다 보니 홍합 양이 정말 상당하다.

홍합 혼자 한 대접을 먹는데, 내가 살다살다 조개를 남긴 건 처음이다. 물론 두 개만 남겼으니 거의 다 먹은 거라고 해야겠지. 웬만한 사람들에겐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일 것 같다.

그리고 버스 시간 놓칠까 부랴부랴 찾아간 와플집. 음… 크로플에 익숙해져서인지 퐁신한 와플이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바삭하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너무너무 달아서 다 먹지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니까 아침에 사먹었던 감튀집 앞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줄 서 있었다.

짧고도 알찼던 브뤼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뒤셀도르프로.


호텔은 me and all 이라고 바이 하얏트인데 많이 젊은 느낌이었다. 위치가 정말 최고였다.

저녁은 스시. 혼자냐고 하더니 뭐라뭐라 묻길래 응, 했다가 받아버린 비상구 야외자리. 그래도 혼자 편하게 조금 춥게 잘 먹었다.

다음날은 점심으로 공타 돈까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일본식 돈까스였다. 사케 따뜻한 거랑 같이 먹었다. 대낮부터…

가을 느낌이 확 나던 구시가지 가는 길.

이때부턴 지쳐서 사진이 없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레기오날반은 두 번 다 잘 앉아서 왔다. 레기오날반은… 가격 생각하면 최고지만, 다음에는 ice 가격 잘 보고 있다가 싸게 나오면 그걸 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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