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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나는 2022년 9월 중순에 입국해서 2023년 5월 중순, 즉 8개월만에 헝가리 거주증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늦어진 데에는 여러 가지 내가 모르는 이유도 있겠으나, 아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처음에 헝가리 입국해서 무작정 회사에서 소개한 변호사에게만 맡겨 놨더니 설명도 거의 안 해 주고, 주변에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고 해서 나도 많이 불안하고 헤맸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헝가리 거주증 키워드로 이 블로그를 발견하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글쓴이는 워크퍼밋으로 거주 허가를 받은 케이스로, 함께 부임한 가족이 없다. 글쓴이의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일반적인 절차를 거쳤고, 내로라 하는 대기업은 기업 자체가 VIP로 등록되어 있어 절차가 조금 다르다(혹은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헝가리 현지 ..

자기소개에도 회계한다고 써놓고, '회계쟁이' 카테고리도 따로 만들어 놨지만 수년 경력이 무색하게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많다. 나는 비전공자인데다, 차곡차곡 AP->AR->GL/Tax 루트를 탄 것이 아니기 때문에(사실 이게 정석 루트인지조차 모르겠음) 지식의 깊이가 떨어지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창피하지만 아직도 이직 면접에서 가장 두려운 건 실무적인 질문, 그 다음 두려운 건 "비전공자이시네요" 라는 말이다. 내가 현회사를 얼마나 다닐 것이냐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그래도 이정도 공부했고 합격도 했으니 괜찮다, 라는 위안을 삼고 싶기도 했고, 세금계산서 발행같은 쉬운 업무도 모르던 사원 시절에 갑자기 회계팀으로 뚝 떨어져서는 회사 존폐에 이리저리 휘말리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등록했던 AICPA 수..
저번 주 일요일 희미하게 코로나 키트 양성 반응이 나오고, 월요일-화요일 넘어가는 밤에 잠을 단 한숨도 못잘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고 힘들었다. 어릴 때 천식이 있기는 했지만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차오르기 시작해서 한인회 방에 문의를 했다. 이전에 폐렴까지 훅 간 적이 있어서 걱정이 됐다. 여러 정보가 오갔는데, 첫째, COVID 환자는 사립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음 둘째, 응급실 걸어들어가는 건 안 됨, 앰뷸런스 무조건 불러야 함 이 정도로 추려졌다. 헝가리의 병/의원은 공립, 사립으로 나뉘어 있는데 공립 병원은 의사와 직원들이 공무원이란다. 우리 헝가리인 직원이 그전에도 "공립병원은 널 죽게 놔둬" 라고 우스갯소리를 몇 번 했는데, 이게 내 경우가 된다고 생..

작년말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는 NAS(공유폴더)를 쓰고 있지 않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어쩌다보니 Synology NAS를 사서 소소하게 사용 및 관리 중인데... 얼마전 크롬 쿠키와 인터넷 이용기록을 삭제하고 나니 맙소사 자동로그인 해두었던 Synology 계정이 풀려있었다. 사용하는 비밀번호 다 입력해봤는데 다 틀리다 하고 완전 당황했었는데, 아무 예고도 없이 벼락같이 날 막아버리는 NAS 너. “특정 기간 내에 허용된 최대 로그인 시도 실패 횟수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 IP주소가 차단되었습니다. 시스템 관리자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검색에 검색을 해서 Synology NAS기기에 있는 RESET 버튼을 얇은 펜이나 핀으로 찌르면 계정 초기화가 된다는 것까진 알아냈다. 그런데 걱정되는 건 ..

한국 살 때는 쌓아놓고 쳐다도 안 봤던 게 라면인데 요즘은 내 주식이 되어가고 있다. 짜파게티는 하나만 끓이면 허하고 두 개 끓이면 후회하면서 꾸역꾸역 먹게 된다. 혹시 맵고 부드러운 까르보불닭면이랑 섞으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이미 사람들이 시도해본 조합이다. 준비물: 짜파게티, 까르보불닭볶음면, 그리고 계란 물 따라버리기 귀찮아서 후라이팬에 물 자작하게 부어 끓이기 시작. 포인트는 짜파게티의 건더기 스프를 넣지 않는 것이다. 난 원래도 콩고기 들어가있는 짜파게티 건더기 스프를 좋아하지 않고, 까르보불닭볶음면이랑 저 건더기가 절대 안 어울린다. 짜파게티 가루, 올리브유 먼저 투하. 어느정도 볶아지면 불닭볶음면 소스와 가루 투하. 이 가루는 금방 뭉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볶아줘야 한다. 그리고 취향껏..

친구와 함께 찾은 에게르.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저번에는 석식 포함 숙소여서 에게르 식당 탐방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검색 끝에 꽤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어 도전해 보았다. 헝가리는 이렇게 공원 안에 식당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볼때마다 특이하고 신기하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Excalibur. 중세시대 컨셉 레스토랑이라는데 글쎄. 이름답게 마당 정 중앙에 큰 검이 꽂혀있다. 스티커이긴 하지만 창문도 스테인드글라스 느낌으로 아주 옛날같고. 진짜 촛불이었다. 코트 잘못 벗었으면 불 붙을뻔. 중세 중세. 테이블마다 놓여있던 향신료(래봤자 후추, 파프리카, 소금 가루). 괜히 한 번씩 휘적여보고 싶게 생겼다. 이 글씨체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영어 메뉴가 있는 게 어디냐고. 메뉴 고르는데 20분 걸..

곰아저씨 한인마트에 이거저거 주문을 하는데 쌀엿이 보였다. 떡볶이떡 구워먹는 게 소소한 일상이 된지라 조청 찍어먹으면 딱이겠다 싶어 구매했는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할인을 해 주셨다. 떡에 찍어먹는 거야 간장종지만큼이면 끝이고. 이 많은 걸 어쩐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걸로 엿을 만들어먹을 순 없을까 싶어 (왜 그랬니) 검색을 해봤다. 물엿은 조청으로 이걸 졸여서 그대로 굳히면 갱엿(갈색빛 도는, 농협 장터 이런 데서 종종 보이는), 그걸 쭉쭉 잡아 늘리며 공기를 주입하면 하얀 가락엿이 된단다. 평소에 슬라임 영상 보는 것도 좋아했고 힘이라면 자신이 있어서 시작을 했다.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쌀엿만 쏟아붓는다. 이걸 끓이면 점점 진해지면서 갈색이 되는데, 찬물에 한방울 떨어트렸을 때 바..

일이 있어 공항에 다녀오던 길에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백 번 천 번 내 잘못이다. 엄마한테 요즘 연락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용이라도 대충 보고 싶어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옆에 경찰차가 쓱 지나가더니 계속 내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빨강 파랑 램프 가운데 'Kövessen' 이라는 단어가 빨간 글씨로 번쩍번쩍 하고, 방향등으로 갓길을 가리키길래 우선 따라가 보았다. 난 저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따라오시오' 라는 말이라고. 경찰차가 세우는대로 뒤에 차를 대면서 나는 그때까지도 경찰관이 "너 왜 나 따라왔니?" 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상상을 해보았으나.. 핸드폰을 봤기 때문에 벌금을 내야한다고 한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거 꺼내고 저거 꺼내고 난리를 치다가 상관..

2023년 첫 소비는 부다페스트 곰아저씨 한인마트에서 해보았다. 부지런하진 않아도 꾸준히 밖에 나가던 내가 어쩐지 집순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집에 틀어박혀서 매일 하는 게 비빔면 두 개씩 끓여먹기, 짜파게티랑 까르보불닭면 섞어먹기, 이런 것들이다. 오늘 남은 비빔면을 다 클리어 했기 때문에 한인마트 어디가 열었나 검색해보다가, 곰아저씨 한인마트는 배달 가능한 곳이라는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았다. 배달주문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에서 곰아저씨 카톡 아이디 (mrbearmart.hu) 추가하고, 주문 가능한 목록을 문의하면 된다. 품절된 상품은 엑스표가 쳐져 있어서 신나게 골랐는데, 안 되는 품목이 조금 있었다. 저녁 6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고, 20,000포린트 이상 구매해야 배송이 가능하다. 두어번..

부다페스트는 대중교통이 매우 저렴한 편이고 이용도 편리하다. 부다페스트 대중교통 종류 버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다양하게 있어 가장 많이 이용한다. 메트로 지하철인데 우리나라의 깊은 전철역이랑 다르게 아주 얕다. 그래서 역까지 내려가고 올라오는 수고가 덜하다. 크기나 생긴 게 굉장히 귀엽다. 트램 지상철이며 주요 관광지를 다 돌아다닌다. 옛날 느낌 물씬. 부다페스트 교통권 종류 1회성 티켓 Single ticket: 한 번만 사용 가능, 환승 불가 30-,90-minute ticket: 최초 사용 후 30분/90분 동안 환승 무제한으로 가능 정기권 이용자에 따라서 나뉘고 뒤이어 사용 기간에 따라 나뉜다. 나는 일단 한달권을 끊어봤다. 생각보다 노선들이 일직선으로 쭉 가다가 끝나는 게 많아서..